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미이행 대구·경북 사업장 중에는 장기간 노동문제를 일으키고도 해결하지 않는 곳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전국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한 미이행 사업장 178개소를 발표했다. 이 중 22개소가 대구⋅경북 사업장이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미이행 사업장으로 선정된 업체들 중에는 영남대학교의료원(대구), 아사히초자인테크노한국(구미), 케이이씨(구미), 발레오전장시스템(경주) 등 오랜기간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업장이 포함됐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상시 노동자 500명 이상 또는 여성 상시 노동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 내에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미이행 시 2016년 1월부터 연간 최대 2회, 매회 1억 원 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경북지역 직장 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이유로 ‘이용대상 부족’이 9개소, ‘사업장 특성상 어려움’이 9개소로 나타났다. 이어 ‘운영비 부담’과 ‘설치 장소 확보 어려움’이 6개소, ‘설치 비용 부담’이 3개소로 나타났다.
특히, 미이행 사업장 16개소 중 경주 지역이 7개소로 가장 많았다. 이들 회사는 출퇴근 노동자 대부분이 울산에 거주하거나, 제조업 사업장 특성상 공장 내 부지 마련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어린이집은 꼭 공장 내에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미이행 이유가 핑계에 불과한 것이다.
경주시청 복지지원과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발표 이후 4월 말 회사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이행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직장 내에 짓기 어려우면 민간 위탁이라도 하라고 권고했는데, 사실 사업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풍산안강사업장(주)은 2017년 사택 내에 어린이집을 설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보건복지부 발표를 바탕으로 미이행 사업장에 대해 소명 자료를 받아 합당한 사유가 없다면 어린이집 설치 또는 민간위탁 권고를 내릴 계획이다. 경상북도 여성가족정책관 관계자는 “여성 근로자 연령대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인원수 기준으로만 돼 있다”며 “해당 시·군청이 소명 자료를 받아 합당한 사유가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대구교도소 등 미이행 사업장 6개소에 대해 2019년까지 직장 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세웠다.
이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은 26일 성명서를 내고 “경상북도는 직무유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의무 사업장임에도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거의 동일하나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행보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며 “경상북도는 조속한 조사와 지원 계획을 마련하고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라. 기업들은 이행강제금으로 때우기 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직장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조속히 발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