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승진? 윤석열 정부는 왜 고발사주 비호할까

지난 9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서 고발사주 의혹 공판이 열렸다. 오후 2시 16분 재판이끝나고 20분 후 검찰은 인사안을 발표했고, 피고인 손준성 검사는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의혹을 최초 보도한 지 2년만의 일이다.

손 검사가 사법적으로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사실이 있고 손 검사의 검사 윤리 위반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차례로 맞이한 현실은 이렇다. 첫째,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시점인 2022년 6월 28일 손 검사는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발령났다. 검찰 내에서 이 자리는 대표적인 ‘승진코스’로 꼽힌다. 둘째, 대검찰청은 손 검사를 감찰한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징계하지 않았다. 셋째, 손 검사는 결국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을 지휘할 권한이 있다. 수사지휘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법무부가 검사를 감찰하고 징계할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지휘하는 자리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고발사주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손 검사의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기꺼이 인정하고 손 검사를 징계해야 정상이다. 재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해도 ‘무혐의 무징계’ 결론을 내려야 할 이유는 없다.

고발사주 사건에 관해 사실로 밝혀진 것만 살펴보자.

1.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의 김웅 의원은 고발장을 전달받아 조성은 씨와 고발장 접수를 논의했다.

고발장은 2020년 4월 3일과 같은 달 8일, 두 차례에 걸쳐 전달됐다. 김 의원은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고발장을 당시 같은 당에서 함께 선거를 뛰고 있던 조성은 씨에게 전달했다.

김 의원과 조 씨는 고발장 접수 전략을 놓고 통화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자신이 직접 검찰에 가서 고발장을 접수하면 안 되는 이유를 밝힌다.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처럼 된다.” 이에 대해 ‘김웅이 윤석열측과 고발을 공모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는데,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 스스로 ‘내가 검찰 출신이고 이것은 윤석열 총장 관련 사안이니, 나와 윤 총장이 공모했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고발장을 본인이 검찰에 접수하는 그림을 피했을 수도 있다.

조 씨의 텔레그램에 남아 있던 고발장은 피고발인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등 열린민주당 관계자, 언론사 관계자 7명, 성명 미상자 등 총 11명을 적시했고, 피해자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 배우자 김건희 씨, 한동훈 검사장 3명을 적시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내용은 김 의원과 조 씨가 4월 8일 받은 2차 고발장과 흡사한 내용이었다.

2. 고발장의 최초 전송자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다.

조성은 씨에게 고발장이 전송되며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기가 남았다. 고발장을 조씨에게 전달한 사람은 김웅 의원이지만 그 전에 고발장을 전송한 사람은 ‘손준성’이라는 의미다. 언론의 검증 결과 이 ‘손준성’은 2020년 4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와 동일 인물이었다.  

손 검사는 자신이 고발장의 전송자가 아니며 누군가로부터 고발장을 받았을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그렇다면 텔레그램에 ‘손준성 보냄’이 뜨지 않는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고발장을 보내줬지만 ‘김웅 보냄’이라고 뜨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발장 최초 전송자는 손준성 검사다.

김웅 의원의 경우 손 검사가 보낸 메시지를 조씨에 앞서 받았고, 손준성 검사와 친분이 있기 때문에 손 검사와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텔레그램 특성상 김 의원이 손 검사가 곧바로 고발장을 받았다는 확증은 없다.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불기소된 이유도 이것이다. 다만 뻔히 ‘손준성 보냄’이 찍혀 있고 김 의원과 손 검사가 친분이 있는데도, 김 의원이 이를 의식하지 않고 일을 진행했는지 의구심은 남는다.

‘고발장 작성자가 누구인지 모르니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다’는 억지 주장도 있었다. 폭탄을 운반하다 잡힌 테러리스트가 “나는 폭탄 제조자가 아니며 제조자가 누구인지 모르니 나는 무죄다”라고 외치는 격이다. 최초 전송자 손준성 검사는 고발사주 가담자임이 확실하다. 

3. 고발장은 페이지별로 촬영된 이미지 형태였다. 고발사주 전날 한동훈 검사장은 손준성 검사가 있던 단톡방에서 60여장의 사진을 전송했다.

한동훈 장관이 고발사주에 관여했다는 근거는 없기 때문에 그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4월 3일의 고발사주를 앞둔 시점에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손 검사, 대검찰청의 권순정 대변인이 속해 있던 단톡방에서 모종의 대화가 이뤄진 사실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한 검사장과 권 대변인 둘이 대화를 했다면, 가령 ‘당시 검언유착 의혹이 보도되고 있었기에, 권 대변인이 한 검사장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봤거나, 혹은 한 검사장이 권 대변인에게 언론 대응 방안을 문의했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하지만 고발장 최초 전송자인 손준성, 대검의 ‘입’으로 언론 담당자인 권 대변인, 언론의 의혹제기를 받고 있었으며 다른 둘과는 달리 대검 소속이 아닌 한 검사장이 같은 단톡방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기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단톡방의 대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몇 건의 대화가 있었는지, 어떤 파일이 전송되었는지는 확인 가능하다. 세 사람이 있던 단톡방과 한 검사장과 손 검사 둘 사이에 오간 메시지를 합쳐 송수신 횟수는 2020년 3월 31일 93회, 2020년 4월 1일 66회, 2020년 4월 2일 138회다. 고발사주 의혹 공판 도중 추가로 알려진 사실도 있다. 손 검사가 고발장을 최초전송하기 하루 전인 2020년 4월 2일 한 검사장은 이 채팅방에서 60여장의 사진을 전송했다. 물론 사진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4. 고발장 및 판결문 전송을 전후해 손준성 검사가 있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몇몇 관계자들의 검색 행위가 있었다.  

