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탄압·전범기업 ‘아사히글라스’에 제약 없는 경상북도

경상북도, "기업과 개인 양심의 문제...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없다"

17:02

경상북도가 구미4국가산업단지(외국인 전용단지)에 유치한 외투기업 아사히글라스의 노동탄압 문제가 1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사히글라스가 일본제국주의 전쟁범죄기업이라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경상북도는 기업 양심에 맡겨진 문제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제약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전범기업은 일제강점기 당시 한반도 및 다른 나라 침략을 위해 군수와 관련한 군복, 무기 등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기업이다.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일본기업 1,493곳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299개 기업이 포함됐다. 여기에 포함된 아사히글라스는 일본에 1곳, 한반도에 4곳의 작업장을 두고 전쟁에 협력했다.

아사히글라스는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사장인 이와사키 야노스케의 차남 이와사키 토시야가 1907년 설립한 유리제조업체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지난 2004년 아사히글라스와 투자협정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경상북도·구미시는 아사히글라스에 조세감면, 임대료감면 등을 약속했다. 2006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공장 가동을 시작한 아사히글라스는 땅 34만㎡ 무상임대, 국세 5년 면제, 지방세 15년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아사히4

그러나 지난해 5월 아사히글라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한 달 만에 이들이 소속된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17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된 노조원들은 현재까지도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도 아사히글라스의 도급계약 해지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지만, 회사는 판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난 지 1년이 지났지만,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사히글라스는 많은 투자를 했다”며 두둔했다. 지난해 아사히글라스에 무상임대한 토지계약을 갱신(10년 단위)할 때도 경상북도는 비정규직 해고 문제는 제한사항이 아니라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구미시는 올해 4월 21일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며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의 노조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한재성 경상북도 투자유치실 외국인기업유치팀장은 “유치 당시 전범기업인지 몰랐다”며 “전범기업이라고 해서 계약을 파기하거나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과나 책임을 요구할 수 없는지 묻자 한재성 팀장은 “사실 전쟁범죄기업은 양심에 대한 문제다. 이 기업들이 좋은 양심을 가졌다면 좋겠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며 “유치 이후에는 산업단지관리공단에 관리를 위임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과거 우리 조상을 끌고가 착취한 전범기업이 오늘날 다시 우리나라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대해 가만히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한 내역. 아사히글라스도 자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2015. 10. 5 보도자료]
▲국민연금공단이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한 내역. 아사히글라스도 자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2015. 10. 5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