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부려대구] 대구에서 청년활동가로 살아남기

#나, 또는 단체의 고민은 뭔가요?
#비서울인 대구에서 활동하기, 성장한다고 느끼나요?
#‘활동가란 무엇인가?’ 나의 정의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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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부려대구]는 대구에서 먹고, 일하고, 놀고, 잠자는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갖고 있는 고민을 바탕으로 2주에 한 번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역 현안부터 사회 문제, 실 없는 논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정리된 이야기는 뉴스민을 통해 소개합니다.

김보현: 오늘(6월 26일)은 ‘씨부려대구 시즌1’의 마지막 모임입니다. 참석자는 이학선(민주노총 대구본부), 심순경(대구청년유니온), 유경진(쪽방상담소), 전나경(대구 동물권 행동 비긴), 조영태(대구참여연대), 김보현(뉴스민)입니다.

1월 초 첫 모임을 했는데 벌써 6개월이 흘렀네요. 오늘 모임 주제는 ‘대구에서 활동가로 살아남기’입니다. 최근 비영리 사회운동 교육단체 ‘플랫폼씨’에서 기획한 인터뷰집 <활동가들>을 재밌게 읽기도 했고, 우리가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 나눠볼 만한 주제 같아서 정했어요.

유경진: 말씀하신 책을 저도 봤는데, 첫 번째 인터뷰이가 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의 김윤영 활동가더라고요. 제 활동 영역과 겹쳐서 특히 더 재밌게 봤어요. 요새 활동가 절반, 사회복지사 절반의 정체성을 가지고 일하거든요.

보현: 맞아요. 책에서 좀 아쉬웠던 건 서울 중심의 이야기라는 점? 우리가 있는 곳에서도 활동가들이 바꾸고자 하는 것, 활동가의 삶 같은 게 좀 더 활발하게 이야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먼저 각자의 활동을 소개해 볼까요?

#나의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이학선: 제 직장은 민주노총 대구본부입니다. 대구본부는 민주노총의 산하조직인데요. 가입을 하는 형태인 가맹조직이랑은 조금 달라요. 현재 직함은 선전홍보 차장입니다. 주로 기사를 쓰는 일을 해요. 대구본부는 지역본부 중에는 유일하게 기관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언론사 기사와는 다르게 조합원을 선전, 선동하고 홍보하는 걸 주로 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업무를 보조하면서 역량을 쌓고 있어요.

▲순경 “학선 님이 속한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성당이라면 저흰 교회거든요. 지역별 청년유니온은 네트워크 형태이고, 각자의 의제 사업을 임기 동안 진행하면 돼요”

심순경: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대구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서 학선님이 계신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성당’이라면 저흰 ‘교회’ 느낌입니다. 청년유니온은 네트워크 형태이고, 중앙과 지부가 있는 형태에요. 사업 추진 방식은 지부 임원과 집행부가 기획한 사업을 집행부의 임기 동안 진행하면 돼요. 대부분 지부 단독사업이고, 1년에 1~2개 정도 본부와의 연계 사업을 진행해요. 저는 대구청년유니온에서 혼자 상근을 하고 있고, 기본적인 회계부터 사업의 A부터 Z까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들을 모아서 최저임금 오픈 마이크 행사를 했고요. 노동법 밖에 있는 프리랜서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연결하는 활동을 기획하고 있어요.

경진: 2016년 ‘청년NGO지원사업’을 통해서 처음 이 영역에 들어왔고요.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이라는 법인의 쪽방상담소에서 일하면서 주로 홈리스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빈곤 문제라는 게 흔히들 사람들에게 쌀을 가져다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보단 사회를 바꾸고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문제에 가까워요. 지역의 빈곤 단체, 장애인 조직, 노점상 조직과 연대해서 빈곤 문제를 알리고, 홈리스 추모제를 진행하는 일 등을 합니다. 지금은 연구사업 위주로 하고 있어요.

