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王국 1년] 3-1. 시장님은 집회·시위를 싫어해?

③후퇴하는 민주주의
"퀴어 축제 반대" 못 박은 홍준표
이후 "점용허가 없어 문제" 선회
주요도시 주요도로 집회 사례 다수 존재
중구청, 도로점용은 공사 용도···"집회시위는 별도"
경찰이 주요도로 내 집회신고 받은 이유
과거 주요도로 내 퀴어축제 행진 금지했으나
법원에서 경찰 금지를 취소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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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왕국 1년]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는 왕국과 민주공화국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점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민중의 집회와 시위는 한국 근현대사를 민주주의에 더 가깝게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 반대로 이에 대한 제한과 탄압은 민주 사회를 퇴행시키는 힘으로 작동했다. 때문에 집회·시위의 자유는 없으면 아쉬운 권리가 아닌, 공화국 시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권리가 된다. 더해서 권력기관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노동조합의 그것보다 더 중요한 민주 사회의 신뢰 확보 배경이다. 정보의 폐쇄성이 높은 권력일수록, 외부의 의구심을 사고, 권력의 당위도 상실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 <뉴스민>은 지난 1년 대구시가 표현의 자유와 정보공개 투명성을 어떻게 후퇴시키고 있는지 짚어본다.

홍준표 대구시정 들어 표현의 자유가 다시 퇴행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구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가 다수 확인된 이후 퇴행과 진전을 반복하던 표현의 자유1와 관련해, 홍 시장 취임 후에는 크게 두 사건이 조명됐다. 바로 홍 시장의 대구시청 청사 앞 1인 시위를 포함한 집회시위 통제, 그리고 퀴어축제 방해다.

홍 시장 취임 직후부터 집회시위 제한이 이뤄졌다. 시민이 대구시정에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하는 작은 광장으로 활용된 동인동 대구 시청사 앞 광장은 홍 시장 취임 후 경계선이 둘러졌다. ‘집회·시위는 시청사 부지 경계선 밖에서만 허용된다’는 경고문이 붙었다. 대구시는 청사방호권이 있다며 청사 앞 집회 개최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2

홍 시장이 퀴어 축제를 막아서면서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다. 홍 시장이 축제 반대 의사를 비치며 축제장소를 지나는 버스 노선을 조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축제를 막으려는 대구시와 축제를 보장하려는 대구경찰이 충돌했다. 이는 전례 없는 사태로 기록될 만하다. 축제 당일인 6월 17일 오전부터 대구시와 중구청 공무원 약 500명이 축제를 막기 위해 축제 장소인 반월당 대중교통전용도로를 막아서자 경찰 약 1,500명이 시청 공무원을 해산했기 때문이다.3

대구시가 초래한 해프닝 이후 퀴어 축제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문제는 홍 시장이 전례 없는 축제 저지를 시도하면서 낭비할 필요가 없었던 행정력과 예산을 들였다는 점이다. 또한, 공무원 사회에서는 홍 시장 몽니에 시청·중구청 공무원이 부당하게 동원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무엇보다 법원 판결에서도 적법한 행사로 확인된 퀴어 축제를 홍 시장이 막아서면서 ‘대구시가 퀴어 축제 개최를 거부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성소수자 당사자에게 새겨진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사건은 상호 간 고소·고발이 제기되며 법정을 향했다. 대구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행해진 홍 시장의 언사와 행정이 시민에 대한 폭력과 권리 침해, 혐오 차별의 정치라는 문제의식으로 분석과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

“퀴어 축제 반대” 못 박은 홍 시장
이후 “점용허가 없어 문제” 선회
주요도시 주요도로 집회 사례 다수 존재
중구청, 도로점용은 공사 용도···”집회시위는 별도”

지난 6월 8일 홍 시장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심어줄 수 있는 퀴어 축제를 나도 반대합니다”며 축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후 홍 시장은 “축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이번에 문제 된 동성로도 집회·시위 제한 구역이라 버스 통행 우회 불가와 도로점거 불가를 통보했다”고 입장을 다소 바꾸었다.

홍 시장 주장의 핵심은 축제 장소인 중앙대로(반월당 대중교통전용도로)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시행령이 규정하는 주요도시 주요도로이며, 이곳에서 집회시위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또한, 행사를 하더라도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 문제 된 지역도 고속도로와 똑같이 집회, 시위가 제한된 주요도로다. 집회 시위의 자유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시하면서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하더라도 도로점용 허가를 받고 하라는 것인데 공도를 불법으로 무단점거하고 경찰 호위까지 받아가며 자유 통행권을 막는 것은 그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주요도시 주요도로 상 집회시위는 도로점용허가 없이 집회신고만으로 열려 왔다. <뉴스민> 정보공개청구 결과, 2020년 1월부터 정보공개시점인 2023년 6월까지 대구 주요도시 주요도로 상 집회시위 신고 내역은 총 172건(대구청 64, 중부서 70, 수성서 19, 동부서 17, 북부서 1, 남부서 1건)으로, 이중 경찰이 금지한 신고는 9건(대구청 4, 중부서 5건)에 불과하다. 금지 사유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인한 금지 6건(대구청 4, 중부서 2건), 타 단체와의 집회신고 장소 중복 3건(중부서 3건)으로 집회시위의 내용이나 성격과 전혀 관련이 없다.

홍 시장 취임(‘22.7.1.) 이후만 두고 보면 주요도시 주요도로내 집회시위 신고는 총 40건(대구청 12, 수성서 15, 중부서 12, 북부서 1건)이며, 장소 중복 문제로 3건(중부서)이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접수됐다.

