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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대구시가 신천지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1,000억대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화해 권고 결정을 했다. 대구시가 소송을 취하하고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라는 취지의 결정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신천지교회가 방역을 방해하고 집단예배를 강행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감염병 확산 방지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며, 지난 2020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당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 여부를 두고 논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의 책임도 없는 ‘심심한’ 결론이 나왔다.
이 소송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대구시는 새로운 소송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당시 대구시는 행정대집행에 나섰고, 이달 대구시는 대구경찰청장과 축제 조직위 관계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일반교통방해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혐의로 고발했다. 축제 조직위와 대구참여연대도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를 상대로 고발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대구시는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안 써도 됐을’, ‘그동안 쓰지 않은’ 수 천 만원의 세금을 썼다. 소송 비용은 여기서 ‘플러스 알파’다. (관련기사=[준표王국 1년] 3-2. 집회·시위 제한하려다 쓴 세금과 쓸 세금(‘23.07.25))
최근 행정에서의 법에 대한 의존력이 커진다. 상식적 수준에서 판단하고 대응하는 걸 행정에서 기대하기는 무리일까. 법에 자꾸 의존하려는 순간, 주도권은 행정 주체가 아닌 사법기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게다가 법의 특성 상 판단은 유보되고,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신천지교회로 지역 내 감염병 확산의 책임을 모두 떠넘기면 대구시의 책임은 자유로워지게 되는 걸까. 같은 일이 또 발생하면 대구시는 방역 책임자로서 ‘희생양’만 찾으면 되는 걸까. 비슷한 일이 발생할 때 그때 대구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적절한 방침은 마련해 뒀을까. 소송으로 잘잘못 가리는 일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은 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여러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마찬가지로 ‘시장이 바뀌었을 뿐’인데 달라진 대구시 방침으로 사용한 예산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없었다. 아예 ‘비공개’로 사용된 예산 정보도 대구시는 제공하지 않았다. 소송을 통해 ‘이기면’ 제대로 행정력을 썼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물론 신천지 소송과 마찬가지로 퀴어축제와 관련해서 대구시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법 대로 하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은 없다.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는 공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특히 자기 주머니도 아니고 세금이 쓰이는 소송 비용에 무감한 듯 하다. 정치력과 행정력으로 문제를 지혜롭고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인자’한 책임자를, 대구시 수장으로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법을 잘 안다고 자만하기 전에 ‘법 없이’도 사회 갈등을 잘 풀어가는 혜안과 현명함이 필요할 때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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