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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허승규 녹색당 부대표는 2023년 7월 2일부터 14일까지 13일 간 독일로 생명평화기행을 다녀왔다. 독일은 녹색당이 연립정부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한국의 녹색당 정치인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독일 역시 최근 극우정당 지지율이 20%를 넘기도 한, 완벽한 사회는 아니다. 2주 동안 허승규 부대표가 경험한 독일의 모습과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를 매주 연재한다.]
[허승규의 독일생명평화기행] (1) 경북 녹색당 정치인에게 독일은?
[허승규의 독일생명평화기행] (2) 프랑크푸르트 지하철역에서 만난 반려동물
[허승규의 독일생명평화기행] (3) 녹색당은 하루 아침에 집권한 게 아니다
[허승규의 독일생명평화기행] (4) 에베르트 재단에서 느낀 여당의 무게
정당의 정치재단이 있다고? 독일녹색당의 정치재단인 하인리히 뵐 재단 방문
베를린에서 이틀째 일정을 시작했다. 기행단은 독일녹색당의 정치재단인 하인리히 뵐 재단을 방문했다. 독일 정치는 독특하게 정당과 연결된 정치재단이 있다. 정치혐오가 가득한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 사회는 나치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 적극적인 정치교육과 민주주의 구축을 고민했다. 이를 위해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을 설립했고, 1976년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학자들이 치열한 토론 끝에 정치교육의 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도출했다.
세 가지 원칙은 ①강제성의 금지(강압적인 교화 교육 또는 주입식 교육의 금지), ②논쟁성의 유지(수업시간에도 실제와 같은 논쟁적 상황을 드러낼 것), ③정치적 행위 능력의 강화(학생 자신의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한 실천 능력을 기를 것) 등이다.1 이를 통해 정치적 차이와 사회적 갈등을 건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정치문화를 만들어왔고, 민심 그대로(정당 지지율) 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대의민주주의 내에서 최대한 사회갈등을 수렴할 수 있도록 통합의 제도정치를 구현해왔다.
이러한 배경으로 등장한 정치재단은 정치교육의 중요한 주체이다. 현재 독일에는 7개의 정치재단이 있고, 6개 재단이 정부 지원을 받는다. 재단은 재정 대부분을 정부 지원으로 충당한다. 국민들의 지지가 높을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정치재단에 들어가는 예산을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쏟아 붓는 낭비성 예산 아닐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은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1920~30년대 세상에서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지닌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나치제국이 탄생했다. 전후 독일은 민주주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불완전한 인간들의 집단적 실험인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따분해 보이는 정치교육과 정당정치를 일상과 생활에서 오랫동안 구축해왔다. 이를 위한 예산 지출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제2의 나치제국을 막기 위한 과감한 투자다.
그럼에도 정치재단에 대한 정부예산을 지원을 두고 헌법에 합치되는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1986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정치재단이 국가를 대신해 정치교육 등의 공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것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재단이 법적·사실적으로 정당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조직과 인력 또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결정했다.2
이처럼 정치재단과 정당의 관계는 독립적이지만 연결되어 있다. 제도적으로 하인리히 뵐 재단의 일부 이사진은 독일녹색당 소속이다. 정치재단은 연계 정당 바깥에서, 연계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펼치는 일종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주요 정치재단은 아래와 같다.
