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⑤ 숙제=동북권+네트워크+규모·내실

“달구벌건강주치의, 비용 대비 효과적···규모적 한계 존재”
보건·의료·복지 통합 네트워크의 범위 확대 필요성
1, 2차 병원으로 확대한 의료기관 협력 체계도 
2차 협력병원의 또 다른 필요성, 동북권의 공백
달구벌건강주치의 수혜자 75.8% 서남권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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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14년 12월 도입된 달구벌건 강주치의 사업은 올해로 햇수로 10년 차다. 그사이 부침이 없진 않았지만,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곳곳에 숨겨져 있던 복지 사각지대의 시민을 발굴해 희망을 안겼다. 절망 속에 있던 그들은 달구벌 사업을 통해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희망이 건네진 이는 1,733명(2022년 9월 기준). <뉴스민>은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과거를 톺아, 성과를 살펴보고, 더 큰 희망을 위한 숙제도 짚어본다. 본 기획 취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진행됐고, 7회에 걸쳐 나눠 연재된다.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① “달구벌 때문에 희망을 가졌어요”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② “이젠 끝이구나···” 사각지대를 제도 품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③ 고립 1020의 문을 열고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④ 8년간 복지사각지대 717명 발굴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⑤ 숙제=동북권+네트워크+규모·내실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⑥ “돈 없어도 괜찮아. 나가서 봐줄게” 두 가지 원칙에서부터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⑦-1. “취약계층 희생으로 공중 보건 위기 극복···희생자, 무작위 선정되지 않아”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⑦-2. 더 나은 취약계층 의료지원 정책을 위한 제언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이 지난 8년 동안 지역 취약계층 1,733명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지사각지대에 있던 828명(연인원)을 각종 보건·복지 서비스 제도권 안으로 편입한 성과를 냈지만 숙제는 있다. 숙제는 사업 안과 밖에 걸쳐 확인되는데, 크게 3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서울 북부병원 ‘301네트워크’ 사업, 전국 확산
“달구벌건강주치의, 비용 대비 효과적···규모적 한계 존재”
잠재 수혜자 많은 대구···독거노인,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 높아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숙제는 사업의 규모와 내실이다. 현재 대구시가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에 들이는 예산은 유사 사업과 비교할 때 결코 많은 수준은 되지 못한다. 사회복지와 의료서비스의 연계·협력 체계 구축을 목표로 구상된 사업의 시초는 서울 북부병원에서 처음 시작된 ‘301네트워크’ 사업이다. 301네트워크는 2013년 도입되어서 서울 9개 시립병원으로 확대 운영되다가 2019년부터 퇴원환자 케어 연계 사업 중심인 ‘서울케어 건강돌봄 네트워크’ 사업으로 전환됐다.

