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1호 외투기업 동양전자초자 폐업 통보, 노조 “배당만 챙기고 먹튀”

회사는 "먹튀 아닌 LCD 산업 축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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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1호 외국인투자기업인 동양전자초자가 이달 20일 자로 공장 폐업을 통보하면서 9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노동조합은 “일방적인 공장폐쇄이자 전형적인 외투기업의 먹튀 행위”라고 주장하며 공장 가동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주력 산업 축소에 따른 불가피한 폐업이라고 설명하지만, 지역에서 다른 외투기업 폐업 조짐도 확인되고 있어 기업 윤리와 불안정 고용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1973년 구미산단에 설립된 동양전자초자는 일본전기초자 지분이 50%인 외국인투자기업이다. 전자부품인 다이오드를 만들다 2014년 12월 생산을 종료하고, 이후에는 ‘일본전기초자한국’과 계약을 체결해 LCD용 유리를 LG디스플레이에 납품했다. 동양전자초자의 LCD 사업은 2003년 시작됐다.

▲동양전자초자 노동조합은 회사 앞에서 출퇴근 집회를 하면서 공장 가동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동양전자초자 노동조합)

회사는 지난 4월 28일, 6월 20일자로 폐업한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노조가 올해 임단협을 요구한 지 9일 뒤였다. 회사가 내세운 폐업 이유는 주요 납품처인 LG디스플레이의 LCD사업 축소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올해 초 LG디스플레이가 IT용 LCD 패널 생산을 담당하는 구미 P6E공장의 생산 중단을 결정한 영향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5세대 LCD를 생산해 온 구미 P5 공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동양전자초자 노동자는 94명, 이 중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동양전자초자 조합원은 68명이다.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회사, 구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폐업 철회와 공장가동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동양전자초자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신사업 육성 없이 주주배당에만 몰두한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한다고 지적한다. 노조는 “일본전기초자 자본이 한국법인을 설립한 후 20년간 2,5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남겼으나, 이윤의 대부분인 2,100억 원가량을 일본전기초자로 주주 배당을 했다”며 전형적인 먹튀 외투기업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미에 본사를 둔 일본전기초자한국은 지배기업인 일본전기초자에 2021년 52억 7,130만 원, 2022년 51억 5,120만 원을 주주배당으로 지불했다. 일본전기초자한국의 2021년 매출은 788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이며 2022년 매출은 575억 원, 영업손실 15억 7,000만 원으로 최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일본전기초자한국 지분은 동양전자초자의 지배회사인 일본전기초자가 100% 소유하고 있다.

동양전자초자 총무팀 관계자는 “LCD 사업 자체가 사양산업이다 보니 라인을 세우고 해당 인원들을 희망퇴직하는 등 최근 4~5년간 위기가 있었다. 물량의 90% 이상을 납품하는 최상위 고객인 LG디스플레이에서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어쩔 수 없이 폐업하게 된 것”이라며 “일본전기초자 지분이 높은 회사다 보니, 일본에서 주주들이 (사업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결정한 것을 뒤집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6차까지 노조와 협상을 하면서 고용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와 회사 측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태준 동양전자초자 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사에는 교섭 결렬 통보 및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으며, 공장 가동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산연, 한국와이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등 외투기업의 먹튀 행위가 유행화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에선 올해 초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비슷한 이유로 회사 청산을 결정하기도 했다. 구미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나 동양전자초자 모두 구미시가 회사를 방문해 상황을 파악했다. 아직 노사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구미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투기업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전체 산업 구조의 변화, 기업 간 거래에 지자체가 배놔라 감놔라 하긴 어렵다. 다만 신산업 육성이나 지원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외투기업 떠나고 남겨진 해고노동자, 구미시 책임은? (‘23.02.01.))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