재단 이름 | 연계 정당 | 설립 연도 |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Friedrick-Ebert-Stiftung |
사회민주당(SPD) | 1925년 |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Friedrick-Naumann-Stiftung |
자유민주당(FDP) | 1958년 |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Konrad-Adenauer-Stiftung |
기독민주당(CDU) | 1964년 |
한스 자이델 재단 Hans-Seidel-Stiftung |
기독사회당(CSU) | 1967년 |
하인리히 뵐 재단 Heinrich-Boell-Stiftung |
녹색당 | 1996년 (통합 출범 연도를 기준) |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 Rosa-Luxemburg-Stiftung |
좌파당 | 2000년 |
한편 데지데리우스-에라스무스(Desiderius-Erasmus-Stiftung)재단은 극우정당인 대안당(AFD)과 연계된 재단이다. 연방정부는 ‘기본법 내에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그 수호를 지지한다는 것을 계속적으로 보장’하는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연방예산법에 근거하여, 에라스무스 제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독일대안당은 정당의 기회균등을 위반한 조치는 위헌이라며 연방정부 및 연방의회를 상대로 연방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2022년 10월 25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첫 번째 심리를 개최했다. 전후 독일 민주주의가 축적한 사회적 합의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지, 대안당은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 허약한 정당체제와 시민들의 정당혐오
정당 지지율대로 의석을 배분하지 않는 한국의 선거제도도 문제지만, 박정희 체제의 유산인 허약한 정당체제와 정당혐오 또한 한국 정치의 과제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위해 민주주의 정치발전을 유예시켰던 한국현대사의 과오는 현재의 한국 정당정치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한국 정당정치의 풍경은 정당의 당명이 수시로 바뀌고, 여당과 제1야당 대표를 번갈아가면서 맡아 선거 승리를 이끈 정치인이 존재하고, 친박연대라는 번역도 어려운 독특한 정당이 13.18%로 비례대표 지지율 3순위를 기록한다. 한국 정당정치의 불안정성과 이합집산은 다이나믹 코리아의 끝판왕이다.
2023년 한국의 집권 여당과 제1야당 내부의 계파 갈등은 권위주의,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생태주의와 같은 가치와 이념 구도가 아니다. ‘친윤’과 ‘비윤’, ‘친명’과 ‘비명’ 구도다. ‘친명’의 상당수는 과거 ‘친문’이었다. ‘친문’과 ‘친명’의 이념적 차이는 어떠한가. ‘친윤’ 중에서 과거 ‘친박’은 없었나. 한때 집권 여당의 최대 계파인 ‘친박’은 다들 어디로 갔나.
현재 거대양당의 최대 계파인 ‘친윤’과 ‘친명’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한국의 정당들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정체성을 규정하기가 어려워진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정체성은 참으로 복잡하다. 해방 전후까지 올라가면 지주들의 정당인 한국민주당과 연결된다. 국민의힘은 박정희 체제가 만든 민주공화당과 연결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양쪽을 다 넘나들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한국 정치판은, 이념적 차이나 정책적 차별성은 낮고, 역사적인 동질성은 높은데 비해, 상대 정치세력에 대한 공세적 언어는 격렬하다. 이에 비해 독일은 정당 간 이념적 차이나 정책적 차별성은 분명한 편이지만, 정치 언어는 한국보다 부드럽다.
총선 결과 이후 연립정권을 구성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토론해서 타협의 문서를 만들어낸다. 말로는 서로 죽일놈이라고 하면서 실제론 내로남불과 야합하는 정치가 나은가, 이념과 정책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내고 실제 정치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가 나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겉과 속,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보다는 애초부터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갈등을 통합으로 이끌어가는 정치가 훨씬 건강해 보인다.
여전히 한국의 기득권 정당은 선거제도 개혁 따위는 관심이 없고 압도적인 총선 승리와 당내 패권 구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한국의 정당 체계를 더 민주적으로 만들 것인지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 이것을 어떻게 개선해야할까.
당장 한국에선 하인리히 뵐 재단 같은 정치재단이 등장하긴 어렵다.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말이다. 결국 한국의 정당 스스로 정치적 효능감을 증명하고, 정당의 조직적 기반을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정당 스스로 강해져야 제도, 문화, 정서의 벽을 넘을 수 있다. 이런 일은 오래 걸리는 일이다. 녹색당을 오래해야 한다.
하인리히 뵐 재단 서울사무소 출범 소식
하인리히 뵐 재단은 독일녹색당과 연계된 정치재단이다. 재단의 이름은 독일의 소설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하인리히 뵐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인리히 뵐은 독일녹색당 창당의 주역이었다. 재단은 크게 3가지 사업을 한다. 정치교육, 국제교류, 연구사업이다.
