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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담한 대화’는 한국사회의 성찰과 진전을 위한 사회적 대화 프로젝트입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경계없는 논쟁, 토론, 대화를 통해 공동의 대안을 모색합니다. 뉴스민은 ‘대담한 대화’와 함께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 해결 모색을 위한 집담회 자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 기사는 집담회 요약본이며, 참가자의 원고와 전문도 함께 제공합니다. ‘대담한 대화’의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양보하지 않고 절충점을 찾아 공존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3년 째 사원 문제가 풀리지 않는 탓에 주민과 유학생 당사자는 물론 지역사회 내에서의 갈등도 심화하는 가운데, 종교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일, <뉴스민>과 한국사회의 성찰과 진전을 위한 사회적 대화 프로젝트 ‘대담한 대화’가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 해결 모색을 위한 집담회를 열었다. 집담회에는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소속 박성민 목사(대구NCC 인권위원회 총무)와 박상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들), 박성수 박사(감리교신학대), 경북대 학생인 김상천 씨(윤리교육과)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진행과 기록은 뉴스민 박중엽 기자와 대담한 대화의 손우정 박사가 맡았다.
이날 토론회는 ▲사원 갈등 문제 확산 원인 ▲정치·행정 역할에 대한 평가 ▲주거권과 종교의 자유 충돌과 조정 방안을 주제로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사원 갈등 문제 확산 원인은?
‘인종주의 성찰 필요’ vs ‘문제 해결에 도움 안 돼’
‘사원 건축 장소가 핵심’ vs ‘수년 동안 자연스럽게 터 잡혀’
정치·행정 책임 방기는 한 목소리
사원 건축 문제가 풀리지 않고 악화일로를 걸은 이유에는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토론자들은 문제 진단을 다르게 하면서도, 정치와 행정, 특히 경북대학교의 책임 방기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비판했다.
박성민 목사는 문제가 악화된 원인에 한국사회의 인종주의적 사고 체계를 지목했다. 인종주의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뜻이라기보다, ‘무슬림’이라는 가상의 인종적 특징을 상정하고 그 가상의 특징에 맞게 대상이나 상황을 인식하는 무의식적 사고 체계를 뜻한다.
박성민 목사는 “성경 안에서조차 인종주의가 작동하는 일화가 있다. 그 일화에서 제자들은 굶주린 이방인을 보고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수는 유대인과 이방인을 구별 없이 애간장이 끊어질 정도로 불쌍히 여기셨다”라며 “사원 문제에서 행정적 실수가 첫 번째지만 그 배경에는 인종주의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상흠 변호사는 이에 “인종주의라는 지적은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이 문제 핵심은 종교 갈등도, 내외국인간 갈등도 아니고 사원이 건축되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한국에 다른 이슬람 사원에서는 대현동과 같은 갈등이 터져나오지 않는 점이 그 증거다. 사원 탓에 일조권, 조망권과 같은 평온한 일상을 추구할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김상천 씨는 사회적인 이슬람 혐오 문제를 지목했다. “낯선 것을 두려워하고 배제 및 제거하려는 감정이 있다. 말씀하신 주거권과 같은 여러 문제가 폭넓게 관련되지만, 지금은 그 낯섦과 두려움에서 비롯한 갈등을 부인할 수 없는 상태”라며 “학생 사이에서는 마치 이슬람이 테러집단인 것처럼 보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경북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박성수 박사는 “이슬람에 대한 이해 부족 탓이 크다. 경북대가 학생들을 유치할 때 무슬림의 기도와 같은 생활면에서도 이해하고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들을 필요로해 초청했으면서 그들의 종교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며 “반대로 무슬림도 주민이 왜 이정도로 격하게 반응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종교는 개인의 만족이 아닌 공동체의 선을 위해서도 기능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경북대 역할 부족에는 의견 모아져
“거버넌스 부재, 숙의 기회 없었다”
행정과 정치의 역할 부족 측면에서 박상흠 변호사는 “이 문제를 비롯해 최근 한국사회 전체가 분열과 갈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책임 기관이 복지부동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예를 들어 영국은 사원 건축에 앞서 토론회를 여는 제도가 있고, 독일은 정부 소통기구가 있다. 우리는 없다. 이 기회에 대구시가 백서도 만들고 반성해야 한다. 경북대는 무슬림과 수시로 좌담회라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목사는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거쳐서 숙의하면 기존에 형성됐던 여론도 바뀌는 사례들이 있다. 사원 건축 문제에서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김상천 씨는 “거버넌스 면에서 경북대의 부실 문제도 있다. 총학생회도 없고, 대학평의원회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본부는 문제 해결 의지 자체가 없다. 그래서 거버넌스를 복구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라고 꼬집었다.
