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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장례식장에 있다가 이제 살던 마을(백석리 상백마을)에 왔어요. 그날 새벽에 갑자기 정전이 되고 산에서 소리가 나길래 문을 열고 나가보니 산사태 때문에 집이 무너지면서 나를 쳐서 튕겨져 나왔어요. 아내는 안에 있었고···지금 당장 갈 데가 없어요. 갈아입을 옷도 없고, 먹을 데도 없고. 여기 있던 집에서 물건도 못 건지고 있어요. 핸드폰도 없고 신분증도 없어서 아내 사망신고도 못하고 있어요.” (상백마을 주민 A 씨, 69)
13가구가 사는 작은 상백마을(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만 이번 집중호우로 5명이 사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백마을을 찾은 19일은 희생자 수습이 끝나고 예천군이 피해 복구작업에 나선 상황. A 씨는 이 대표를 보며 하소연 했다.
오후 1시 40분, 이 대표는 호우 피해가 집중된 상백마을을 방문하고 하백마을(백석리)에 마련된 주민대피소도 찾았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백석리 주민 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된 상황. 이날 현장 방문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와 경북도당 관계자들이 동행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학동 예천군수 등도 자리해 이 대표에게 마을 피해 현황에 대해 알렸다.
현장 방문을 마친 이 대표는 “법령상 제한 때문에 복구와 지원이 매우 제한적인데 법령 개정을 통해 충분한 지원 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과거와 다른 기준으로 재난 관리를 해야할 상황이 된 것 같다. 기후위기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현실 속에 다가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기준과 다른 강화된 방제시설 투자가 필요할 거 같다. 이곳에서 사망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는 깊은 위로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관련 발언에 대한 질문에 이 대표는 “이권 카르텔과 재난은 직접 관련이 없다. 이권 카르텔이 있다면 그 자체를 정리할 필요가 있지, 이권 카르텔 해체를 통해 거기서 재난 지원 방안을 찾겠다는 건 관련이 없는 이야기인데 신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19일 오전 6시 기준 사망 23명(예천13, 영주4, 봉화4, 문경2)이며 실종 4명(예천4), 부상 17명이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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