강원 지역 5개 의료원을 포함한 전국 8개 지방의료원이 301네트워크 형태를 차용해 운용을 이어가고 있고, 달구벌건강주치의 역시 301네트워크를 모티브로 해서 마련한 진화형 사업으로 볼 수 있다. 부산의료원도 301네트워크에서 차용한 ‘3for1(보건·의료·복지 통합서비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지역 공공의료원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이 사업들은 취약계층에게 보건·의료·복지를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공유하는 만큼 사실상 같은 사업으로 볼 수 있다. 대구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지난해 12월 ‘건강불평등 완화 방안 연구 :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펴내면서 유사 사업 2곳과 비교해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실태도 분석했는데, 지원단은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인한 규모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지원단은 “사업 수혜 대상자 규모는 유사 사업 대비 다소 적지만, 투입 인력과 예산 대비 효과적”이라며 “투입 인력 대비 실인원 수는 달구벌건강주치의가 49.5명으로 타 사업 대비 준수한 수준이며, 2021년 기준 수혜대상 1인당 사업비가 유사 사업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적은 인력과 돈으로 많은 수혜자를 내는, ‘가성비’ 있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달구벌건강주치의는 2021년 기준으로 4명으로 사업을 시행해 왔다. 의사 각 1명과 간호사 2명, 사회복지사 1명이 전부였다. 부산의료원이 3for1 사업을 위한 별도 센터를 구성하고 11명을 투입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다. 부산시는 한 해 7억 원이 넘는 예산을 3for1 사업에 쓴다. 한 해 2억 4,000만 원 수준인 달구벌건강주치의 3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2021년 기준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을 통해 199명이 수혜를 받고, 외래진료 615건, 입원진료 570건 뿐 아니라 150차례 방문 진료가 이뤄졌다. 3for1 사업을 통해 384명이 수혜를 받고, 외래 4,013건, 입원 597건, 방문 56건이 이뤄진 것과 견줄 때 인력과 예산 대비 빠지는 수준이 아니다. 가성비가 있는 사업인 만큼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대구는 대표적인 의료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독거노인인구나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이 높은 수준에 든다. 2022년 기준 대구의 독거노인가구 비율은 9.8%. 전국 9.1%보다 높고, 서울과 세종을 포함한 8개 특·광역시 중에서 부산(11.1%) 다음으로 높다. 의료급여 수급자 비중도 2022년 기준 9만 6,789명으로 인구 대비 4.0%다. 전국적으론 152만 2,292명으로 2.9% 수준이고, 대구보다 비중이 높은 도시는 전북(4.6%), 부산(4.3%), 광주(4.2%) 뿐이다.

2022년 기준 대구 전체 인구의 4%에 그치는 의료급여 수급자는 지난 8년간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 수혜자 중 58.6%를 차지한다. 의료급여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의료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의미이겠지만, 반대로 40%가 넘는 수혜자는 의료급여 수급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높고(2018년 기준 43.4%), 대구가 독거노인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구에는 잠재적 의료취약계층이 상당수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해진다.

대구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대구는 독거노인인구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전국에서 높은 수준”이라며 “잠재적인 의료 수요가 꾸준히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욕구 대비 한정된 예산을 고려할 때 취약계층의 건강안전망 강화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특히, “외부 지원 예산이 2~3년 내 고갈될 예정이므로 자체 예산의 추가 확보와 안정적인 외부 지원금 확보, 사업 수행기관 확충 등을 통해 사업 규모를 확대해 취약계층에 대한 건강안전망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의료원 달구벌건강주치의사업 전담 의료진과 사회복지사(왼쪽부터 박찬주 간호사, 박종명 과장, 박광우 복지사)

단순히 규모 키우는 방식 아니라 적재적소 강화 필요
올해 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각 1명 추가 고무적
현장에선 간병비, 약제비 지원 필요성 강조

단순히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론 충분하진 않다. 10년 차에 접어들면서 다져진 내공을 바탕으로 빈틈을 메우는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작정 지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달구벌건강주치의에 간호사 1명이 추가 배치되고, 정신건강 사회복지사도 배치된 건 그런 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달구벌건강주치의 수혜자의 외래진료 현황을 보면, 사업 초반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던 정신과 진료 비중이 2018년부터 크게 늘었다. 알콜 의존증과 우울증 등의 질환을 가진 수혜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연간 진료과별 달구벌건강주치의 진료환자 현황. (자료=건강불평등 완화 방안 연구: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효과 분석)

예산도 마냥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족함을 호소하는 영역부터 우선해 늘리는 고민이 필요하다. 현장에선 간병비와 약제비 지원이 현재보다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달구벌건강주치의 수혜자 중 많은 경우가 독거인이어서 따로 간병할 수 있는 가족이 없는데 이럴 경우 간병인 지원이 절실하고, 환자 특성에 따라 간호 현장에서 간병비 집행에 융통성이 발휘될 필요성이 있지만, 현재는 어려움이 따른다. 약제비도 1인당 지원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서 비급여 약을 써야 하는 환자는 쉽게 상한선을 초과하게 된다.

