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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왕국 1년]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를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벌써 페이스북에 쓴 글로 엮은 책만 3권을 펴냈다. 유튜브 채널도 어느 정치인보다 많은 구독자를 자랑한다. 홍 시장은 2018년 페이스북을 엮어 두 번째로 펴낸 책 서문을 통해 페이스북에 열심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가 페이스북을 일기처럼 매일 쓰는 것은 국민과의 직접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도권 언론의 편향성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트위터 하나로 반 트럼프 진영의 모든 언론을 상대 합니다. 이제 우리도 그런 시대가 도래했음을 곧 알게 될 겁니다. (중략) 매일 같이 일기처럼 쓰는 페이스북은 내 인생의 기록이자 내 생각을 정리하여 후대에 남기는 개인 실록입니다”
‘편향된 언론’에 대응해 직접 시민과 소통하고, 그 스스로 인생의 기록이자 실록으로서 후대에 남기고자 함이라는 설명이다. 뉴스민은 그의 ‘실록’에서 시장으로서 1년치 기록을 살펴, ‘대구시장 홍준표’의 1년을 분석한다.
1-1. “페이스북 글 쓰는 건 10분” 정말일까?
1-2. 페이스북 정치, 시장보단 당 상임고문?
1-3. ‘언론의 편향성’에 맞서는(?) ‘페이스북 투쟁’
시정보다 정치 현안에 더 관심
시장 임기 초반엔 시정 관련 많지만,
4개월차부턴 당내 문제 훈수에 열성
실록의 내용적 측면을 보면, 홍준표 시장은 지난 1년 동안 시정보다는 ‘정치 현안’에 더 관심을 보였고, 특히 국민의힘 당내 문제에 훈수를 두는데 열을 올렸다. 실록은 크게 ▲시정 ▲현안 ▲정책 ▲잡기 등 4개 분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시정은 전체의 37.2%에 그쳤지만 현안은 46.2%로 절반에 육박한다.
현안을 다시 정치 일반과 국민의힘 당내 사안으로 구분해서 보면, 정치 일반이 51.4%로 절반 이상이긴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나 김재원 최고위원을 둘러싼 논란이나 전당대회 등 당내 사안울 다룬 게 48.6%로 절반에 육박한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해촉된 4월까지는 반대로 당내 문제를 다룬 게 54.1%를 차지해서, 상임고문 역할에 충실(?)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월별로 구분해 보면 시장에 취임한 초반, 지난해 7월부터 9월 사이에는 상대적으로 시정에 대한 실록을 많이 남겼다. 이 기간에 쓴 실록 94건 중 43건(45.7%)이 시정에 대한 것이다. 홍 시장은 TK신공항특별법, 채무제로, 신청사 건립, 취수원 문제 등 대구시 현안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과 견해를 실록으로 남겼다.
하지만 10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시정보다 정치 현안에 더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 간 반목이 이 대표에 대한 징계로 일단락되고, 새 당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 시즌이 본격화되던 시점이다. 같은 달 17일 홍 시장은 국민의힘 상임고문에 위촉됐다. 홍 시장에게 당내 현안을 ‘훈수둘 수 있는’ 자격이 공식적으로 부여된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 상임고문이라는 자격이 생긴 탓인지,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중 지난해 12월을 제외하면 모두 시정보다 현안 대응에 더 많은 실록을 남겼다.
당내 문제 중에서도 가장 열을 올린 문제는 전당대회다. 홍 시장은 10월 6일 “우리당 중진들 그중 N모, J모 등은 막말이라고 나를 지방선거 유세조차 못 나오게 했고, 개혁보수라고 떠드는 H모는 나보고 정계 은퇴하라고 조롱하면서 문재인 찬양까지 했다”며 “그런 사람들이 이준석 편에서 당을 흔들고, 일부는 당대표 후보라고 설치고 있다”고 일부 당대표 후보군을 비난하는 것을 시작으로, 김기현 대표가 선출된 3월까지 총 28건 관련 실록을 남겼다. 당내 문제로 남긴 전체 실록 중 31.8%에 해당한다.
홍 시장은 28건의 실록을 통해 주로 나경원 전 의원을 ‘수양버들’이라며 비난했고, 유승민 전 의원과도 설전을 벌였다. ‘천하용인’으로 그룹화된 당내 소신파를 향해서도 ‘버릇없는 철부지’라며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때도 중앙 정치 관여는 그만하고 시정에 집중하라는 지적을 받았고, 1월 11일엔 페이스북을 통해서 “관여하는 시간은 하루 30분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당대회 이후에는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은 21건으로 그 뒤를 잇는다. 전당대회 직후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와 관련한 설화에 휩싸였고, 홍 시장은 3월 14일 처음 이 문제를 거론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문제로 당 지도부와 반목하면서 지난 4월 상임고문 해촉 사태가 초래됐고, 5월부턴 당내 문제에 대한 언급은 급격히 줄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