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산 희망퇴직 거부 13명···”공장 철거 반대”

"외투자본, 수익은 일본으로, 위기는 노동자에게 전가"

16:28
Voiced by Amazon Polly

청산에 돌입한 구미의 외국인 투자 기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관리자와 직원들은 떠나갔지만, 노동자 13명이 공장에 남았다.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지난 2월 해고된 뒤에도 이들은 공장 안에 천막을 치고 구미 공장 재건, 고용 안정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7일 오후 3시, 이들과 뜻을 함께하기 위해 민주노총 경북본부와 경북권 금속노조가 구미시근로자문화센터 앞에 모여 ‘공장 철거 저지 노동자 위기 전가 규탄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경북본부와 경북권 금속노조가 7일 ‘공장 철거 저지 노동자 위기 전가 규탄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측이 2017년 매출액 기준 7,843억 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10월 화재로 인해 운영이 중단됐지만, 이로 인한 피해를 노동자에게 모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사측이 2003년 구미산단 입주 이후 20년간 지배회사인 일본 니토덴코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주면서도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공장에 남은 노동자들은 공장 재건을 요구하고 있다. 재건이 어렵다면 경기도 평택 소재 니토덴코 계열사인 한국니토옵티칼이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현환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사측은 평택과 구미 공장이 다른 법인이라고 하지만, 과거 평택 사원이 구미에 소속돼 일하거나 구미 사원이 평택으로 가 일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운영됐다”며 “정말 구미 공장을 다시 가동할 방법이 없다면 해고자들을 현재 운영 중인 평택 공장에서 고용승계라도 해야 마땅하며,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측은 예상치 못한 화재 사고로 인한 결정이며, 오랫동안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배려를 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투자기업이다.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고, 토지 무상임대,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한때 직원이 700여 명, 2017년 기준 매출액은 7,843억 원에 달했으나, 주요 납품업체인 LG디스플레이 공장 이전으로 매출액이 줄었다.

2018년, 2019년에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 60명 수준으로 생산직이 줄었지만, 지난해 4월 중국 공장 폐쇄 문제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물량으로 100명을 다시 신규 채용했다. 하지만 여섯 달 만인 10월 4일 화재가 발생해 300억 원이 넘는 재고가 불타고, 공장 1개 동이 전소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