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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게으르다. ‘어떤 기자를 말하냐’부터 ‘기준이 뭐냐’까지 이견이 나올 수 있다. 물론 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나를 포함해 내가 본 기자들의 하루는 그다지 바쁘지 않다. 정해진 출입처, 메일함에 꽂힌 자료에 따라 움직이고 그 밖을 벗어나는 취재 활동은 선택의 영역이다.
처음 기자가 됐을 땐 누굴 만나야 하는지 막막했고, 어느 정도 적응했을 땐 만나는 사람 위주로 만났다. 좀 더 적응했을 땐 ‘꼭 사람을 만나야만 기사를 쓰는 게 아니구나’ 깨닫고 늘어졌다. 마침 코로나19라는 좋은 핑계도 있었다. 후배가 들어왔을 땐 눈치가 보여서 기사화되는 사람만 만났는데, 돌아보니 나뿐만 아니라 주변 기자들이 대체로 그랬다. 물론 열심히 하는 기자도 있다. 그들은 회사, 기자실, 경찰서 같은 데선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기사에 새로운 사람과 발품을 담았다.
뉴스민 경력기자로 입사한 초반, 아는 사람만 만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대부분 이미 뉴스민과 가까운 이들이다. 기자 개인의 집합이라 해도 무방한 작은 조직인 만큼 스스로 위기의식이 생겼다. 저변을 넓히는 게 새로 들어온 나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뉴스레터를 시작했다. 선배들은 이미 해봤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는 좀 더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한 주간 뉴스 중 하나를 골라, 취재기자와 대담 형태로 친절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구독자 수도 조금씩이지만 늘고 있다.
토론모임도 시작했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떠들고 의견을 제시할 창구가 없다’는 이야기를 스치듯 들었다. 술자리에서 흩어지는 이야기가 아깝기도 했다. 기왕이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자리를 정식으로 만들어야겠다 싶어 몇 명을 모았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의 주제로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해 남기는 모임 ‘씨부려대구’는 곧 6개월 차를 맞는다. “‘김수민의 뉴스밑장’보다 유명해져서 토크쇼도 하자”는 농담도 한다. 취재 현장에서 마주하는 취재원이 “씨부려 뭐시기 잘 보고 있어요”로 운을 띄우며 ‘근데 지난 주제에서 이건 이렇더라’ 반가운 훈계를 두기도 한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를 반복하면, 기자는 게으르다. 나는 여전히 만나던 사람과 메일함에 날아오는 자료에 의존하려는 마음과 싸운다. 게으른 생각으로 쓴 기사를 올려놓곤 데스크에게 한 소리 듣는 일도 잦다. 선·악을 정해놓고 시작했다가 취재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일도 왕왕 있다. 좋은 기사를 쓰는 과정은 지난하다.
제보는 대부분 기사화되기 어려운 민원에 가깝고, 술자리의 발화는 입에서 나오는 순간 흩어진다. 결국엔 발발거리고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바쁠 수밖에 없도록 일을 벌려 스스로 채찍질하기도 한다. 기자도 기사도 혼자 클 수 없다. 더 친절하게 다가갈 테니 더 혹독하게 피드백 주시라. 비가 오는 대체공휴일, 게으른 기자의 변명은 뉴스레터 구독 요청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