전나경: 발달장애인 관련 자원활동과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소 자원활동을 오래 했어요. 그러다 동물권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고, 지금은 대구 동물권 행동 비긴 대표로 있습니다. 지금은 크게 3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강연을 위한 활동가용, 대중용 교육 커리큘럼을 만드는 중이고, 대구 치맥 페스티벌의 안티 축제인 ‘N맥 축제’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동물권 영화제는 올해 3회차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그 밖에 개인적으로는 대현동 이슬람사원 분쟁에 연대하고 있어요. 학교 밖의 연대체가 있긴 한데요. 전 학교 안에서 개개인이 활동하는 교수나 학생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형태로 있었고, 최근에는 비긴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반대 주민들이 돼지머리를 이용해서 혐오를 표현하고 있는 부분을 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조영태: 대구참여연대는 대구시 정책 또는 의제와 관련된 자료를 분석하고 성명서를 내고요. 전 자료 분석, 유튜브 홍보, 조직 사업 등을 전방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민선 8기 1년을 맞아 평가 자료를 준비하고 있어요.

#나, 또는 단체의 고민은 뭔가요?

보현: 두 번째 질문은 ‘나 또는 단체가 갖고 있는 고민’입니다. 단체의 고민이 내 고민일 수도 있고, 반대로 내 고민에서 단체의 고민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냉정한 평가일수록 좋습니다.

경진: 빈곤 문제는 ‘다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어요. 권력이나 정파적 갈등은 사실 별로 없거든요. 저희의 가장 큰 과제는 ‘무관심’이에요. 어차피 누가 와도 안 된다는, 거대한 시장 구조 안에서의 인식을 해결하는 게 어렵거든요. 그럼에도 선배들이 나름의 건전한 긴장 관계를 잘 관리해 온 것 같아요. 기자회견이나 정책토론회를 하면 관하고도 대화를 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거든요. 다만 전체적으로 동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있어요. 빈곤 문제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라거나, 개인 풀은 거의 없어진 것 같아요. 여전히 봉사시간을 주는 봉사에는 사람이 많지만 공동체적인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사회의 분위기, 대학의 홈리스 체험 같은 활동들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아쉬워요.

▲경진 “전체적으로 동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어요. 빈곤 문제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라거나, 개인 풀은 거의 없어진 것 같아요”

순경: 경진님 이야기가 대구청년유니온의 고민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대구청년유니온이라는 조직이 설립된 지 10년이 되었고, 이제 새로운 활동가들이 나와서 기존의 대구청년유니온 활동가들과 연결이 되고 교류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 좀 불안해요. 이러다 ‘청년 없는 청년단체’가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현: 순경님은 10년 가까이 재생산이 안 된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보시나요?

순경: 적재적소한 때에 내놓는 포인트가 없어진 느낌이에요. 설립 초기 최저임금 운동을 할 땐 조합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더 이상 청년유니온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의제들이 사회적인 관심이나 청년세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는 걱정과 고민이 있어요. 또 대학을 잘 가고, 좋은 직장에 가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각자도생의 감각들이 강해졌다 보니 공동체를 중요시하고, 함께 살자고 말하는 청년 활동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같아요. 오히려 내 이력서에 한 줄 더 쓸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스펙’이 되는 기업 서포터즈 등의 활동이 더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대구청년유니온의 장점은 ‘말랑한 조직’이라는 것이에요. 청년들이 거부감 없이 와서 내 일터와 삶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거기서 좀 더 마음이 나면 이 문제들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공간이라 생각해요. 청년들이 와서 마음껏 자신의 생각과 문제의식을 털어놓고, 마음이 난다면 그 문제를 바꿔나가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함께 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구청년유니온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고 당사자를 어떻게 조직해 갈지가 고민이에요.

영태: 대구참여연대의 가장 큰 문제는 허리가 없다는 점이에요. 창립 회원들 위주로 멤버십이 유지되다 보니 50~60대가 많고, 중간 세대가 비어있어요.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오래 활동한 사람들과 중간 회원, 그리고 신규 회원들이 있어서 상호 간 소통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을 거잖아요. 예전엔 맞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틀린 말일 수 있죠. 지금은 맞지만 언젠가 틀릴 수도 있고요. 그런데 중간 조율 역할이 비었다 보니 충격이 서로에게 바로 가는 거예요. 새로 온 사람들은 못 견디겠다고 떠나버리고, 기존에 있는 사람들은 했던 얘기를 반복하죠.

보현: 중간 세대의 유입이 잘 안 된 이유는 뭘까요?

