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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군 한 사설목장에서 탈출한 사자가 사살되자, 동물권단체 등은 멸종위기종인 사자를 개인이 사육할 수 있었던 법적 미비점과 부적합한 양육 환경, 다른 고려 없이 쉽게 사살을 한 것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야생동물 사육 관리 감독 강화 및 보호시설, 인도적인 포획 대책 등을 촉구했다.
지난 14일 고령군 덕곡면 사설목장에서 사육되던 암사자 ‘사순이’가 열린 문틈으로 나와 4~5m 떨어진 숲에서 발견됐지만 1시간 여 만에 사살됐다. ‘사순이’는 새끼 때부터 20년 간 사람 손에 사육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동물자유연대는 논평을 통해 “대구 달성공원에서 탈출한 침팬지가 마취총에 맞고 사망한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일어난 야생동물 사망 소식에 비탄을 금할 수 없다”며 “사설목장에서 멸종위기종 사자를 키운 것과 관련한 위법 사항은 없었는지 확인해보니 동물원법이 제정된 2017년 이전부터 사육하던 개체로 사육시설은 2015년 허가가 이뤄졌다. 그러나 위법 사항이 없었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의 본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20년 넘게 동물을 길러도 지금의 법으로는 아무런 규제도 할 수 없다”면서 “해당 시설은 비좁았고, 무료함을 해소하거나 습성을 충족하는 조형물 하나 없었다. 생전 모습에서 사자가 발로 먹이통을 연신 긁는 행동을 보였고, 죽은 사자가 비쩍 마른 모습 등을 미루어 볼 때 해당 시설이 사자를 사육하기에 부적합하고 동물 복지 차원에서 심각한 고통을 줬을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국 곳곳에 야생동물 사육·전시 시설이 산재하도록 방치했으나 몇 개의 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이 사육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며 “동물 탈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도 인도적 포획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탈출한 동물을 죽이고 모든 게 마무리됐다는 식의 대응은 비극적 죽음을 계속 반복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더 이상 이 같은 탈출과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의 야생동물 사육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며 “야생동물이 시설을 이탈할 시 인도적인 포획을 위한 전문화된 대안 수립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같은날 녹색당도 논평을 통해 “왜 목장에서 사자를 가둬 놓고 길러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이를 제대로 인지 못한 고령군과 발견 후 즉시 사살한 경찰당국에 강한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 안전 조치가 필요했다면 목장에서 사자를 ‘사육’하는 행위를 엄격히 관리했어야 했고, ‘합법’적으로 사육되던 사자라면 안전하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탈출 1시간 여만에 사살됐다”며 “20년 동안 사자가 머물렀던 우리는 한눈에 보아도 좁다. 그곳에서 누군가의 돈벌이와 눈요기로 삶을 이어가던 사자는 허술한 관리의 틈을 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뛰쳐나오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14일 논평을 통해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앉아있던 사순이가 맹수라는 이유로 별다른 숙고 없이 피 흘리며 죽어가야 했는지 안타깝다”며 “사순이는 매우 말라있었고, 감금되어 왔을 사육장 안은 행동풍부화 도구 등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사물도 없이 시멘트 바닥 뿐이었다. 탈출 후 목장 바로 옆 숲속에 가만히 앉아있던 사순이는 그저 야생동물답게 흙바닥 위 나무 그늘 아래 몸을 뉘여보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자는 개인사육이 불가능하고, 사순이도 합법적으로 사육할 수 없는 개체여야 했지만 사각지대에서 개인 소유로 합법 사육되어왔다”며 “목장주는 전 주인에게서 사순이를 양수한 후 대구지방환경청을 통해 사순이 거처를 물색해봤지만 갈 곳이 없어 환경청의 형식적인 감독하에 개인인 목장주가 지금껏 사순이를 책임져 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환경부와 환경청은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전시동물들의 탈출과 고통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시설’이라는 답으로 귀결된다”며 “동물원 대신, 멸종위기종을 보전·보호 및 교육시설인 생츄어리(Sanctuary)의 전환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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