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불붙인 카카오택시 수수료 부당 논란, ‘대구로택시’에 득될까?

공정위가 대구시 손 들어준다면···
카카오모빌리티 계약 내용 등 변경 가능성
점유율 낮은 대구로택시로선 악재될 수도
공정위가 대구시 손 들어주지 않으면···
중복 수수료에 면죄부 주는 꼴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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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구시가 수수료 부당 징수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택시호출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다른 플랫폼 호출이나 일반 승객 탑승에도 수수료를 부과했다는 이유다. 일각에선 대구시가 카카오의 불공정 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칼을 빼들었다는 평이 나오지만, 공정위가 카카오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인정하든 하지 않든 그 결과가 대구로택시에 유리한 결론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지난 13일 대구시는 “독점 택시 플랫폼 업체의 과도한 호출 수수료 징수에 대한 지역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 부당 징수 사실을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상황 이해를 위해선 택시 운송 산업의 기본적인 사업 방식에 대해 알아야 한다. 현행 여객운수사업법상 운송플랫폼 사업은 ▲타입1(운송사업) ▲타입2(가맹사업) ▲타입3(중개사업) 총 3가지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타입2인 ‘카카오T 블루’와 타입3인 ‘카카오T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대구로택시도 타입3에 해당한다.

타입3는 카카오T 앱에서 ‘일반호출’에 해당하는 서비스로, 기사와 소비자 모두 수수료를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 단순 중개만 제공한다. 반면 가맹사업에 해당하는 타입2 ‘카카오T 블루’ 기사들은 매출액의 3.3∼4.5%(월 15~20만 원)의 수수료로 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사에게 중개뿐 아니라 홍보, 교육 등 택시 운영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구시가 문제를 제기한 서비스는 이 중 수수료가 발생하는 가맹 택시, ‘카카오T 블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전체 매출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카카오택시 앱 호출을 통한 매출뿐 아니라 대구로택시 등 타 플랫폼 앱을 통한 수입, 배회 영업을 통한 수입까지 수수료 책정에 포함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이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3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제12조6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봤다.

여기에서 따져봐야 할 지점이 있다. 대구시가 서로 사업 타입이 다른 ‘카카오T 블루’(타입2, 가맹)와 ‘대구로택시’(타입3, 중개) 간에 벌어진 문제를 공정위에 신고 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대구형 공공 택시 호출 앱’을 표방하며 서비스를 시작해 7월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한 대구로택시는, 업계 관행상 무료로 운영되는 타입 3 서비스들과 달리 호출 건당 200원(월 최대 3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원칙적으로 타입2 가맹 사업에 해당하는 ‘카카오T 블루’는 여타 가맹 사업과 마찬가지로 가맹주에 해당하는 택시 기사들에게 카카오 서비스 외의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순 있다. 다만, 택시 업계의 특수성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런 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택시 호출앱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독점 사업자이기도 한데다 ‘타다금지법’ 이후 택시플랫폼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리스크 탓에 입장을 내는 게 조심스러운 상황으로 추측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카카오T 블루는 가맹사업이기 때문에 플랫폼사가 전체 택시운행을 돕는 형태다. 수수료에는 브랜딩을 위한 홍보비, 기사 서비스 교육 등이 포함된다”면서도 대구시의 공정위 신고 건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카카오T 블루 입장에선 (계약서 등을 통해) 다른 호출 앱을 쓰지 않도록 했을 때 손해 볼 게 없다”면서도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타 앱을 못 쓰게 막는거냐는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카카오T 블루와 가맹사업을 맺었지만 가맹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라는 특수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타 앱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대구시 손 들어준다면···
카카오모빌리티 계약 내용 등 변경 가능성
점유율 낮은 대구로택시로선 악재될 수도
공정위가 대구시 손 들어주지 않으면···
중복 수수료에 면죄부 주는 꼴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위 결정이 대구시가 밀고 있는 ‘대구로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가 대구시 주장대로 ‘카카오T 블루’의 중복 수수료 이슈에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결과를 낸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타입2 가맹 사업 또는 타입3 중개 사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미 내부에선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과 두 가지 타입 중 하나의 사업만 운영하라는 국회 요구 때문에 타입3 중개사업 철수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구로택시가 카카오택시에 비해 소비자 이용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중개 사업 중단에 속도를 낸다면 기존 중개사업 서비스만 이용하던 기사들도 가맹사업에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월 대구시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하루 평균 택시 호출에서 대구로택시 호출 점유율은 약 20%다.

이렇게 되면 수수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기사들의 부담만 높아질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공정위 결과에 따르면서 수익성을 고려해 현재 권고 수준에 머무는 ‘타 호출 플랫폼 이용 자제’를 계약서에 명시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독점 기업 갑질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는 어려움은 있다.

반대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 부과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지금과 같은 수수료 정책에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 된다. 중개 사업 서비스만을 운영 중인 대구로택시와 대구시 입장에선 기사들의 불만에 대처할 길이 없어진다.

대구시 택시정책팀 관계자는 “대구로택시 유료화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에 수수료를 내는데, 대구로택시에 또 낸다’는 기사들 민원이 있다. 여론에 따라 공정위에 부당 징수 여부를 판단 받아보자는 취지로 신고한 것”이라며 “카카오T 블루는 가맹사업, 대구로는 중개사업인 것을 알고 있지만 카카오가 독점하고 있다는 업계의 특수한 상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 운행 택시 1만 3,500여 대 가운데 카카오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는 전체의 35%(4,700대)로 추정된다. 대구로택시는 전체의 78%(1만 500대) 정도로 상당수 여러 호출 앱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걸로 파악된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