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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교실에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 뒤, 대구에서도 떠난 이를 기억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교사, 학생, 학부모의 권리가 대립하지 않는데도 교사가 벼랑 끝에 내몰리는 문제를 학생인권조례 등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구 한일극장 앞에서 전교조 대구지부가 서이초 교사 대구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에는 교사, 학부모, 학생 등 150여 명이 모였다. 또한, 시민들도 교사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첫 발언에 나선 17년 차 대구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로서 겪은 억울한 일들 탓에 죽음을 결심했었다고 말문을 뗐다.
“서이초를 방문했고 집회에 참석한 뒤 대구로 오는 길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새벽녘 집에 도착해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유서를 쓰려하다 쓰지 못한 그날, 일기장에는 사랑한다는 말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죽지 못하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았고, 다시 교실로 갔습니다. 혼자 살아남아 미안합니다. 이건 자살이 아니라 타살입니다. 서이초 선생님은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교육청과 교육부를 향해 외치겠습니다. 교사를 잠재적 아동학대 행위자, 예비 살인자로 내모는 일이 없도록 개선을 요구하겠습니다.”
또 다른 교사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의 인권, 노동권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례 탓을 하지 말고 교사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인이 느끼셨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절망과 고립감에 마음이 무겁다. 학생 인권이 교권 침해 원인이라는 우려스런 시각이 있다. 교사들은 학생 인권을 침해하지 못해 답답한 것이 아니고, 교사 권리 신장이 학생 인권을 짓밟고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교사의 인권과 기본권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을 원할 뿐이다. 악성 민원을 받으면 그 자체가 교사 개인의 탓이 된다. 우울, 불안을 해소하는 것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한다. 이러한 독박 책임에서 교사를 보호해 줄 시스템과 지원이 절실하고, 업무량 감소, 과밀학급 해소도 절실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임선영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임 씨는 “학부모와 선생님이 대립하고 교권과 학생 인권이 대립하는 시각으로 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아이를 맡긴 선생님에 대한 예우도 사랑하는 아이에게만큼 해야 한다”며 “자기 아이만 사랑하는 일부 학부모 탓에 모든 학부모가 악성 민원인처럼 여겨져서도 안 된다.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 교사인 김상천 사범대 윤리교육과 학생은 “시한부 환자의 기분처럼, 우리의 내일이 될 거 같은 기분에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며 “지금과 같은 환경을 그대로 두고 교육은 불가능하다. 학생과 교사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고 제대로 된 교육도 할 수 있다. 민원 절차 문제에서 과밀학급, 교원 부족 문제 등 열악한 환경을 만드는 근본 문제까지 함께 논할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홍일 어린보라 활동가는 “교육부, 여당, 대통령도 고민하지 않고 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학생인권조례 탓을 하며 교권이 추락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교권을 더 잘 보장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아니다”며 “세월호, 강남역, 구의역, 신당역, 이태원 죽음 이후에도 사회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사회에서 서로가 원망하는 것만이 버틸 수 있는 길이라서 서로를 탓하고 있다. 그래도 여기 모여 함께 살아가자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단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고 참사다.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가장 큰 책임은 정부 교육 당국에 있다. 학생 인권 탓을 하는 대통령과 교육 수장은 학생들 뒤에 숨어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대구교육청 앞에는 대구교사노조가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고 28일까지 운영했다. 대구교사노조는 “자녀 학교폭력 문제, 수업 태도, 교우관계, 학업 문제까지 교사는 학급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감한 사안을 오롯이 개인이 감당하고 있다”며 “정서적 학대라며 아동학대법으로 고소한다고도 하고, 차별한다는 날 선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무력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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