영태: 기존 멤버 간 유대감이 강하다 보니까 신규 멤버가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 같아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조직이 오래되고 멤버십이 강하다 보니 비하인드가 너무 많아요. 알고 보면 이 사람과 이 사람이 싸웠고, 이 사람과 이 사람은 과거에 뭐가 있었고…. 저 같은 신입은 알기 어렵죠. 그들이 멤버십의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비하인드를 모르면 눈치가 보이거나 섞이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보현: 나경 님은 좀 어때요? 지역에서 동물권 관련 활동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단체를 직접 만든 거잖아요.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와 좀 다른 결이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성당, 대구청년유니온이 교회라면 비긴은 스타트업에 비유할 수 있지 않나요?

나경: 맞아요. 선배도 없고 후배도 없고, 거기다 저흰 전업 활동가들도 아니에요. 그동안 동물권 이슈는 정당 중심 혹은 개나 고양이 위주의 캣맘 등 반려인 위주의 의제가 많았거든요. 서울은 특히 장애나 동물권, 노동 운동이 연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도 지역 안에서 그런 걸 찾아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경진: 한편으론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가 흔히 ‘운동’, ‘활동가’라고 지칭하는 것의 의미도 변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스타벅스 노동조합은 서로 만나서 조직한 게 아니라 특정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트럭을 한 대 빌려서 목소리를 내고 뉴스를 탄 다음 다시 흩어지는 형태였잖아요. MZ노조도 비슷한 결인 거죠. 적당한 예시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활동 중 퀴어 페스티벌이 굉장히 잘 운영된다고 느꼈어요. 한편으론 ‘우리가 해온 게 올드하거나, 반향을 일으키기 적절한 소스가 아니었기 때문인가? 분명 다른 어떤 요구가 있는데 우리가 이걸 담지 못한 걸까?’라는 고민도 들었어요.

영태: 2016년도에 청년들을 모아서 프로젝트를 했어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친구들한테 제안하면 대체로 “활동이 좋지만 운영 같은 감투를 쓰고 싶진 않다”고 답하는 거에요. “왜?”라고 이유를 물어보면 “형이 하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활동을 하는 사람이 행복해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거죠. 요즘은 ‘가치가 떨어지는 것보다, 가치를 말하는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영태 “요즘은 ‘가치가 떨어지는 것보다, 가치를 말하는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보현: 학선 님의 고민은 뭔가요? 민주노총은 조직의 역사가 길고 규모도 커서 조직의 고민을 진단하기는 부담스러우실 것 같긴 해요.

학선: 연차가 낮아서 거만한 느낌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니까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식으로 굴러간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많은 헌신을 많은 사람들이 쏟아부은 조직이잖아요. 말 그대로 부심일 수도 있지만 선배님들은 곤봉으로 맞아가면서 투쟁하셨죠. 어느 순간 보상 받아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죠. 군대에서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과 비슷한 개재인 것 아닐까요. 힘겹지만 이건 가치 있는 일이라고 계속 이야기하잖아요.

민중 진영 안에서 집회를 하면 다 같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거든요. 노래 가사의 시작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에요. 전 ‘사랑도 안 남기면 사람이 죽어요’라고 속으로 생각하죠. ‘명예도, 이름도 없을 순 있는데 사랑까지 없어야 하나’ 싶어요. 철학적인 고찰일 수 있는데, 영성, 영혼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없는 것 같아요. 전 무신론자입니다. 아무튼 사회주의자들이 되게 유물론자거든요. 마르크스는 스스로 자기 이론을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하잖아요. 모든 걸 과학으로 이해하려 했던 사람이다 보니 영성의 부분을 미뤄놨고요. 그럴수록 더 지켜야 될 사랑과 영성의 가치가 있는 건데요.

#비서울인 대구에서 활동하기, 성장한다고 느끼나요?

보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전 또래 활동가들을 만나면 자기성장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고 느껴요. 우리 토론모임 단골 주제인 서울과 비서울의 격차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여러분은 고민이 없나요?

나경: 저희 단체의 사람들, 행사를 하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을 보면 동물권 의제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노동, 퀴어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요. 연령대가 낮은 청소년을 포함해서요. 그렇기 때문에 단체의 역량과 감수성을 키우는 게 중요한데, 개개인이 노력해야만 한다는 점, 그리고 동료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어려워요.

