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계기 수업을 받은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대구교육청이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호산고등학교에서 ‘세월호 교과서’(기억과진실을위한416교과서)를 활용해 계기수업한 강성규(41) 교사를 조사한 바 있다. 조사는 지난 4월 시작됐으나, 여론의 집중을 받은 것은 이달 12일이다. 이날 교육청이 학교에 장학사 등 13명을 파견해 계기수업을 받은 1학년 학생 348명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강성규 교사는 설문조사 나흘 뒤인 16일 경고 처분을 받았다. 세월호 교과서를 계기수업에 사용하지 말라는 교육부와 교육청 지시를 어긴 것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복종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교육청 설명대로라면 설문조사 없이도 경고 처분은 가능하다. 세월호 교과서 사용 사실은 이미 강 교사가 언론 등에 알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설문조사 결과가 어디에 반영됐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청은 설문조사 결과와 강 교사 징계에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오석환 대구교육청 부교육감은 30일 “세월호 교과서를 (수업에) 사용하는 게 부적합하다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공문을 내렸다. 강 교사는 직접 교과서를 사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조사 과정에서 강 교사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실제로 수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관해 오 부교육감은 “설문조사 결과 수업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내용(의견)이 나왔다. 결과는 경고 조치의 종합적 판단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뉴스민>은 지난 17일 설문조사 결과를 정보공개청구 했으나 아직 공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30일 오후 5시, 대구교육청 앞에서 전교조 대구지부,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 참교육전교조지키기대구공동대책위원회는 강 교사 징계를 규탄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교육청 직원을 학교로 보내 설문조사하고 수업 내용의 편향성을 캐묻는 등 먼지떨이 식의 조사를 했다”라며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학교 교사와 학생 동의 없이 설문조사를 강요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의 인권과 수업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리한 설문조사에도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던 교육청은 교육부 지시사항을 어겼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우리는 학교장 경고조차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교육청에 ▲경고 조치 철회 ▲사태 발생 과정 시민 공개 ▲책임자 문책 ▲피해받은 교사와 학생에 대한 우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했다.
강성규 교사는 “국정교과서, 교학사 교과서에는 아무 반응 없던 교육청이 세월호 교과서만 문제 삼는 것은 아이러니”라면서 “교육청 조사 이후 학생들이 무서웠다고 하더라. 조사 자체가 문젠데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하니 슬그머니 발 빼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오석환 부교육감, 김영탁 교육국장과 면담했다. 면담 후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면담에서 협의된 게 없다”면서 “수업에서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경고 처분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교육청은 설문 조사 내용도, 분석한 결과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