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식할 때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대구분이세요. 광화문에서 단식할 때 60대 넘은 어르신이 제 주변에서 맴돌면서 우는 분이 계셨어요. 좀 모시고 들어오라고 했어요. 그분이 오시자마자 큰절을 하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거푸 하시면서….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자기가 죄인이래요. 그때 (세월호를) 조류독감에 비유했던 모 의원님 아시죠? 자기 손으로 찍었다는 거예요. 그러시면서 죄송하다고…”
우리에겐 유민 아빠로 많이 알려진 김영오 씨가 1일 대구를 찾았다.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지역위원회,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김영오 씨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마련했다.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지역위원회는 지난해 김 씨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려 했지만,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투쟁 과정에서 김 씨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무산됐다.
김 씨는 대구를 방문한 소감을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에 단식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대구 분이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조원진 의원(새누리당, 대구 달서구병)은 세월호 참사를 조류독감으로 비유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 씨는 “하 모 의원이 계셔요. 제일 먼저 제 신상을 털었던 분입니다. 그렇게 신상 털고 모략하는 분도 있지만 지지해주는 분도 있구나. 그래서 대구를 정말 와보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 씨는 2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냈다. 김 씨는 “(2년 전) 팽목에서 겪은 건 고립 됐다는 걸 느낀 거예요. 광주민주화운동처럼 고립됐구나…. 소식을 알릴 수가 없었어요”라고 당시를 소회했다.
진행 상황 설명을 마친 김 씨는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기레기’로 지칭되는 언론을 향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김 씨는 “저에 대한 악성 루머가 돌면 언론은 막 까놓고(비판하고) 정정보도를 안 해주는 거예요. 제가 지금 이런 걸 들고 다닙니다. 10년 동안 양육비 보낸 입출금 내역이에요. 아픈 사람이 이런 걸 들고 다녀야 하는 건가요”라고 말하며 한 뭉치의 서류를 들어 올렸다.
김 씨는 “정부도 믿을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언론이에요. 언론만 바로 서면 아픈 세상이 안 되요. 언론이 썩어 문드러져서 이렇게 힘든 겁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언론인이 되면 돼요”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씨는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청소년을 일깨워주십시오. 이대로 두면 10년 이상 갈 겁니다. 영원히 묻힐 수도 있어요. 그래서 청소년을 깨우라는 겁니다.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대구 지하철 참사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아픔을 알려주세요”라며 “10년, 20년 뒤면 청소년들이 정치도 하고, 투표도 할 겁니다. 그럼 세상은 아이들이 완성할 거라고 봅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요즘엔 일베를 설득하려고 하고 있어요. 처음엔 같이 욕하고 화를 냈는데요. 요즘엔 설득하려고 해요”라며 “제가 글을 쓰면 댓글이 아니라 SNS 메시지가 와요. 그럼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이야기해요. 그럼 욕하던 사람 ‘요’를 붙이기 시작해요. 그리고 마지막엔 ‘죄송합니다’ 그래요. 가끔 욕하던 사람이 ‘힘내세요’ 문자도 와요. 일베를 설득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