주거권과 행복추구권, 종교의 자유가 맞설 때
절충 방법은 없을까
종교계, 언론 자성 필요 목소리
주민 공론장으로 모실 방안 고민해야
핵심 주제인 ‘각자의 권리가 충돌할 때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대한 점에서 참가자들은 ‘절충’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박성수 박사는 “제3자가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무슬림에게 예배 처소가 중요하듯 주민의 행복추구권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무슬림은 무엇을 위해 종교가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봐야 하고, 대현동 주민들도 왜 이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원을 옮겨가면 그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문제도 있어서, 보완적인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천 씨는 “복잡한 현대사회의 권리 충돌 문제에서 어느 한쪽만 손해가 0인 방법은 없다. 유학생들도 ‘아잔’(무슬림 기도 전 외침)을 크게 하는 식으로 무한정 자유로울 수 없고, 조심스럽지만 주민들도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는 건 욕심일 수 있다”며 “반대로 문제를 잘 풀었을 때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는 측면을 집중하면 좋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목사는 “유학생들도 지역 주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슬람도 결국 지역 커뮤니티의 평화를 이루는 것이 종교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다. 대화를 통해 공존 방향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흠 변호사는 “홍준표 시장은 이슬람과 기독교가 한 뿌리라는 말도 하던데 그런게 본질이 아니다. 이 문제는 피해에 관한 문제다. 행정기관은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중재에 더 나서야 한다”며 “언론, 특히 수도권 언론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주민을 이해하려는 측면보다 마치 야만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몰아가는 것처럼 보도해서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드는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원 건축 문제와 관련해 일부 종교 세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도 화두에 올랐다. 지난 5월 대구 반월당 인근에서 개신교계 교인 1,500여 명이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국민이 먼저다! 대구 대현동 주민 보호, 국민주권 침해 규탄 5.20 국민대회 및 기도회’를 연 바 있다. (관련 기사=개신교계 1,500명 대구서 “이슬람 아웃” 대규모 기도회···사원 건축, 종교 문제로(‘23.5.20.))
박성민 목사는 “한국 교회 밑바닥의 이데올로기적 갈등까지 연결된 심각한 문제다. 로잔언약(복음주의적 선언)이나 케이프타운 서약( 복음주의적 선언. 로잔언약의 연장선)도 보수적 선교 입장인데 이슬람을 존중하고 대화하자는 선언이다. 이에 비춰봐도 한국 교회는 아주 폐쇄적인 상황”이라며 “지금 사원 건축 문제가 종교 문제처럼 되어버렸다. 과거 유학생들이 서문에 거주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슬림도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해야할 부분이 있다. 이 점에 대한 대화도 필요하다. 완공 전후로도 목사들이 다가가면 다른 가능성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우리가 공격적으로, 폭력적으로 다가서면 그런 가능성도 놓치는 것”이라며 “사원이 완공되면 유학생들은 주민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한다. 오늘 나온 여러 제안을 참고해 소통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다. 함께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수 박사는 “한국 기독교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내쫓으려 하지 말고 차라리 전도해야 한다. 과연 주님도 내쫓으려 했을까. 십자가는 십자가로 서 있어야 그 힘을 발휘한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무슬림을 대현동에서 몰아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왜 하필 경북대에서 이렇게 격화됐는지도 질문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사회는 유사한 일을 더 많이 겪게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사람도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가 자꾸 나서는 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교회가 배후처럼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박상흠 변호사는 “주민이 조연이고 기독교가 주연이 된 것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교회는 배척보다 중재에 나서야 한다. 사람대 사람으로 접근하면 이해할 일을 종교대 종교로 접근하면 풀리지 않는다”라며 “행정청은 장이 나서서 직접 주민과 유학생의 어려움을 겪어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언론도 편중보도 습관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천 씨는 “한국 기독교계 일부에서 이 문제를 종교갈등으로 만들고, 이슬람을 내쫓아야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갈등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며 “이상적인 말이긴 하지만, 경북대와 북구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까지도 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어가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과정에서 어쩌면 무슬림학생에게도 생겼을 수 있는 혐오마저도 해소해가야 한다. 배타적 감정이 오해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서로 깊게 이해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참가자들은 언론이 주민들의 사원 반대 행위의 표면적 모습에만 집중해서 주민들을 오히려 공론장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으며, 이 때문에 주민들을 공론장으로 초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관에서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대담한 대화 전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