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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숙 대구 중구의원(국민의힘, 비례)이 구의원 당선 후 유령회사를 설립해, 중구청 등과 약 1,600만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한게 확인됐다. 감사원은 A 업체를 운영하던 배 의원이 구의원이 되어 수의계약 체결에 제한을 받게 되자,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B 회사의 명의를 빌렸다고 봤다. 감사를 청구한 대구참여연대는 배 의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감사원은 ‘배 의원이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등의 규정을 위반해 중구와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는 공익감사를 검토한 결과,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4월 3일부터 10일간 감사인원 3명을 투입해 실지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배 의원이 구의원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운영하던 A 홍보물제작업체는 2017년 6월 30일부터 2022년 6월 30일까지 중구와 총 102건(3억 3,500만 원)의 물품 구매 또는 용역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2022년 7월부터 배 의원이 구의원 임기를 시작함에 따라 이 업체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12조’를 근거로 수의계약 제한업체가 되어 중구의회, 중구 및 그 산하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배 의원이 구의원 임기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유령회사인 B 회사를 앞세워 중구와 계약을 수행했다고 봤다. 그 근거로 B 회사의 계약과정에 A 회사의 이메일로 중구와 업무 연락을 한 점, B 회사 명의로 계약한 물품을 A 회사가 매입한 점, A 회사 직원이 B 회사 계약 건에 대한 지역개발공채를 매입한 점 등을 들었다. 심지어 감사원 조사과정에서 B 회사 대표자는 “난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로서 사업자등록만 했을 뿐, 계약 내용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B 회사가 지난해 9월 7일부터 12월 16일 사이 체결한 8건(1,680만 1,000원)의 수의계약 중 중구와 진행한 건은 6건으로, ▲예비군 훈련장 홍보물 제작(220만 원) ▲신축청사 안내사인 제작(390만 원) ▲불법주정차 과태료 고지서(160만 원) ▲승강장 안내판 철거(111만 1,000원) ▲공공근로 모집 현수막(96만 원) ▲공연 LED배너 구입(13만 원)이다.
중구의회와 ▲의회 기념품 구입(292만 원), 중구 출자·출연재단과 ▲댄스의순정 축제 홍보(398만 원)의 수의계약을 맺기도 했다.
감사원은 중구의회 의장에게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12조’를 위반한 배 의원에 대해 징계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또한 중구청장에겐 B 회사에 대해 수의계약을 제한하고 A 회사에 대해서는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중구의회 사무처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거쳐 결과를 바탕으로 윤리위원회를 열어서 의회 의원들 간 징계 내용을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오성 의장(국민의힘, 성내2·성내3·대신·남산2·남산3·남산4동)은 “다음주 월요일 본회의에서 윤리위원회 관련해 건을 상정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본회의 통과 후 윤리심사자문위원회부터 열리기 때문에 그 내용을 보고 윤리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징계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액수 규모의 문제가 아닌, 고약하고 중대한 범죄다. 배 의원이 자진사퇴를 하지 않는다면 윤리위원회는 신속하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대구 중구의원 차명회사 의혹 논란···대구참여연대 사퇴 촉구(‘23.02.21.))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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