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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이면 대구 서구 평리동 소재 종합복지회관에서 대구시 예산을 받아 이뤄지던 무료급식소와 물리치료실이 없어진다. (관련기사=29년 운영 평리별관 무료급식소 올해까지만···대구시, 민간위탁 종료 결정(‘23.06.16))
30년 쯤 운영된 이곳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된 결정은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민간위탁 사업 전수 조사 이후 이뤄졌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서구 지역 내에 다른 무료급식소가 있고, 지자체에서 무료급식소 지원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게 ‘없어져도 괜찮다’는 이유다.
행간에 담겨있지 않은 대구시의 속뜻은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대구시가 골몰하는 ‘채무 제로’ 정책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이미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각종 기금이 폐지됐고, 무상급식 지원예산 수백억을 교육청에 떠넘겼다. 작은도서관 운영 및 교육 복지 예산도 줄이는 등 대구시가 하던 여러 사업들이 사라졌다.
이번엔 저소득 어르신들이 주로 혜택을 받는 무료급식소와 물리치료실이 대상이 됐다. 이곳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나 봉사자, 직원 일부는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 ‘설마 없어지겠냐’며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도 확인됐다.
대구시는 해당 민간위탁 사업 폐지가 된 이후 내년부터 종합복지회관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취재를 위해 찾은 이곳에서 건설사 매각 소문도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인근에는 상당수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대구시가 가진 공유재산 매각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뜬소문처럼 들리지 않았다.
두 곳에 지원되는 연간 예산을 합치면 1억 5,000만원 정도다. 각종 사업비와 예산 규모를 봤을 때 많지 않은 데다 오히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한 끼 식사비로 턱 없이 적은 금액이다. 사업을 확대하거나 사업 공간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사업 없앤 상황이 유감스럽다.
사업을 없애기로 한 결정을 내릴 때 이용자들을 한 번 떠올려 봤을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너무 무감하다고 느껴진다. 얼마 전 대구시는 신공항특별법 통과를 축하하는 행사에만 하루 만에 약 1억 원을 썼던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무료급식소와 물리치료실을 이용하던 어르신들은 처음 만난 기자에게 본인들의 이름과 사는 곳, 사정에 대해 거침 없이 털어놓았다. 같이 줄을 서 있던 일행에게 취재를 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오직 이곳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대구시장이 민간위탁 업무 종료 서류에 결재 사인을 하기 전에 무료급식소를 한 번 방문했었으면 어땠을까. 더 늦기 전에 이곳을 찾아 한 번 식사를 하고, 어르신들도 만나보면 좋겠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