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곳이던 경북 ‘OO 아가씨’ 뽑기, 이젠 안동·영양만

경북 기초자치단체 대부분 폐지···"시대 흐름 맞지 않다"
경산, 영천은 여성 한정 아닌 '피플'로 남성까지 확대
안동은 내년 계획 불확실, 영양은 "고추 아가씨 계속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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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품화 비판을 받아왔던 지역 특산물 아가씨 대회(이하 미인대회)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2019년까지 경북에서도 6개 지자체가 대회를 운영했지만, 작년엔 안동시와 영양군만 대회를 열었다. 최근 대회를 폐지한 지역에선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고 폐지 배경을 밝혔고, 안동시도 내년 대회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했다. 반면 대회 유지를 고수한 곳은 영양군이 유일해서 내년엔 영양군만 유일하게 선발대회를 열 가능성도 있다. (관련기사=경북 6곳, 아직도 ‘특산물 아가씨’ 뽑는다(‘19.6.20))

<뉴스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북의 최근 3년 간(2021~2023년) 미인대회 개최 여부를 확인한 결과, 미인대회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안동시와 영양군에 불과했다. 안동시는 ‘안동한우 홍보사절 선발대회’를, 영양군은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그동안 격년제로 대회를 실시해왔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2020년은 대회가 취소됐으나 지난해 재개됐다.

먼저 최근 미인대회가 없어진 지자체가 눈에 띈다. 영주시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풍기인삼 아가씨 선발대회’를 폐지했고, 김천시도 ‘포도아가씨 선발대회’를 2018년을 마지막으로 치른 뒤 2020년 코로나팬더믹으로 취소했다가 지난해 폐지했다. 김천시 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여성 성상품화라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고, 검토 끝에 결국 폐지하게 됐다. 대회 지원자들 역시 줄어들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특산물 홍보대사로 젊은 미혼 여성이 아니라 남성까지 확대해 미인대회의 성격을 바꾸려는 지자체도 있다. 영천시는 만 18세 이상 35세 미만 남녀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받아 ‘제1회 영천 포도피플’선발대회를 열었다. 본선 심사를 안내하면서는 ‘미인대회를 연상케하는 복장 지양’이라는 내용도 담았다. 경산시는 지난해 9월 만18세 이상 30세 미만 남녀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받아 ‘대추알림이’ 선발대회를 3회 째 열었다. 경산시 농정유통과 관계자는 “신선하고 새롭다는 반응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다 보니 그렇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해 대회를 재개한 안동과 영양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보인다. 안동시는 지난해 10월 4일 안동 탈춤공원 경연무대에서 안동시 주최, (사)전국한우협회안동시지부·안동MBC 주관으로 진선미 등을 선발했다. 서류 심사를 통해 참가자를 추려 예비 심사와 프로필 촬영, 합숙, 본선을 거쳐 선발됐고, 이 가운데 용모·화술·교양 등 심사가 이뤄졌다. 지원 대상은 18세 이상 미혼여성으로 한정했고 참가신청서에는 사진과 신장, 체중 항목이 포함돼 있다. 대회 지원 예산은 8,500만 원이다.

안동시 축산진흥과 축산유통팀 관계자는 “한우아가씨 선발대회에서 이름도 홍보사절로 바꾸고, 수영복 심사 같은 것들이 빠져서 괜찮다는 여론도 있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여성과 남성을 같이 뽑거나 대회를 없애는 분위기가 있어서 다른 시군과 지역 내 여론 등을 살펴 내년에 대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양군은 지난해 8월 19일 영양군민회관에서 영양군 주최로 본선대회를 치뤘고, 내년에도 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영양군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는 만 18세~24세 이하 미혼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서류 심사와 예선, 합숙을 거쳐 진선미를 뽑는다. 영양군은 참가자 사진을 받으면서 최근 3개월 이내 컬러 사진으로 명함판, 정면 상반신, 자유포즈 전신 3매를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대회 지원 예산은 약 3억 원이다.

영양군 유통지원과 관계자는 “선발된 ‘고추아가씨’들을 교육해 지역 특산품 홍보에 활용하는데 홍보 효과가 크다”며 “여성단체의 비판은 알고 있지만 수영복 심사도 몇 년 전에 없앴고, 신청자가 적은 문제로 지역 여성이 아닌 전국으로 확대했다. 대회를 없앨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영양군은 지난해 ‘제20회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치뤘다. (사진=영양군)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