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평의원회 회의 또 파행···“의장 비정규직이라 배척” 목소리

회의 개최 2시간만에 결론 없이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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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임기 문제로 진통을 겪는 경북대학교 평의원회가 파행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평의원회에서는 의장 임기가 종료됐다는 주장과 이에 반박하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고, 평의원회 소집 절차에 하자가 있어 정식 회의가 아니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의장 임기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됐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평의원은 의장 호선 후 뒤늦게 규정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가 호선된 의장이 비정규직 교수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1일 오후 4시 30분 경북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평의원회 회의는 정식 회의인지, 회의 안건은 무엇인지, 회의 사회자가 누구인지도 정하지 못한 채 6시 34분까지 2시간가량 진행됐고, 특별한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회의 도중 평의원 사이에서는 “몽니 좀 부리지 마세요”, “당신이 고소하세요”, “지금이 박근혜 시절입니까”와 같은 거친 발언과 고성도 터져 나왔다.

평의원들은 의장 임기 종료 여부에 해석이 갈리는 상황에서 해결 방법에 대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김상걸 평의원(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평의원 임기 종료와 함께 의장 임기도 끝났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시활 의장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김상걸 평의원 등이 의장 직위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되면 의장직에서 사임하겠다고도 했으나 김상걸 평의원은 거부했다. 김상걸 평의원은 이시활 의장이 본인 직위에 대해 직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라고 맞섰다.

김상걸 평의원 등은 회의 자리에서 의장 직위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시활 의장 등은 정상적 호선을 통해 뽑힌 의장을 호선 이후 미비한 임기 규정을 문제 삼아 다시 투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대립이 이어지면서 방청하러 온 학생과 교수 등도 회의장에서 문제를 지적했다. 방청객은 20여 명이었으며, 방청객 중 문제를 지적한 이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가 학교 본부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교수가 의장으로 당선된 것에 대한 본부의 반발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평의원회 무력화하는 대학본부 책임져라”, “직무대리 회의 개최는 무효다”라고 쓴 손팻말도 들었다.

▲11일 경북대학교 평의원회가 회의를 열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파행했다.

회의에 앞서 경북대의 민주화교수협의회,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공동성명,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경북대 본부가 평의원회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규탄했다.

교수 3단체는 “본부는 5월 고등교육법상 학칙 개정 후 발표해야 할 대입전형 기본계획 변경안 공고를 강행했다. 법상 최고심의기구인 평의원회를 복속시키려는 인식이 아닌지 해명하라”며 “평의원회는 본부 하부조직이 아니므로 임기 논의도 평의원회 내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본부가 의장을 직무정지 했다느니, 행정지도 했다느니 하는 황당무계한 소리가 들린다. 이러한 반민주적 행태는 구성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절차적 하자 없이 선출한 의장이고 전국 최초로 비정규직 교수가 의장이 됐다는 건 우리 학교 거버넌스의 뛰어난 민주적 역량을 보여준 사건이었다”며 “그러나 본부는 대학행정시스템에서 의장을 삭제하고 직인 반납을 요구하는 부당한 개입도 했다. 평의원회를 도와주지 못할망정 무력화하는 현실에 중앙운영위원회 전원이 통탄한다”고 꼬집었다.

평의원회 의원인 김태훈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은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옳다고 딱 잘라 말할 수가 없다. 평의원회 숙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본부는 그런 과정 없이 비정규직 의장을 행정 시스템상에서 삭제했다”며 “비정규직 의장 당선 이후 초기부터 본부는 여러 자료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이라 배척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회의에 앞서 임상규 경북대 교무처장은 “본부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권고 차원에서 행정지도를 했지만 결국 결정은 평의원회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의장 당선 이후 평의원회의 심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본부가 협조하지 않아, 사실상 본부가 의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임 교무처장은 “평의원회 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며 “의장이 비정규직이든 아니든 본부로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평의원회 기능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 경북대 평의원회 의장 투표 결과 이시활 교수 10표, 김상걸 교수회 의장 7표로 나타나 역대 최초로 대학 평의원회 의장에 비정규직 교수가 호선된 바 있다. 이후 5월 개최된 평의원회에서 이시활 교수 의장 임기가 끝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장 임기 논란은 경북대 평의원회 규정상 평의원회 의장 임기와 관련한 조항이 없는 탓에 불거졌다. 규정상 평의원 임기는 2년(학생 평의원은 1년)으로 명시돼 있지만, 의장과 관련해서는 의장의 권한과 선출 방법 등만 명시돼 있을 뿐 의장을 포함한 임원의 임기 규정은 없다. (관련 기사=경북대, 평의원회 의장 ‘비정규 교수’ 선출 4개월 만에 직인 반납 요구 파행(‘23.6.28))

▲경북대학교 평의원회 회의 종료 후 이시활(제일 오른쪽) 교수와 김상걸(오른쪽 두번째) 교수가 격론을 벌이고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