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에서 진보적 장애인 운동을 펼쳐 온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구장차연)이 18년의 준비를 거쳐 27일 공식 출범했다. 비영리 임의단체로 등록을 마친 대구장차연은 이로 장애인 인권운동단체로서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7일 오전 11시 대구장차연은 공식 출범을 맞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사까지 행진해 오후 3시 40분부터 이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도 열었다.
출범식에는 장애인 당사자, 활동지원사, 장애인 부모, 전국 장애인단체 활동가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시청네거리~동인네거리~중앙네거리를 거쳐 반월당역으로 이동했고, 반월당역에서 범어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뒤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사까지 행진했다. 행진 과정에서 2006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시작으로 18년간 이어진 장애인 권익 옹호 운동의 거점 장소를 지나며 당시 상황과 의미를 되짚었다.
장애인단체들의 연대체 격이던 대구장차연은 이번 출범에 맞춰 개인회원을 받았고, 상근활동가와 공동대표 선임 등 조직 구성을 갖췄다. 상임공동대표로는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가, 공동대표로는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대표,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처장이 선임됐다.
이들은 “활동 18주년을 맞이해 더욱 단결한 장애인 인권운동단체로서 기반 마련, 활발한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의 전개와 원활한 지역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연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적 장애인 운동 18년
활동보조 제도화, 조례 제정 운동, 희망원 투쟁
탈시설 자립생활 운동, 지역 인권운동 연대까지
대구장차연 준비위원회는 2006년 장애계가 전반적으로 보수화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진보적 장애인 운동을 위해 결성됐다. 조직 결성 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시작했고, 대구시청 앞에서 40여일간 노숙농성 끝에 대구시의 활동지원서비스 시범사업 계획을 이끌어냈다.
이후 2007년 대구시의회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조례 제정, 2009년부터는 탈시설과 장애인의 주거권 쟁취 운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대구시에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가 제정됐고, 2014년 장애인 탈시설 추진계획도 수립됐다.
2016년은 대구시립희망원의 거주 장애인 사망, 폭행,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문제가 드러난 해다. 대구장차연은 지역 단체들과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 척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희망원 폐쇄를 요구했다. 그 결과 2018년 대구시가 희망원 내 일부 시설을 폐쇄했고, 거주 장애인 일부에게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그리고 2023년 현재는 달성군청에서 거주 장애인이 사망한 한 시설의 설립 취소를 요구하며 농성도 진행 중이다.
박명애 대구장차연 상임공동대표는 “비장애인 중심 한국사회와 대구 시민사회를 바꿔왔지만, 아직 산더미 같은 과제가 있다”며 “지역 장애인 당사자, 대구시민과 함께 모든 시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대구시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금호 공동대표는 “2006년 처음 대구장차연 결성 때부터 대구에도 장애인차별철폐를 목표로 투쟁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대구시민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