대구시의원 2년간 총 33차례 연수-출장, 연수 17차례 22개국 방문
연수보고서 17건 중 1건 제외 모두에서 짜깁기 흔적 발견
대구시의원들은 지난 2년 동안 연수 또는 출장 명목으로 총 33차례 26개국을 방문했다. 6월 3일 기준으로 공개된 연수(출장)보고서는 30건으로 공개되지 않은 3건 중 2건(2016년 스페인-노르웨이-덴마크 연수, 체코-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 연수)은 보고서 공개 시일이 남았다.
다른 하나는 2015년 8월 김의식 부의장의 일본 연수보고서인데, 시의회 관계자는 지난 3일 “부의장님 일본 보고서는 시장님과 히로시마 가신 것”이라며 “아마 시에서 처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회의 보고서는 연수보고서와 출장보고서를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출장보고서는 상대적으로 분량도 적은 데다, 대구시가 중국 등 다른 나라 지자체와 각종 협약이나 교류 행사를 하는데 시의원이 참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의원 보고서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연수 : 출장 = 17회 : 16회, 큰 차이 없지만
연수 경비 1억 3,368만원 vs 출장 경비 3,860만원
연수 방문국 22개국 vs 출장 방문국 7개국
대구시의원들이 2년간 다녀온 연수-출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중 차이가 확연하다. 33차례 연수-출장 중 연수는 17차례, 출장이 16차례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시의원들은 17차례 연수를 통해 22개국을 방문, 1억 3,368만 원을 경비로 썼다. 반면 출장은 16차례 나가면서 7개국을 방문했고, 비용도 3,860만 원에 불과하다.
대구시의회가 해외연수 경비로 사용한 전체 비용 중 78%를 연수에 사용했고, 연수-출장을 통해 방문한 26개국 중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를 제외한 23개국을 연수를 통해 방문했다. 반면 16차례 출장 중 9번이 각종 행사, 협약식 참석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의원이 주도적으로 방문국을 선택해 이뤄지는 연수와 달리 대구시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찾는 일이 많았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출장보고서는 전형적인 업무 보고형 보고서로 큰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연수보고서는 구⋅군의회와 마찬가지로 네이버-다음 등 포털 백과사전, 블로그와 다른 의회나 공공기관 보고서를 베끼고 짜깁기한 흔적이 여럿 발견됐다.
질의응답인데⋯2012년 경기도 보고서, 언론보도와 일치
연수국 관계자 질문 답변, 대구시 홈페이지 수록 내용 그대로?
대구시의회 연수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일부 보고서에서 현지 관계자와 ‘질의 응답’ 중 일부가 다른 원출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3월 조재구 건설교통위원장 등 6명이 다녀온 중국 연수보고서 중 상해 공공버스 유한공사 관계자 질의응답과 대구은행 상해지점 관계자 질의응답 내용에서 다른 출처가 확인됐다.
상해 공공버스 유한공사와 질의응답 내용 중에서는 “교통 수요 관리를 위한 정책을 실시 중인가?”라는 연수단의 질문에 “매달 매매 가능한 자동차번호판 수량을 제한하는 자동차번호판 입찰제와 도심지역 건출물 부설주차장 설치규모를 제한하는 주차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도심지역 교통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다”라고 상해 공공버스 유한공사 관계자가 답변한 걸로 적혀있다.
그런데 이 답변 내용은 하남, 부천시 등 경기도 지자체가 지난 2012년 ‘대중교통 이용 증진 및 광역교통 정책개발 역량 고도화’를 목적으로 실시한 중국 연수보고서 중 일부와 일치한다. 종결어미만 조금 다를 뿐 사용한 단어와 조사까지 모두 동일하다.
대구은행 상해지점 관계자에게는 “타 은행도 진출해 있는지?”, “앞으로 성장 계획은?” 이라고 질문과 답변을 적었는데, 답변에선 2012년 대구은행이 처음 상해에 영업점을 열 당시 언론 보도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이 발견됐다.
조재구 건설교통위원장 등 5명이 지난해 8월 다녀온 베트남 연수보고서도 비슷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다낭시의회 관계자가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기업유치 노하우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는지?”라고 물었는데, 여기에 대한 답변이 대구시 홈페이지 ‘투자환경’에 수록된 내용과 똑같았다. 실제 질의응답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실제로 질의응답이 있었는지조차도 의문을 갖게 만드는 지점이다.
2015년, ‘물포럼’, ‘물산업’ 명분 두 차례 연수
하나는 유럽, 하나는 동남아시아 갔는데 결론은 똑같아
2015년 2월과 6월 ‘물포럼 홍보 및 개최도시 벤치마킹’, ‘물산업클러스터 및 투자유치 노하우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각 프랑스-네덜란드,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연수한 후 작성된 보고서는 서로 다른 나라를 다녀왔다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닮은 점이 많았다.
두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방문도시 및 기관에 대한 설명을 출처 표기 없이 포털 블로그나 백과사전에서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Post 물포럼을 대비한 대구시 정책 개발 방향”(프랑스-네덜란드 연수보고서),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시 착안사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연수보고서)라고 마치 연수 후 얻은 시사점을 정리한 듯 써 놓은 이 항목 내용이 서로 일치했다.
결론은 연수를 다녀오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셈인데, 대구시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물 산업을 명분으로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것이 아닌지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특히 이 두 보고서는 확인 가능한 대구시 30개 보고서 중 가장 심각하다. 대부분이 블로그, 백과사전이나 언론 보도 내용이어서 사진과 베낀 내용을 제외하면 보고서를 썼다고 보기 힘들다.
이번에 확인한 보고서 17건 중 포털 짜깁기 흔적이 보이지 않는 보고서는 2014년 홍콩-마카오 연수 보고서뿐이다. 이외에 모든 연수보고서에서 포털 짜깁기 흔적이 발견됐고, 출처 표기는 ‘당연히’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