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금고를 열다] ③ 2017년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 폐기 의혹 전국에서 확인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예산·회계 기록물 보존은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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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가 진행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 시즌2에 대구/경북 검찰청 검증을 담당하는 언론사로 참여했다. 뉴스타파와 뉴스민을 포함해, 경남도민일보,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언론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고,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했다. 결과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검찰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 관리 문제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해명이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의 검증 결과 드러났다. 14일 오후 뉴스민을 비롯한 전국 6개 언론사와 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공동취재단은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 정문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1차 검증에선 한 장관의 엉터리 해명을 증빙하는 자료와 전국적으로 드러난 특수활동비 오남용 사례가 공개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월 뉴스타파와 3개 시민사회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가 진행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특활비 검증 과정에서 지적된 2017년 상반기 특활비 증빙자료 불법 폐기 의혹을 “2개월마다 폐기가 원칙”이라거나 “교육할 때 월별 폐기가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전국에서 확인된 검찰의 특수활동비 관리 실태를 보면 검찰청마다 2017년 특수활동비 자료 보유 현황이 제각각이어서 일정한 원칙이나 관행이 있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른 기록물 보존 연한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찰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선 방안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56개 검찰청에서 1차 특활비 자료 수령이 이뤄졌고, 이중 42곳은 2017년 1월부터 8월 사이 자료가 부존재 했다.

14일까지 전국 검찰청 67개 중 2017년 이후 개청한 2개를 제외한 65개 중 56개 검찰청에서 1차 특활비 자료 수령이 이뤄졌다. 56개 검찰청의 특활비 자료 중 2017년 자료 현황을 보면, 42곳은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자료 부존재, 9곳은 일부 존재했지만, 부산지검과 부산지검 동부지청, 서부지청, 광주지검, 광주지검 장흥지청 등 5곳은 전체 기간 자료가 부실하나마 존재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광주지검의 경우엔 특활비 출납을 기록한 장부는 있었지만 장부의 지출 기록이 사실인지 증빙할 수 있는 영수증 등 자료는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고, 부산MBC가 확인한 부산지검도 지출 장부는 있었지만, 현금수령증이나 집행내역확인서는 없었다.

▲뉴스민이 자료를 확인한 대구지검 서부지청과 김천지청, 상주지청 등 대구경북 검찰청 10곳 중 3곳이 2017년 전체 자료를 불법 폐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됐다.

반면에 대구지검 서부지청, 김천지청, 상주지청과 광주지검 해남지청 등 4곳은 2017년 8월까지 자료뿐 아니라 2017년 전체 자료가 통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뉴스민이 자료를 확인한 대구지검 서부지청과 김천지청, 상주지청 등 대구경북 검찰청 10곳 중 3곳이 2017년 전체 자료를 불법 폐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됐다.

지난 6월 23일 이후 검찰과 법무부, 한동훈 장관 등은 2017년 4월 이영렬 돈봉투 만찬 사건 이후 검찰이 자체적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한 9월부터는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론 그 이후에도 부실하게 관리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서부지청 관계자는 “찾을 수가 없다”며 “폐기 기간이 만료된 건 맞지만, 폐기를 해서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찾을 수 없다”고 말했고, 김천지청과 상주지청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만 반복했다.

이처럼 특활비 자료 부존재가 불법 폐기에 의한 것이라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7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범죄 행위다. 한 장관의 설명처럼 ‘폐기 지침’이 있었다고 해도 범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절도를 해도 된다는 지침이 있었다고 해서 절도행위가 범죄가 아닐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법정형으로 보면 기록물 무단폐기가 절도죄보다 높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