대구시 주요도로 9개 중 8개가 지나는 중구청에 따르면, 주요도시 주요도로 상 크레인 점용, 비계, 가설펜스 등 공사 목적 허가 요청 외에 집회시위가 신고되는 행사의 경우 별도로 도로점용허가가 접수된 사례는 1건도 없다. 중구청은 애초 도로점용 허가는 공사 관련 목적으로 접수 받는 것이며, 예외로 공공기관이 자체 행사를 할 경우 해당 기관의 협조 요청에 따라서만 별도로 허가한다고 설명했다. 즉, 집회시위와 도로점용 허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도로 관리에 관한 지자체 권한과 관련해선 기관의 ‘공물관리권’이 인정되지만, 이는 법률상의 권한이다.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는 “공물(중앙대로) 사용은 자유 사용이 원칙이므로 누구든지 사용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공물관리권은 법률 또는 조례에 따라 인정되는 권한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함을 전제로 하므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한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물관리권은 오히려 인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행사돼야 한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대구시 행태는 적반하장의 전형으로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주요도로 내 집회신고 받은 이유
과거 주요도로 내 퀴어축제 행진 금지했으나
법원에서 경찰 금지를 취소시켜
“중앙대로서 개최하는 것이 시민 안전에 유리”
시청 앞 집회시위 제한에 소송 제기한 시민
“집회 자체를 싫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17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퀴어축제 현장을 찾아 ‘동성로를 불법 천지’로 만들었다며 경찰을 성토했다.

홍 시장과 대립각을 세운 대구경찰이 애초부터 주요도로 상 퀴어축제 개최에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대구퀴어축제 조직위원회가 주요도시 주요도로 내 집회시위를 신고하자 경찰은 주요도로 행진은 교통 소통 장애를 발생해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며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처분에 대해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정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라며 “이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당화된다”며 경찰 조치의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당시 법원 결정은 주요도로 1개 차선을 행진하는 신고에 대한 금지 통고를 대상으로 해, 주요도로를 전면적으로 점유한 이번 대구퀴어축제와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법원은 주요도로를 전면적으로 점유한 이번 축제 또한 “표현의 자유 실현이 중요하다”며 집회금지가처분을 기각했다. 경찰로선 금지하더라도 법원이 취소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5

이에 더해 퀴어 축제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 단체 등이 인분을 투척6하거나 집회 자체를 막아서는 등 과거 격한 충돌이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충돌 가능성이 높은 구 한일극장·대구백화점 앞 광장 등 동성로 상가밀집지역보다 이번 대중교통 전용도로에서 열리는 것이 시민 안전 보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대구경찰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홍 시장은 왜 취임 직후부터 집회시위 문제로 시민사회와 충돌을 불사하는 것일까. 동인동 청사 앞 집회시위 제한 조치에 반발해 홍 시장을 상대로 소송2을 진행 중인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홍 시장이 기본적으로 집회시위를 싫어하는 제왕적 사고를 하는 탓이라고 지적한다.

앞서 홍 시장은 2022년 7월 취임 이후 대구시청 동인동 청사 앞 광장에 집회·시위 금지 안내문을 붙이고 해당 장소에서 집회·시위를 제한했다. 대구시민사회에서는 해당 광장이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시정참여를 위한 공간으로 쓰였는데, 홍 시장이 이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며 집회금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시는 공판 과정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것은 아니라 제한을 권유한 것이고, 단순한 안내에 불과해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오는 8월 16일 1심 선고가 이뤄진다.

홍 시장 스스로도 공공연하게 집회·시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홍 시장은 “산격청사 위에서 보면 좋다”며 “시위하러 와도 안에서 전혀 안 들린다. 왔는지 안 왔는지도 모른다. 대규모 시위도 못한다. 와서 떠들어 본들 소용 없다. 왔는지 안 왔는지도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서 활동가는 “홍 시장은 집회시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청사 앞 집회 제한 문제도, 퀴어 축제 문제도 기본적으로 홍 시장이 집회와 시위를 싫어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선출직 공무원은 무엇보다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집회나 시위를 통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사회적소수자나 시민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사회의 공직자라고 볼 수 없는 전근대적, 제왕적 사고에 불과하다. 대구시가 왕국으로 퇴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시장 발 집회시위 자유 제한은 단순히 집회시위 개최가 어려워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집회·시위가 아니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수자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행정조치로 인한 비용도 유발한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퀴어 축제는 혐오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짚어보며 물 스미듯 조금씩 정의를 이루어 나가려는 목표로 노력해 왔는데 홍 시장이 단숨에 이를 후퇴시켜 버렸다”고 말했다. (계속)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1. 근래 대구경북 지역 퇴행 사례는 컬러풀축제 송전탑 반대 퍼레이드 검열(2013), 중구청, 퀴어축제 무대 사용 불허(2015), 박근혜 풍자 그림 예술가, 전단 배포자 수사(2015), 예술가 블랙리스트 사태(2017), 한동대 페미니즘 강연 주최 학생 징계(2018) 사태 등이 꼽힌다.
  2. (관련기사=대구시, 시청 앞 기자회견·1인 시위 금지 아니라 권유?(‘23.6.21))
  3. (관련기사=퀴어축제 저지 나선 대구 공무원, “시민 기본권 막는 경찰 각성”(‘23.6.17.))
  4. 7월 19일 오후 4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국가폭력,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던진 질문’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해 발표했다. [준표王국] 이번호에서는 당시 토론회에서의 오동석 교수, 한상희 교수 발언과 토론문 중 일부를 인용한다.
  5. (관련 기사=법원, 대구퀴어축제 허용···”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핵심적 기본권”(‘23.6.15.))
  6. (관련 기사=검찰, 대구퀴어축제 인분투척 장로 징역 6개월 구형(‘1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