경진: ‘서울이면 이 고생을 안 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긴 해요. 예를 들어 홍보물을 뿌린다고 해도 서울은 기본 인구수가 더 많잖아요.

▲나경 “(서울에 비해 활동이 어렵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투정 같아요. 다만 제가 빠졌을 때 조직에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

나경: 서울에서 활동해 본 적이 없어서인가, 그것도 막연한 투정 같아요. 다만 제가 이 조직에서 빠졌을 때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 때문에 교차성 독서모임을 하면서 다른 의제를 갖고 활동하는 단체들과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긴 해요. 한편으론 동물권 단체들끼리 잘 뭉친다는 점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죠. 작년에 N맥 페스티벌을 기획했을 때 저흰 선배도 후배도 없다 보니 다른 지역의 활동 단체들이 결합해서 도와주셨어요.

학선: 부족함을 느끼니까 공부를 하고 싶은데, 사실 조직 안에서 해결하기에는 방법이 없어요.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일이라는 게 공부보단 경험이 중요하잖아요. 처음엔 가맹이나 산별이 뭔지 몰랐거든요. 부딪히면서 배우는 거죠. 산별 간 관계 같은 야사도 실제 일을 할 때 필요하고, 배우고 싶은데 여긴 판이 좁으니까 아무래도 서울과 비교해서 어려움이 있죠.

경진: 대기업 얘기를 듣는 것 같네요.

보현: 모임 전에 이야기했던 책 ‘활동가들’을 기획한 플랫폼C도 수도권의 활동가 모임이거든요.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등 적을 둔 활동가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토론하는 활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교류 속에서 얻는 게 분명 있을 거란 말이죠.

영태: 그거예요. 그걸 이제 대구에선 ‘내가’ 해야 하는 거죠. 서울이라면 말씀하신 조직의 형태가 다양하니 나는 가서 자리에 앉기만 하면 되잖아요. 여기선 뭔가 하려면 내가 만들어야 하니, 그것부터 사실은 너무 일이 된다고 느껴요.

보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태 님은 예산스터디 등 여러 모임을 만들어서 하고 계시잖아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거죠. (웃음)

순경: 작년에 청년유니온 본부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요즘 활동을 할 때 뭐가 가장 고민이냐?’고 묻길래 ‘활동할 친구가 없는 게 고민이다. 혼자 하는 게 외롭다’고 대답했거든요. 그런데 이해를 잘 못하더라고요. 거긴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활동할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외로운 경험이 없어 보였어요.

학선: 한편으론 ‘내가 서울에 있어도 민주노총에서 일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인력풀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많지 않은 제가 지금의 조직에서 일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보거든요.

순경: 객관적으로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청년이니까, 지역에서 활동하니까 이 정도면 잘 하는거지’가 아니라 정말로 실력 있고,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오래 잘 하고 싶은데 활동을 잘 하기 위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좋은 강의가 많이 열리고, 기회도 많은데 대구는 부족한 느낌이라 아쉽고 속상해요. 공부를 하고 싶으면 그 판조차 제가 깔아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학선 “지는 싸움을 많이 해서 심적으로 힘든 것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최근 해고된 조합원의 인터뷰를 간 적이 있는데, 조끼 입고 찾아갔다는 이유로 좋아해 주시고, 속마음을 얘기해주시더라고요”

보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오히려 비서울이라 기회가 많을 수 있다고 봐요. 대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역량이 어떤 면에선 뛰어나다 느끼고요. 전방위적으로 커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지고 능력 이상의 것을 해내도록 장애물이 생기면서 길러지는 것들이겠죠. 순경 님이 기자회견 등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보면 ‘떨지 않고 차분하게, 핵심을 잘 말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나경 님의 기획과 조직하는 힘에 대해서도 자주 감탄해요. ‘없으니 내가 하겠다’고 해서 부딪히면서 길러지는 게 분명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그다음인 거죠. 역량이 계속해서 길러지고, 상호작용을 통해서 확장하고 뛰어넘는 관계나 계기가 계속 생겨야 할 텐데요.

