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사드 지역 주민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인정···”불안 요소 확인해야”

국방부, 경북도경찰청, 경북도지사, 성주군수에 의견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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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사드가 배치된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인정하고 사드 배치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에 대한 불안 요소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마을 주민과 사드반대평화회의 등 반대 단체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경찰로 인해 심신의 고통을 겪고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며 경북경찰청, 성주경찰서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지난 4월 의견표명을 통해 소성리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는 의견표명에 앞서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소성리 주민 10명의 외상후 스트레스 등 증상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했고, 조사 결과 참여 주민들에게서 불안, 우울,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이 확인됐다.

국가인권위는 “인권위의 기초조사 결과에도 불안, 우울, 외상후스트레스, 수면 문제에 대해 취약하다고 인정되는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며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사드배치 집회 과정에서 주민이 겪은 상황들은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는 경찰에 “지역주민에 대한 치유적 환경 및 안전 확보를 위해 국책사업을 하는 국방부와 이를 지원하는 피진정인들에게 지역주민의 수면을 방해하고 불안을 가중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권위는 주민 상태에 오로지 경찰의 행위만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진정 자체는 ‘기각’ 조치했다.

기각 사유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피진정인의 행위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나, 국책사업을 위해 업무 수행을 요청받은 상황에서 피진정인이 집회에 개입한 행위를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주민들의 정신적 취약성은 피진정인들의 행위만을 그 직접적 원인으로 보아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 의견표명에 대해 사드철회평화회의와 대구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6년간 주민들이 호소했던 삶이 파괴된 현실에 대해 경찰뿐만 아니라 국방부 등 관계 기관의 책임이 있다는 국가기관의 인정으로, 의미 있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2021년에는 주 3회 경찰 작전이 있었으나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평일 주말, 주야간 상관 없이 작전이 진행돼 주민들이 잠을 거의 자지 못하는 심리 장애를 겪게 됐다”며 “사드 배치는 주민들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지켜야 하는 것은 미국 국익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사드철회평화회의에 따르면 주민들은 최근에도 사드 기지 정상화에 저항하며 매일 상시적으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