대구의료원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팀 전담 박찬주 간호사는 “양보다 질적으로 간병비라든지, 개별 환자한테 서비스가 더 필요한 게 있는데 평균적으로 나누다 보니 질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밸런스가 좀 맞지 않은 셈이다. 더 많은 후원이 이뤄지는 건 좋지만, 그걸 질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복지 통합 네트워크의 범위 확대 필요성
1, 2차 병원으로 확대한 의료기관 협력 체계도 

규모를 키우고 내실을 다진다고 해도 수혜자를 효과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할 수 없다면 의미는 퇴색된다. 수혜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역사회에서도 지원을 이어가기 위해선 기존의 보건·의료·복지 통합 네트워크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도 있다. 사업 접근성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지역사회에서 수혜자를 발굴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추가하고, 대구의료원과 대형병원간 연계에 그친 의료기관 협력을 1, 2차 병원으로까지 확대해 지역사회에서 더 밀도있는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수혜자 1,733명 중 절대다수(86.7%)는 구·군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의뢰가 이뤄졌고, 복지시설·지구대·가족·의료원이 발굴한 사례는 13.3%에 그친다. 이중에서도 복지시설이 12.3%를 차지해서 발굴 루트는 행정복지센터에 치중된다. 수혜자들이 도움을 호소할 수 있는 1차적 기관이 행정복지센터라는 점에서 당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수혜자들이 반복적으로 달구벌건강주치의에 의뢰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돌아간 지역사회에서 이들을 돌보는 역할은 복지센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을 잘 아는 통장부터 지역단체, 복지시설까지 이중, 삼중으로 구축된  발굴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1, 2차 협력병원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상황과 같은 이유로 시급하게 갖춰야 할 네트워크다. 수혜자들이 3차 병원 진료가 필요할 정도로 중증의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동네 의원급 1차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도 적지 않다. 2차 종합병원인 대구의료원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수혜자를 맡아줄 의원·병원급 협력기관이 있다면 대구의료원과 상급종합병원은 더 중증의 환자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지역 보건소를 포함한 의원급 병원과 오밀조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지역사회에서의 케어도 더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다.

2차 협력병원의 또 다른 필요성, 동북권의 공백
달구벌건강주치의 수혜자 75.8% 서남권에 집중 

2차 협력병원 네트워크 필요성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추가된다. 바로 동북권의 공백이다. 대구는 동북권(동·북·중·수성구)과 서남권(서·남·달서·달성군) 2개 진료권으로 나뉘는데 대구의료원은 서남권에 속한다. 그탓에 동북권 취약계층은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혜택을 받는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지난 8년간 복지센터를 통해 의뢰된 수혜자(1,502명)의 지역별 분포에서도 현실은 그대로 드러난다. 동북권에서 의뢰된 수혜자는 24.2%에 그친 반면, 서남권 수혜자가 75.8%에 달한다.

▲2015년(’14년 12월 포함)부터 2022년 9월까지 지역별 달구벌건강주치의 수혜자 현황 (자료=건강불평등 완화 방안 연구: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효과 분석)

동북권 깊숙한 북구에 사는 현지(가명, 참고=[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③ 고립 1020의 문을 열고) 씨도 달구벌건강주치의가 자신에게 큰 변화를 줬지만, 접근이 어려운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비만한 현지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환승을 포함해 1시간 가량 이동해야 해서 대구의료원을 찾는 게 어려웠다. 복지시설과 대구의료원이 차량 제공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현지 씨가 치료를 계속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제2대구의료원 건립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이처럼 지역별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시설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군위군이 대구로 편입되면서 동북권 진료 영역은 더 넓어질거여서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필요성은 커진다. 현장에선 동북권에 있는 2차급 병원을 협력병원으로 삼는 걸로 해소하고자 하지만, 공공성 보다 사업성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민간병원이 기존의 달구벌건강주치의의 사업 취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