학선: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오늘도 여기저기 많이 실려 다니다 비를 맞아서 집에 갔다 왔거든요. 씻고 나왔는데 ‘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는 싸움을 많이 해서 심적으로 힘든 것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최근 해고된 조합원의 인터뷰를 간 적이 있는데, 조끼 입고 찾아갔다는 이유로 좋아해 주시고, 속마음을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영태: 정해진 파트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어요. 정책을 연구할 땐 컴퓨터 앞에서 집중하다가, 다른 실무가 주어지면 그것에 신경 쓰고,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할 때도 많죠. 몸과 머리는 하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진이 빠져요. 그러다 보면 학선 님 이야기처럼 패배감과 무력감이 들 때가 있어요.

#‘활동가란 무엇인가?’ 나의 정의

보현: 오늘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활동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영태: 힘든 점을 여럿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자아를 찾는 느낌이 들어요. 활동가가 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하는 것도 같고요. 활동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면서, 시각도 키우고 나도 발전해야 해요. 물론 현실은 맨날 실수투성이지만요.

경진: 활동가는 공동체나 사회의 문제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기본값은 ‘연대’이고요. 함께 하지 않으면 골방 철학자와 다를 바가 없잖아요. 결과가 항상 있을 순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설득해 가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야 지치지 않을 것 같아요.

▲순경 “활동가는 ‘내가 상상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더해 ‘공동체와 공존의 가치를 고민하는 사람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학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활동가인지 정의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내가 바꾸고자 하는 것의 의미를 추구하고 어떤 삶을 지향하는가에 대한 자기 확신이 또렷하게 있는 것과 ‘내가 활동가다’ 말만 하는 게 겉으론 크게 차이가 안 나는 것 같거든요. 예민함을 잘 키워야 하고, 사람들과 달리 보는 눈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사회와 동기화가 잘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활동가의 정의는 ‘변화를 추동하는 사람’이에요. 피해의식을 경계하고 자기가 활동가인 이유를 스스로한테서 계속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자신에 대한 업데이트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보현: 우리를 위해서 활동가를 정의하는 범위를 계속해서 넓혀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경 님이 활동하는 ‘비긴’만 해도 본업이 있는 활동가들이 모인 조직이잖아요. 새로운 형태의 단체가 늘고 있긴 하지만, 한편에선 활동 자체를 추켜세우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선이 강하게 그어진다고도 느끼거든요.

학선: 특히 청년들이 ‘활동’을 적을 만들기 위해 써요. 바운더리를 넓히고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실험해야 하는데, 오히려 좁히기 위해 활동의 논리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 운동의 논리를 자기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으로만 가두기 위해 사용하는 모습이, 슬프지만 청년들한테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경쟁 중심의 교육이 원인일 수도 있겠고요. 특히 여성은 위협을 느끼니까 안전한 곳을 찾는거겠죠. 하지만 길게 보면 그 사람이 지향하는 바를 이루는 데 더 방해되는 일이거든요.

순경: 저도 비슷해요. 활동가는 ‘내가 상상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렇게 되면 혐오세력, 예를 들어 동성애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활동가인지 묻게 되잖아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반대했던 MZ노조가 청년 세대 노동운동을 하는 건지도 물을 수 있죠. 그래서 앞에 말한 정의에 더해 ‘공동체와 공존의 가치를 고민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경: 그렇게 보면 활동가의 범위가 너무 좁아지는 것 같아요. 결국 활동가라는 단어의 정의가 필요한 건 ‘활동가라는 단어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때문일텐데…. 잘 모르겠어요. ‘정의를 내리는 게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도 잘 모르겠고요. 만약 실무적인 능력이 떨어지고 조직에서 튕겨져 나오면 활동가가 아닌 게 되나요? 능력주의로 빠질 수 있다고 봐요.

전 여러분과 다르게 전업 활동가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정체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인간이 인간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당사자성이 있지만, 우리가 비인간을 위해서도 투쟁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성이 없는, 온전한 이타주의를 갖고 하는 부분도 있단 말이에요. 그런 것에 공감하는 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활동가를 정의하는 것에서도 그렇게 돼야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보현 님이 얘기한 포인트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스스로를 활동가라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로 ‘참지 못하는 우리 모두’가 활동가라고 생각합니다.

정리=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