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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49재를 맞는 4일, 대구교육청 앞 광장에 검은 상복을 갖춰 입은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 비정규직 1,000여 명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추모제에 앞서 교육부가 “불법 집단행동을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오히려 분노를 자극한 모양새다.
4일 오후 4시 30분 대구교육청 앞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분향하러 온 시민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사망한 서이초 교사와 더불어 최근 사망한 다른 교사들도 함께 추모하며 분향하고 헌화했다. 이날 열린 ‘故 서이초 교사 49재 대구 추모집회'(49재)에는 연가나 병가를 쓰고 온 교사도 상당수 포함됐다. 다만 49재 주최 측이나 대구교육청도 정확한 집계는 하지 못했다. 대구에서 학교 단위로 재량휴업한 곳은 없다.
49재 참가자들은 분향소 앞에 나와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자유발언은 교사 외에도 학부모, 예비교사, 기간제 교사 등 다양한 구성원이 나섰다. 광장의 공간 부족으로 참가자들은 교육청 정원에까지 들어섰다. 이들은 49재 진행 도중 교육당국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교육청을 향해 서서 94초간 침묵하는 퍼포먼스도 했다.
대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한 학생의 행동을 도저히 지도할 수 없는 지경이 돼 교장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조금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후 두려움에 떨게 됐다”며 “그 학생으로 인해 다른 학부모의 민원까지 받게 되면서 숨쉬기조차 힘든 날이 이어졌다. 서이초 선생님의 상황을 감히 짐작 못 하지만 자신을 지켜줄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의 외로움은 안다. 그래서 힘겹게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한 교사는 교권이 확립되지 않은 탓으로 규정하는 일각의 목소리를 비판했다. 이 교사는 “교실 문제로 관리자에게 어렵게 도움을 청했는데도 도움받지 못했다. 선배 교사는 위로한다며 체벌을 못 해서 문제라고 하더라. 나는 매일 자책했다. 내가 단호하지 못해서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다른 방식으로 지원받고 싶었다. 어린이의 인권을 짓밟고 찾는 평화는 평화가 될 수 없다. 그 방식대로 저년차 교사, 여성 교사, 비정규직 교사에게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권 얘기하며 학생 인권을 무시하는 대책을 내놓은 행태가 보인다. 학생을 벌할 권리가 필요한 게 아니고 교사의 인권을 보장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회를 주최한 새로운학교대구네트워크, 전교조 대구지부, 좋은교사운동은 공동결의문을 통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징계 협박을 중지하고 교사에게 사과하라. 공교육 멈춤의 날은 교육공동체 분열이 아닌 회복의 날로, 교육권과 학습권을 지키려는 선생님들의 외침”이라며 “공교육 붕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한 요구에 즉각 응답하라”라고 밝혔다.
이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관련법 개정 ▲학교 민원관리시스템 구축과 피해 교사 보호 적극적 조치 방안 마련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한 지원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앞서 27일 교육부는 49재를 앞두고 “9.4 집단행동은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며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교육이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2일 국회 앞에서 교사 등 수만 명이 모여 교육부 성토 목소리를 내자 3일 교육부는 다시 호소문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경고 수위를 낮춰 징계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집회 불참을 요청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30분 경북교육청 앞에서도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49재가 열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