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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부양해야 하지만 소송이 길어져 동생에게 많은 책임을 지웠습니다. 억울하게 해고돼 그 억울함을 풀고자 했는데 재판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울다가 잠드는 날이 많습니다. 벼랑 끝에 서 있다가 지금은 벼랑 끝에 매달려 있습니다.”
2015년 사내하청 노조 결성 후 구미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당한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대법원을 찾아 판결 선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해고 9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제기 7년째인데도 아직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하지 않았다며, 선고를 촉구하는 자필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탄원서를 내는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25일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10명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 80여 명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집회 후 대법원을 향했으나, 대법원 앞에서 경찰에 막혔다. 경찰은 비정규직 노동자 3명을 연행했고, 집회를 강제해산 했다.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은 이날 대법원 인근에서 노숙 농성을 한 다음, 26일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찰의 강제 해산에 대해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은 “윤석열 정부는 법치주의 운운하면서 사업주의 불법파견에는 눈을 감고 그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은 연행하고 과잉대응한다”며 “판결을 수년째 하지 않고 해고 노동자를 길거리에 내몰고 있는 법원 또한 공범”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인 해고자들은 1, 2심 모두 승소했으나, 2022년 7월 피고 측 상고로 현재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에서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주심대법관과 재판부 배당이 진행됐지만, 선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은 각자 자필 탄원서를 통해 “은행에 빚을 졌고, 마음의 빚과 생계의 빚을 동시에 지며 버티고 있다”, “긴 시간 동안 피폐해져 숨이 막히고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어머니를 하루빨리 모시고 싶다”, “생활고로 아내와 이혼하고 가정도 파탄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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