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에 백선엽 이어 이승만 동상까지···“역사 왜곡”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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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백선엽 동상에 이어 이승만, 트루먼 동상까지 건립됐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지만,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오전 11시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경상북도, 칠곡군,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동건추) 주최로 열렸다. 제막식에는 이철우 도지사, 조갑제 동건추 대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승만 동상 제막식 (사진=경상북도)

이승만 동상이 전적기념관에 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7년 김영원 조각가(전 홍익대 미대 학장)가 이승만, 트루먼, 박정희 동상 제작을 완성하고도 설치할 장소를 찾지 못했다. 동건추는 서울 박정희대통령기념관 등에 설치하려 했지만 불발됐고, 경기 파주시에 보관되다가 지난 6월 16일 전적기념관으로 옮겨졌다.

이철우 도지사는 “낙동강 방어선 격전지인 경북에 이승만·트루먼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후손들도 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승만 등 현대사 영웅들을 화폐 인물로 새겨 건국, 산업화, 민주화 영웅들을 우리 화폐의 인물로 새기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승리의 역사를 기리고, 대한민국을 만든 인물과 역사의 화해를 추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승만 동상 건립 반대 집회. (사진=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

하지만 3·15부정선거, 부정부패 탓에 하야 한 이 전 대통령 동상 설치를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인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16개 단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전적기념관 앞에서 이승만 동상 건립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건국 대통령이라는 허울로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이승만은 독선과 아집으로 독립운동 진영을 분열시키고 탄핵 당한 사람”이라며 “이승만은 4월 혁명을 통해 역사적 평가가 끝난 인물로 헌법 전문에도 이승만의 불의를 지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재자의 동상과 이승만 기념관을 짓겠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헌법에 충성하느냐”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전적기념관에서는 백선엽 동상 제막식도 열렸다. 이후 국가보훈부는 국립대전현충원 사이트에서 백선엽 관련 기록 중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이라고 적힌 문구를 삭제했다. 국가보훈부는 460억 원 규모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