정치교육이 중요한 것은 생태적인 문제와 민주주의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또한 생태계의 구성원이다. 민주주의의 확산은 생태적인 문제 해결에도 보탬이 된다. 한편 국제교류는 세계 34개 국가에 있는 해외사무소가 역할을 한다. 올해 서울사무소도 출범 예정이다.
독일 정치재단들의 해외사무소는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심의 국제교류를 펼친다. 정부의 외교부처가 해당 국가의 단일한 이익을 상정한다면, 정당들은 각자 생각하는 국익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국제교류가 가능하다. 하인리히 뵐 재단 서울사무소가 한국에서 연구사업을 한다면,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핵발전소 정책의 필요성 등을 연구하진 않을 것이며,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 국가에서 탈핵에너지전환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연구사업 주제일 테다.
이러한 독일 정치재단의 예산은 독일 연방정부에서 나온다. 예산 규모는 연계정당들의 지지율, 즉 민심의 크기다. 결과적으로 독일 정치재단의 국제교류 사업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독일인들의 국제 문제에 대한 인식, 외교안보적 판단이 어느 정도 반영됨을 뜻한다.
물론 정부의 외교부처 또한 선출된 권력의 통제를 받기에 민심의 영향을 완전히 받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연방정부 운영에 참여하지 않는 야당들도 정치재단을 운영할 수 있기에, 좀 더 다양한 관점의 국제교류 사업이 가능하다.
독일의 정치재단은 독일 내부 민주주의를 넘어 세계의 다양한 민주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하인리히 뵐 재단 서울사무소가 생긴다면 한국녹색당, 생명평화아시아를 포함한 한국 시민사회와 다양한 교류, 협력 사업이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의 교류와 협력을 약속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1980년에 창당한 독일녹색당의 중앙당사를 가다
다음 간담회 장소는 독일녹색당 중앙당사였다. 독일녹색당 페가(Pegah Edalatian), 하이코(Heiko Knopf) 부대표와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다. 한국녹색당보다 32년 전에 창당한 독일녹색당사 방문은 성지순례 느낌이 났다. 독일녹색당사는 당연히 한국녹색당사보다 컸지만, 녹색당 특유의(?) 허름하고 친환경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한창 공사 중이었는데, 당사 자체에 재생에너지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공사였다. 한국녹색당사도 태양광을 활용한 커피머신 기계가 있다. 독일녹색당 부대표는 ‘독일녹색당 건물이 곧 한국녹색당 건물’이라며 기행단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간담회가 시작되었고 사전에 준비한 질문을 드렸다. 2021년 신호등 연정 이후 어떤 쟁점 및 갈등이 있는지, 독일녹색당의 정책 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물었다. 최근 신호등 연정 내부에선 자유민주당과 예산안 관련 의견 차이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은 전통적으로 재정 감축을 선호해왔고,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이후 관련 지출 및 투자를 늘리려고 한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있지만 최대한 연정의 합의문을 준수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한편 독일녹색당은 연정 내에서 재생에너지인프라 구축, 이주민 인권 문제, 저소득층 어린이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사회정책 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독일녹색당의 핵심 의제인 기후위기와 관련된 캠페인은 언론과 산업계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핵심 의제인 만큼 독일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중요 과제이다.
자연스럽게 연정 합의문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 질문이 나왔다. 독일녹색당 부대표는 아주 간단히 답변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것은 신뢰의 문제다’ 합의문을 실행하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나중에 실행이 어렵다면 어렵다고 입장을 낼 수는 있겠지만, 어제의 약속을 오늘 뒤집는 식의 행동은 정치 상식 바깥의 일이란 생각이 느껴졌다. 상식 바깥의 일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이와 대조적인 한국 정치의 모습이 떠올랐다.
독일녹색당, 지역정치에서 연방정치까지
정당과 시민사회의 관계, 차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두 가지를 답변했다. ‘첫째, 정당은 정당으로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당은 기업을 포함해서 다양한 주체와 소통해야 한다. 독일 부대표의 답변을 들으면서 정당의 능력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시민단체와 달리 정당은 권력을 실제로 운영하고 실력을 결과로서 증명해야 한다. 정치적 능력이 없다면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권력을 다루는 능력(입법·행정권력 운영)과 권력을 획득하는 능력(지지율·득표율)이 아닐까.
