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명 비상근무 중 골프친 홍준표, “호우경보시 단체장 역할 없어”

전국공무원노조 대구본부, “재난 매뉴얼 이해 없으면 잘 모른다고 해야” 힐난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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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던 시점에 골프를 치고 있었던 일로 비난을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해명도 논란을 낳고 있다. 홍 시장은 비판이 일자 SNS를 통해 여러 차례 입장을 냈고, 국회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입장을 냈다. 이 과정에서 내놓은 해명이 사실과 다르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었다.

17일 오후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15일)에는 큰비가 오지도 않았고 내가 그날 오전 10시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에 갔다가 팔공산에 비가 내려 운동을 중단한 시각은 오후 1시쯤”이라며 “당시 대구시는 전 직원 비상대기령도 내리지 않았고, 재난안전실 직원들만 조를 짜서 일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같은 날 오후 국회를 찾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난 후 기자들과 만난 홍 시장은 ‘비상 근무자가 1천 명이 넘었다는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 “내가 비상근무 지시한 일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13일부터 대구시는 재난 위기에 따른 상황판단 회의를 한 후 비상 1단계 근무를 실시했다. 대구시 재난안전과가 13일부터 생산한 호우 대비 대응 문서 목록을 보면 당일 ‘7.13일 오후 대비 선제적 대응을 위한 비상근무 실시’를 포함해 비상근무를 언급한 문건이 여러 건 생산됐다.

15일에도 ‘예비특보 발표에 따른 구·군 비상근무 실시’ 문건이 생산됐고,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 실시에 따른 근무자들의 급식비도 지출됐다. 16일까지 비상 2단계는 유지가 됐고, 비상근무는 이어졌다.

홍 시장이 골프를 치기 시작한 시간대인 15일 11시 기준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내놓은 ‘호우 대처상황 보고서’를 보면 이 시각 전국에서 비상근무를 하는 공직자는 2만 724명이었고, 대구에서만 1,014명이 비상근무 중이었다. 홍 시장 설명대로면 이들은 홍 시장 지시와 상관없이 비상근무에 나선 셈이다.

▲지난 5월 열린 제1회 대구광역시 공무원 골프대회에서 홍준표 시장이 티샷을 치고 있다.

홍 시장의 ‘비상근무 한 적 없다’는 주장이 논란이 되자 전국공무원노조 대구본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홍 시장을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대구시 역시 14일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비상 1단계 근무를 확정하고 부서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며 “대구시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홍 시장이 긴급상황 대처에 부적절한 활동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직자들의 주말을 자유라고 생각한다면 직원들에겐 왜 비상근무를 지시했느냐”고 힐난했다.

노조는 “기자들의 지적에 홍 시장은 ‘비상근무 지시한 일이 없다’고 했다. 재난 관련 매뉴얼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잘 모른다고 하면 될 일”이라며 “이정도 생각이면 사고가 발생해도 공무원들이 알아서 했고 난 몰랐다고 할 기세”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홍 시장은 18일 오전 SNS를 통해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부단체장이 업무 총괄하고 단체장은 부여된 역할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비상근무 2단계시 재난안전실을 중심으로 65명 정도가 조를 짜 근무하고 부단체장은 상황이 있을 때 단체장에게 통신으로 보고를 하거나 직접 현장에 나간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상 2단계 발령시 단체장은 관례상 위수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무얼하던 상관없다”며 “비상 3단계때 비로소 단체장이 업무 총괄을 하는데 당시는 비상 2단계에 불과했다. 골프를 이용해서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건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 정서법에 기대어 정치하는건 좀 그렇다. 나는 대구시 재난대비 매뉴얼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강변했다.

한편 홍 시장은 15일 오후 발생한 실종 사고를 두곤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에 있던 수해 인명 사고는 13일부터 출입제한 조치를 한 도심 하천 팔거천에서 60대 한 분이 자전거를 끌고 출입제한 조치를 한 가드레일을 밀치고 무단으로 하천변에 들어갔다가 미끌어져 빠진 사고”라며 실종자의 ‘무단’ 침입에 방점을 찍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