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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5일 21시 10분 00지역 호우경보, 산사태·상습 침수 등 위험지역 대피, 외출 자제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
이것은 행정안전부에서 보낸 상황전파이다. 지자체를 포함 주민들에게 지역별 맞춤식으로 동시에 전파했다. 이어 산림청에서도 알렸다. 이후 예보대로 폭우가 쏟아졌다. 일부 지역에선 물 폭탄이 떨어져 하천은 범람하고 산사태 조짐이 보였다.
물 폭탄이 떨어진 곳에 주민들은 한밤중에 문자를 보았을까? 보았다면 어떻게 행동하였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 7월 15일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만 4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상태다.
관련 기관은 상황전파만이 아니라 상황 조치에 집중했더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즉, 예상 침수지역과 산사태 지역에 도로를 통제하거나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 현장 조치를 말한다. 다행히 어제(23일) 호남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되자, 관계기관 요원들이 비상소집되어 현장조치에 집중했다. 앞서 입은 수해에서 얻은 교훈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자연재해를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예측하고 대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온 국민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마음을 모으고 있는 이때, 아직도 주요 네거리엔 정치인이 서로를 비방하는 현수막이 볼썽사납게 걸려 있다. 이 순간에도 복구작전을 펼치고 있는 민·관·군·경·소방대원들을 보며 희망을 찾는다.
필자는 군 복무 동안 수없이 수해 복구 작전에 뛰어들었다. 이때마다 상황전파보다 상황(현장)조치, 즉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폭우로 “지하도로가 침수한다”고 외치는 사람은 많아도, 도로를 통제하는 사람은 없는 실태이다. 이번 청주시 오송읍 지하도로 침수로 14명이 사망한 경우가 단적인 사례이다.
이제 관련 기관에서는 문자를 보냈으니 상황전파를 했다고 간주하면 오산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현장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곳은 괜찮다”고 안일하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곳은 위험하다”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며 사전 대비를 해야 안전할 수 있다.
기상이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일 지구촌에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성난 지구’라고 하지 않는가. 자연재해를 그 무엇으로도 완전예방할 수는 없다. 더 겸손하게 예측하고 함께 협력하면서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계기로 재난관리 체계를 전면 검토해야 한다. 이미 예방->대비->대응->복구 과정에서 시스템 포함 인력과 장비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즉시 보완해야 한다. 앞으로 민방위 훈련과 연계한 실질적인 재난대비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은 대응과 복구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비용 고효율이다. 가장 중요한 상황조치, 즉 선제적인 대응이다. 이번 수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