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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후원으로 진행되는 독서감상문대회에서 대회 선정도서가 좌편향됐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해당 도서 4권이 목록에서 제외돼, ‘검열’ 논란이 제기됐다. 민원인은 홍택정 문명교육재단 이사장이다. 문명교육재단은 2017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해 논란이 된 경산 문명고 재단이다.
홍 이사장이 지적한 도서는 유시민 작가의 <나의 한국현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한국탈핵> 등 4권이다. 해당 대회 선정도서는 당초 35권이었으나, 문제가 된 도서 4권이 빠져 31권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경산시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부터 오는 9월 3일까지 경산시민을 대상으로 ‘경산시민 독서감상문대회’가 진행 중이다. 한 지역 신문사 주관으로 열리는 대회에는 경산시와 경산시교육지원청이 후원했다.
홍 이사장은 유시민 작가와 조국 전 장관을 ‘좌편향’ 인사로 규정했고, 정지아 작가는 책 내용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에서 행사를 연 점을 문제 삼았다. 한국탈핵은 내용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이사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독후감전 선정 도서가 잘못됐다. 시민, 학생들이 읽으려면 책을 사야 할 텐데, 영업 사원도 아니고 왜 그런 책을 선정하나”라며 “의도적인 것 자체가 문제이며, 그런 곳에 시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파의 책을 섞어서 하든지, 아니면 제한하든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이러는 건 문제”라며 “이런 책을 팔고 읽혀서 국민들이 공감하도록 만드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 이사장은 문명고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당시 사학의 자율성을 주장했듯, 독서감상문 대회도 주관사의 도서 선정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두 사안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시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회 선정도서에 포함된 <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박권일 작가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유시민, 조국 저서는) 좌편향 내용도 아니고 그들이 좌파도 아니다. 그저 정파적인 공격일 뿐”이라며 “저자 개개인 성향보다 중요한 건 좌편향이라면서 도서 행사를 이념적으로 공격하는 것 자체가 반헌정적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행사조차 보조금이 지원된다. 보조금이 지원되는 행사에서 정치적 경향성을 갖고 문제 삼기 시작하면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 무색무취한 사람들만으로 행사를 꾸려야 한다는 건데, 그게 더 문제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산시는 선정도서 제외 과정에서 시가 개입하지 않았으며, 단지 주관 단체에 민원인의 우려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