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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세 번째 매진이다. 홈팬들은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시민의 5대 의무인 대팍 직관을 준수했다. 원정석 572석은 1시간 만에 동났다. 홈팬들 역시 빅매치를 놓치지 않았다. 시작 전 경기장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푸른 물결이 넘쳤다. 경기 시작 전부터 예상이 난무했다. 양 팀의 경기력보다 염원이 담겼다. 대구 승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팬은 없었다.
4일 저녁 6시 55분 DGB대구은행파크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호국보훈의 달임을 알렸다. 서울의 선축이었다. 골대 뒤편 양 팀의 메인 응원단은 진작에 가열되어 있었다. 초반부터 고재현, 에드가, 홍철의 호흡이 예사롭지 않았다. 서울 수비진이 몸으로 막았다. 3분 만에 에드가의 머리에 공이 닿았다. 홈팬들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공격수 3인방이 기대에 부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분이면 충분했다. 고재현, 에드가, 세징야로 릴레이 된 볼을 세징야가 결정했다. 전방 삼각 편대의 환상적인 호흡과 세징야의 결정력이 돋보였다. 밀어붙이던 서울의 창끝을 둔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9분 홍철을 경유해서 세징야에게 연결된 볼이 에드가에게 갔지만 골대를 넘겼다. 고르지 못한 바운드가 원망스러웠다. 치열한 다툼만큼 심판도 분주했다. 심판의 치켜든 손은 남쪽으로 고정된 듯했다. 사소한 다툼의 승자는 언제나 서울이었다. 이기고 있는 홈팬들의 야유는 길지 않았다. 29분 에드가의 긴 패스가 세징야에게 갔다.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슛을 날렸다. 손흥민존이었다. 세징야존을 만들기엔 감김이 부족했다.
37분 절호의 역습 찬스가 무위에 거쳤다. 두 번째 실수였다. 축구는 바둑과 유사하다. 승부처에서 한 번의 실수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닮았다. 유효와 효과는 난무했지만 한 판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정적 추가골 찬스가 무위에 거쳤다. 이기고 있지만 편치 않았다. 41분 이진용이 카드까지 받았다. 투지의 산물이었지만 여유롭지 않음의 방증이었다.
서울도 급했다. 나상호와 황의조는 끊임없이 빈 곳을 찾았지만 길목을 선점한 우리 수비수들에게 막혔다. 서울은 세밀한 빌드업 축구를 구사했지만 주고받는 패스만큼 리스크도 많았다. 전반이 종료됐다.
8시 정각 후반이 시작됐다. 승리를 굳히고 싶었던 선수들은 결연한 의지로 어깨걸이를 했다. 서울은 임상협을 투입했고 대구는 변동 없었다. 후반 9분 서울이 경기 최고의 찬스를 만들었다. 골대를 맞혔다. 원정팬들의 “힘을 내라 서울”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30분을 남기고 박세진이 들어왔다. 경고가 있던 이진용을 보호했다. 수원도 팔로세비치를 아웃시켰다. 안익수 감독은 공격을 담당했던 용병들을 모두 빼고 국내파들의 호흡에 승부수를 걸었다. 반면 최원권 감독은 반대 행보를 했다. 이용래 대신 케이타를 투입했다. 정형화된 패턴에 변화를 줬다.
의도한 경기 흐름이 막힌 안익수 감독은 김진야와 황현수를 동시에 대기시켰다. 박수일과 이한범을 불러냈다. 73분이었다. 나상호가 포진했던 왼쪽 공격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오른쪽 라인을 수정했다.
81분 황의조의 볼 컨트롤과 나상호의 발리슛은 돋보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들의 클래스를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정규 시간 8분을 남기고 서울은 기성용 대신 고요한을 투입했다. 마지막 승부수였다. 지고 있는 팀의 마지막 성가심이 펼쳐졌다. 체력과 절박함을 앞세웠다. 갈무리가 필요했던 최원권 감독은 수없이 스프린트를 반복했던 세징야와 고재현의 짐을 덜어줬다. 추가 시간은 4분이었다. 시선의 반은 전광판에 가 있었다. 교체 전략이 주효했다. 노장 이근호의 관록과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 바셀루스가 가만있지 않았다. 불안했던 4분이 그들에겐 아쉬운 시간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렸다. 기성용은 고개를 숙였다. 황의조도 웃지 못했다. 득점왕 나상호도 팔공산성을 쳐다만 보고 말았다. 그라운드의 지존은 1대0 결승골의 주인공 세징야였다. 자신이 결장했던 지난 경기 결과를 실력으로 부정했다. 12,056명의 홈팬들은 세징야 홀릭을 벗어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