‘둘째, 정당은 합의할 줄 알아야 한다.’ 정당은 끝까지 반대만 할 수는 없다. 어느 수준에선 합의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그렇다. 합의하지 않는 일이 더 쉬운 길일 수 있다. 상대방의 양보와 나의 양보를 절충하는 일이야말로 어려운 일이 아닐까. 정당은 시민단체보다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
독일 부대표는 원내진입이던 연립정권이던 기후·환경 문제에서 사회·경제·외교 문제까지 모든 분야를 다뤄야 한다고 했다. 한국녹색당은 갈 길이 멀다. 어떤 분야는 총론은 있지만 각론이 비어있다.
2021년 신호등 연정을 탄생시킨 독일 총선 성과의 비결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오랫동안 지역정치에서 능력과 신뢰를 쌓아온 것을 가장 먼저 꼽았다. 독일녹색당은 대체적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락하진 않았다. 독일녹색당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래에서부터 지역을 갈고 닦아왔다.
이와 함께 후쿠시마 핵발전소 참사와 같은 외부적 요인도 꼽았다. 외부적 요인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외부적 요인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주체들의 실력이다. 안동녹색당, 경북녹색당, 전국의 지역녹색당의 활동과 과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더 열심히, 아래에서부터 조직해야한다.
극우정당인 대안당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독일녹색당은 단호한 입장이었다. 독일 국민에게 두려움을 조장하는 대안당에 맞서 연대하고 싸우겠다고 했다. 독일녹색당이 분발해서 대안당의 흐름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파시즘에 맞서 지구적 평화를 내세워야 한다. 독일녹색당의 무게가 느껴졌다.
한국녹색당의 소명-한국 정치의 변방인 생태주의 정치의 현실적인 구현
간담회를 하면서, 결국 독일녹색당 부대표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한국녹색당원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란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이런 간담회는 왜 하는 것일까. 한국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비싼 비행기값을 지불하고 독일에 왜 온 것일까.
온라인으로 만나면 돈도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직접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마음의 힘이니까.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고,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없고, 혀로 맛을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비과학일 수 있는 ‘마음’ 말이다. 마음이든, 정신이든, 영혼이든, 심장이든, 하트(heart), 소울(soul), 마인드(mind), 어떤 표현이든 상관없다. 마음을 먹고 행동해야 바뀐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작심삼일’의 피가 흐른다. 약빨이 떨어질 때는 다시 마음을 챙겨야 한다. 2012년 창당 이후 11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국회의원 0명, 지방의원 0명인 한국녹색당 부대표의 최종 소감은 간단하다.
한국녹색당이 처한 위치는 독일녹색당과 너무나도 다르다. 독일녹색당과 동일선상에서 한국녹색당의 현재와 미래를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독일녹색당이 겪고 있는 고민은 말 그대로 참고사항일 뿐이다.
다만 지금 독일녹색당이 있기까지 녹색 운동과 녹색 정치를 연결하는 무수한 역사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은 새겨야 한다. 그들은 40년 동안 부단히 녹색 시민을 아래로부터 조직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변방의 녹색 의제를 독일 정치의 중심적인 의제로 끌고 들어왔다. 탈핵에너지전환과 같은 실질적인 변화도 이뤄냈다.
요즘 한국 정당 정치가 복잡하다. 거대양당 구도를 바꿔보기 위해 수많은 제3세력이 등장했다. 한국녹색당은 이러한 정세 변동을 참고만 할뿐 크게 흔들릴 필요가 없다. 한국녹색당의 소명은 해방 이후 수십 년 동안 한국 정치의 변방이었던, 한국 정치 바깥에 있었던, 변방에서도 변방인 생태주의 정치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일이다.
이는 한국의 녹색 운동도 해내지 못 한 일이다. 한국녹색당과 한국의 녹색 운동, 녹색 시민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이러한 소명을 좀 더 정치적으로, 조직적으로 풀어가 보자. 한국에 가서, 안동에 가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한국녹색당과 독일녹색당의 건승을 바라며 간담회를 마쳤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