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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낮은 곳에서 함께한 故 노회찬. 노회찬 5주기를 앞두고 대구와 경북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21일 저녁 7시 대구 꿈꾸는씨어터에서 열린 노회찬 5주기 추모 콘서트 ‘호빵과 장미’에서는 노회찬을 기억하는 예술가의 공연으로 꾸려졌다. 주방장, 아르바이트 노동자, 주부 등 보통의 시민이 무대에 서서 그들이 기억하는 노회찬의 모습과 노회찬을 기억하며 사는 것의 의미를 나누는 자리도 공연과 버무러졌다.
이날 공연에서 올스타일 댄스그룹 아트지, 업사이클링 밴드 훌라, 싱어송라이터 엄태현, 포스트 펑크밴드 신도시, 국악밴드 나릿, 첼리스트 오국환은 노회찬이 즐기던 음악 한 곡과 노회찬을 추모하기 위한 그들의 공연 하나를 선보였다.
노회찬을 기억하는 시민과 예술가로 꾸려진 콘서트는 그 탓에 노회찬의 조각들을 모아둔 듯 잔잔하고 따듯했다.
30여년 중국집을 운영한 김천수 씨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김 씨는 “포근한 미소와 카리스마도 있었던 아까운 분이 세상을 떠나고 제가 이 자리에 서니 참 암담한 마음이다. 나는 정치인을 싫어하지만 노회찬 같은 정치인이 많아야 우리나라도 변화가 있을테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김수민 씨는 “그분은 남탓을 무기로 쓰지 않았고, 본인이 질 수 있는 책임부터 먼저 생각하는 분이었다.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해 음모론에 의존한 적이 없었고, 홀로진 짐이 너무 많았다. 그분의 사상, 실천 그 이전에 그분의 삶의 태도를 기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활동을 하며 오랜기간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배미나 씨는 “밴드가 생업이 될 수 없어 다양한 일을 했다. 맥도날드에서 일할 때는 사장님이 다른 거 말고 자꾸 인건비만 줄이려 해서 법 공부도 했다. 요즘은 야쿠르트를 팔고 있는데 특수고용노동자다. 투명인간 취급 당하기 십상인 우리들도 노 의원이 말한 누구나 악기 하나 하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노회찬이 즐겨 부르던 ‘사노라면’, ‘질풍가도’를 합창단이 관객과 함께 부르며 막을 내렸다.
앞서 20일 경산 카페 윤슬에서는 노회찬 5주기 경북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연사로는 강상구 노회찬재단 특임이사가 노회찬이 바랐던 세상, 노회찬이 말한 진보정치를 되짚었다.
nahollow@newsmin.co.kr
박중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