4월 3일 오전 10시 26분부터 10시 28분까지 손준성 검사가 최초 전송하고 김웅 의원이 전달받은 자료에는 고발장뿐만 아니라 ‘제보자X’로 알려져 있던 지모 씨에게 과거 내려진 판결문 3건도 있었다. 지모 씨는 당시 윤석열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에 관한 의혹 제기와 공세의 선두에 있던 인물로, 주가조작 및 사기 전과가 있었다. 이 판결문이 실명으로 되어 있어 이것만으로도 검찰이나 법원의 관계자가 검색했다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은 바 있다.

손 검사가 판결문을 전송하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손 검사는 함께 일하는 수사정보2담당관 성모 검사와 오전 9시 31분, 9시 47분, 10시 9분 세 차례에 걸쳐 검찰 메신저로 대화했다. 성 검사는 오전 10시 12분부터 10시 19분까지 지 씨 판결문 5건을 검색했다. 성 검사의 직속 하급자인 대검 검찰연구관 임모 검사는 이미 그 이전인 오전 9시 14분부터 21분 사이에 지 씨의 판결문을 검색했다. 이날 오후 1시 42분에는 임 검사의 IP로 누군가 한국법조인대관 검색사이트에 접속해 고발장의 고발대상 중 일원인 ‘최강욱’을 검색했다.

2020년 4월 8일 당시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2차 고발장이 전달된 그날도 수상한 검색행위가 일어난다. 임 검사는 오전 11시 12분 임 검사는 ‘진실과화해’라는 키워드로 공직선거법 관련 판결문을 검색했다. 손 검사는 오후 4시 2분경 2차 고발장 출력물을 전송하는데, 여기에는 임 검사가 조회한 판결문 내용이 고발 근거로 인용되어 있었다.

5. 고발사주 의혹 수사 중에 검찰측 피의자들과 김웅 의원은 포맷, 안티포렌식 앱 설치, 블랙박스 영상 삭제 등의 행위를 했고, 일부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고발사주 의혹이 언론에 최초 보도된 2021년 9월 2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야근 도중 PC 25대를 포맷했다. 대검수사정책정보관실은 2021년 8월 20일 PC 25대를 새 PC로 교체했는데도 10여일만에 포맷한 것이다. 같은 날 김웅 의원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김 의원의 자택, 차량, 휴대전화 등에 대해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2021년 9월 10일, 김 의원은 압수수색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에 차량 블랙박스를 모두 삭제했다. 이날은 손준성 검사의 휴대전화도 압수수색되었는데 손 검사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다음날인 9월 11일 새벽, 수정관실 소속 임 모 검사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삭제된 데이터의 복구를 막는 안티포렌식 앱을설치했다. 9월 13일에는 손 검사가 텔레그램을 탈퇴했다.

9월 16일에는 임 검사가 텔레그램 및 카카오톡 내역을 삭제했고, 9월 17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기 전에는 성 모 검사와의 통화내역과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삭제했다. 임 검사는 9월 21일에 안티포렌식 앱을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다. 9월 28일에는 성 검사가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 관여 의혹은 계속된다…‘손준성 비호’는 명백한 현실

종합해보자. 손준성 검사의 고발장 전송과 판결문 유출은 검사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대검관계자들이 집단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있다. 더구나 검찰 관계자가 흘린 자료가 특정정당 관계자에게 접수되었다. 재판 결과를 떠나 이것만으로 검찰 사상 초유의 비리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총장의 뜻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고발사주를 했겠느냐’는 의심은 사그라들 수 없다. 제보자가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났었다는 사실을 놓고 윤 대통령이 아무 근거 없이 국정원장 배후설을 만들고 ‘공작 정치’, ‘제보 사주’라고 주장했던 것은 그 자체로 악랄한 행위거니와, 거꾸로 윤 대통령의 관여 의심을 더 북돋는 행동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검사 관여가 확인되면 사과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아직도 사과하고 있지 않고, 고발사주에 관여한 손 검사는 오히려 승진했다. 고발사주 관여 의혹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윤석열 정권의 고발사주 비호’ 뒤에는 ‘의혹’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도 없다.   

앞으로의 일정을 정확히 기약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 고발사주 재판은 선고 결과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손 검사가 일부 혐의에서 무죄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판결문 유출 문제는 합리적으로 변론될 여지가 없다. 모두 무죄가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이며 결국 처벌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죄가 확정된다면 손 검사를 승진시킨 법무부와 윤석열 정권은 최고의 고비를 만날 것이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판 조국사태’이기도 했다. 뻔히 나온 근거로 입증되는 사실이 있는데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극성 지지자들은 허위선동을 일삼았고 제보자를 인신공격했다. 여기 가담한 지식인 가운데 지금까지 사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