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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분신해 숨진 故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노동시민사회장이 이달 17일부터 5일간 진행된다. 장례 일정에 맞춰 대구에서도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설치한 추모분향소를 20일까지만 운영한다. 지난달 8일 운영을 시작한 지 44일만이다. (관련기사=대구서 분신 건설노동자 추모문화제···“명백한 살인 정권”(23.05.10.))
20일 오후 5시 30분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양회동 열사정신 계승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건설노조 대경본부 주최로 열린 문화제는 ‘건설노조 탄압 분쇄’, ‘윤석열 퇴진’ 구호 하에 1시간 10분간 진행됐다. 문화제에는 주최 측 추산 300여 명이 모였다.
故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강원도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이튿날 숨졌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노조를 건폭으로 낙인찍고 무리한 조사를 벌여 양회동 열사가 죽었다. 윤 정부는 건설노동자가 처한 구조적 현실을 외면하는 퇴행과 폭주를 일삼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추모분향소를 운영해 왔다.
이날 임성종 윤석열 심판 대구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양회동 열사가 돌아가신 지 50일이 넘도록 아직 장례조차 치루지 못했다. 우리는 열사의 투쟁을 기억하고 열사의 사회적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열사가 남긴 절절한 한마디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윤석열의 검찰독재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를 기억하고, 이제 살아남은 우리가 나서야 한다. 열사가 남긴 유지를 투쟁으로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장례 이후로도 정권에 대한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공병열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사지육신 안 떨어지고 멀쩡하게 죽으면 호상이라는 이 말이 마음이 아프다. 건설노동자의 한이 서린 글귀”라며 “재작년 대구 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젊은 후배가 넘어지는 무거운 구조물에 몸이 끼어서 죽었다. 작년에는 동지가 안전시설물 없는 작업장에서 발이 삐끗해 떨어지면서 머리가 깨지면서 죽기도 했다. 장례식장에서 ‘현장을 더 안전하게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병열 부지부장은 “올해는 동지가 분신해서 죽었다. 장례도 못 치루고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있다. 오늘 여기, 건설노동자 양회동 동지의 마지막 추모제에서 윤석열 정권이 퇴진할 때까지 싸울 것을 결의하자”고 덧붙였다.
문화제는 노래패 ‘맥박’이 故 양회동 건설노동자 분신 이후 만든 노래 ‘건설노동자의 삶’으로 추모공연과 문화제가 이뤄진 한일극장에서 2.28기념공원 앞 추모분향소까지 약 200m 거리를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맥박’은 공연에 앞서 ”노동조합이 생긴 뒤 건설현장의 많은 적폐와 부조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열심히 활동했던 동지가 얼마나 억울하면 그런 결심을 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죽음을 추모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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