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의 생활폐기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분리배출 문제도 심각하다. 2012년 경산시 생활폐기물 주민지원협의체는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쓰레기 반입을 8일간 거부하기도 했다. 경산시는 매년 쓰레기 분리배출 홍보 활동을 벌였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이 때문에 경산의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은 앓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자연도 몸살을 앓는다. 이에 <뉴스민>은 ‘경산은 쓰레기 앓이 중’을 연속보도한다. [경산은 쓰레기 앓이 ①] “불법투기…대한민국 이런 곳 없습니다” [경산은 쓰레기 앓이 ②] 소각·재활용 단가 6만원 차···민간위탁 후 재활용 12.8% 줄어 |
“최경환 XXX”
“최영조도 썩었어”
소리 죽인 농담이 익살스럽다.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는 아니고···깊이 잠든 경산에서 익살을 뱉는 이들이 있다. 새벽 4시. 이들은 지난 하루 경산이 뱉어낸 쓰레기를 주워 담는다.
5월 30일 새벽 4시. 생활 폐기물을 수거하는 청소노동자들은 경산시 전역의 생활 폐기물 수거를 시작했다. 먼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면, 나머지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생활폐기물을 수거하는 차량에는 회전판이 달려있다. 이곳에 쓰레기봉투를 넣으면 회전판이 씹어 삼킨다. 봉투가 터진다. 종종 유리병 깨지는 소리가 “쨍강” 들린다. 음식물 썩은 내를 풍기기도 한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 없을 겁니다. 불법 투기 단속도 안 하고, 시민 의식도 안 바뀌고···시는 그저 민원만 없으면 된다고 여기는지, 지도도 안 합니다” (전덕수, 48)
경산시는 청소노동자 일부만 직접 고용한다. 나머지는 위탁업체에 용역을 준다. 위탁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배출된 쓰레기를 수거하면,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이 잔재물 정리 등 마무리를 했다.
경산시는 현재 5개 업체(경산환경, 성암환경, 웰빙환경, 대일환경, 고일환경)에 생활폐기물·재활용품 수거·운반 업무를 위탁했다. 직접고용 노동자들은 114명이다. 경산시에 따르면 이들의 업무는 ▲가로 청소 ▲거점 수거지 불법투기 쓰레기 처리 ▲가로 낙엽 수거다.
십수 년간 새벽일을 해온 위탁업체 청소노동자들은 최근 일이 늘어나면서 시름이 깊어졌다. 배출되는 쓰레기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경산시에 따르면 2015년 하루 일반쓰레기 배출량은 168.1톤이다. 2014년 166.2톤, 2013년 156.5톤, 2012년 170.3톤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업무량이 늘어난 이유는 2015년 중순부터 잔재물 정리와 불법투기 생활폐기물 정리까지 위탁업체 청소노동자들이 맡게 되면서다. 2015년 중순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불법투기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았다. 또, 수거 이후 잔재물은 경산시가 직접고용한 청소노동자들이 해결했다.
그러면서 경산시는 위탁 업체 평가도 시작했다. 위탁업체 청소노동자들은 경산시가 잔재물 정리 상태 등을 평가하면서 낮은 점수를 받은 업체에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실제 고일환경을 제외한 다른 4개 업체는 이윤이 25% 삭감됐다. 위탁업체 청소노동자들은 이제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쓰레기까지 처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최종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지부 경산환경지회 사무국장은 “우선 업무 강도가 늘어나 노동자 입장에서 불만이 많아진다. 사고 위험도 커졌다. 실제로 늘어난 업무 때문에 부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생겼다”라며 “경산시가 무단 투기 계도에 나서고 시민의식이 나아져야 하는데 그저 노동자를 쥐어짜서 민원이 안 들어오는 것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직접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은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희점 한국노총 전국연합연맹 경산시청 환경분야 노동조합 위원장은 “종량제 봉투 포장된 쓰레기만 가져가면 오히려 더 더러워진다. 시에서도 그래서 위탁 업체에 수거를 지시한 것 같다”라며 “직접고용 환경미화원도 타 시도보다 부족해 추가고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재훈 경산시 자원순환과장은 “잔재물 정리 상태뿐만 아니라 주민 의견 등 종합적인 내용을 위탁업체 평가 항목에 넣었다”라며 “쓰레기 수거는 위탁업체에 떠넘긴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계약상 하기로 돼 있는 것인데 그 전까지 위탁 업체에서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