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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 삶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입니다”
1일 오후 4시,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한국) 앞에서 열린 해고 8년 맞이 투쟁결의대회에서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이 말했다.
“2015년 해고되어 전국을 다녔습니다. 함께 싸워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작든 크든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아사히 투쟁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동지들의 마음입니다. 이 자리를 준비하며 가슴 뭉클했습니다. 아사히 투쟁의 정신은 단결과 연대입니다. 지난 8년 22명이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전국을 다녔습니다. 그 정신을 지킨 우리 동지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제 삶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입니다. 오늘 이 자리 전국에서 투쟁하는 빛과 소금 같은 동지들이 함께합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단결과 연대로 계속 싸우겠습니다. 저 정문으로 사원증 걸고 당당히 들어가겠습니다.”(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8년을 맞는 결의대회에 8개 꽃송이가 피었다. ‘청년’, ‘해고 투쟁’, ‘지역 연대’, ‘비정규직 투쟁’, ‘희망’, ‘평화’, ‘원청 투쟁’, ‘끈질긴 투쟁’이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이 주관한 결의대회에는 청년, 해고자, 비정규직, 소성리 주민 등 투쟁하는 시민과 노동자 3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8개 주제에 맞춘 발언으로 연대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결의대회 첫 무대인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이 준비한 몸짓 공연에 활짝 핀 미소로 화답했다. 이들은 “힘을 주러 와서 오히려 힘을 받아 간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혁 금속노조 KEC지회 부지회장은 “힘을 주러 왔지만, 올때마다 아사히 동지들에게 힘을 받는다”라며 “아사히 동지들의 투쟁은 지역을 넘는 연대를 보여줬다. 우리 KEC지회는 아사히지회와 형제처럼 연대했다. 외롭게 들꽃이 필 때 함께 했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구미에서 22명의 들꽃이 노동자 투쟁의 씨앗을 계속 피워가고 있다. 얼마나 소중한가.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노조 만들었다가 문자 하나로 해고되는 이 세상에서 이대로 살 수는 없다. 22명의 노동자가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 한국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며 “노동자가 당당히 공장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구미다운 구미가 되도록 할 것이다. 세종호텔 정리해고에서도 1년 6개월 싸우고 있다. 우리도 꼭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락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아사히 하면 연대다. 우리 업체도 폐업하려 해서 퇴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농성할 때 그때 아사히글라스 동지들을 만났다”며 “그때 아사히글라스 동지와의 만남이 우리 싸움의 길잡이가 됐다. 우리도 씨앗을 전국으로 퍼트리는 연대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규 사드철회 성주대책위 대변인은 “소성리는 일주일에 다섯 번 국가폭력이 짓밟고 있다. 그때 새벽에 아사히 동지들 차량이 보이면 아들 보는 듯 든든해진다”며 “아사히 동지들이 소성리 투쟁의 등대다. 소성리에도 아사히 동지의 투쟁과 연대는 모범이다. 우리도 마음을 다해 아사히 동지들이 하루라도 빨리 공장으로 돌아가도록 바라 마지않는다”고 말했다.
구미에서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처음 하는 투쟁이라 시행착오 많았지만, 지역 연대와 아사히 동지들의 연대가 힘을 줬다”라며 “조만간 노동위원회 결과에 따라 회사는 공장 퇴거 압박을 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청춘을 바쳐 일한 공장을 쉽게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아사히 동지들이 싸워온 것 처럼 우리도 닛또 자본에 맞서 당당하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제천간디학교 학생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등 전국 60여 단체에서 연대를 위해 참석했고, 발언과 공연도 이어 갔다. 8개 꽃송이에서 시작한 결의대회는 집회 끝 무렵인 이날 오후 6시, 300여 ‘희망의 꽃’으로 피어났다.
한편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의 투쟁은 기약 없이 연장된 상황이다. 지난 2월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이영화)가 민사 소송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 2심, 형사 재판인 파견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연달아 확인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뒤집어 무죄를 선고하면서 법정투쟁에 변수가 생겼다.
현재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은 주심대법관과 재판부 배당은 됐지만 선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측의 파견법 위반 혐의는 검찰 상고로 대법원에 넘어갔지만, 재판부 배당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