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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게이”부터 “퀴어슬람”까지.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딛고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25일 오전 11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중구 반월당역 인근 광장에서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축제 계획을 발표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는 축제 본행사는 오는 17일 오전 11시부터 반월당 인근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다. 조직위는 축제를 위해 집회신고를 마친 상황으로, 대구에서는 서울퀴어축제처럼 광장 사용을 불허하는 사태는 벌어지진 않았다.
조직위는 한국 사회에서 여러 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심각한 상황이며, 이 혐오가 소수자의 인권과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퀴어 축제와 관련해 서울시 사례와 같은 조치는 아직 없지만, 퀴어 축제 시기에 맞춰 퀴어 반대 단체가 나서서 조직위 측을 고발하는 등 쟁점화하는 일이 있었다. (관련 기사=퀴어 반대 단체, 대구 퀴어 축제 “불법 상행위” 고발(‘23.5.22))
조직위는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인에게는 빌런이라 하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하고, 정부가 노동자를 ‘건폭’으로 낙인찍고, 대구에서는 무슬림을 향한 혐오가 쏟아지고 있다”며 “최근 동성로 상인회와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의 고발도 혐오차별을 선동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평등을 원하는 시민을 환대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축제를 만들 것이다. 함께 춤추고 사랑하는 평등의 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축제 때마다 폭력적으로 적법한 집회를 방해하고 오물을 투척하는 이들의 죄를 물어야지, 오히려 정당하게 집회를 연 우리가 저들과 함께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뉴스에 나란히 등장한다”며 “반인권적 흠집내기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는 ‘퀴어독재’에 이어 ‘퀴어슬람’이라는 괴상한 단어가 등장했고, 성소수자와 무슬림을 혐오하며 안 보이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며 “소수자 가시화는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홀릭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은 “축제 불허 이후 밀려났다는 패배감에 지지 않을 각오로 다른 장소를 찾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라고 하지만, 이는 축제의 성격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며 “성소수자가 가장 차별로 느끼는 것은 나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성소수자가 시민의 권리를 가질 때까지 서울퀴어문화축제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창호 대구북구이슬람사원문제의 평화적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활동가는 “퀴어축제와 무슬림을 향한 혐오의 공통점은 공공기관이 혐오차별을 촉발한다는 점”이라며 “퀴어슬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지만, 이슬람 유학생과 퀴어가 함께 혐오 대상이 된다는 건 사회적 소수자 간 연대를 일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연대를 통해 극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영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대표는 “국회와 정치는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HIV 감염인 등 사회적 소수자를 바깥으로 내몰며 배제와 혐오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우리 목소리를 삭제하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에 상식과 인권을 발견할 수 없다. 배제와 폭력의 역사를 멈추고 함께 길을 걸어가기 위한 축제를 열자”고 말했다.
한편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는 17일 퍼레이드 외에도 오는 6월 2일과 8일 기획 강연, 6월 24일과 25일 퀴어영화제로도 참여할 수 있다. 강연은 2일 저녁 7시 소성욱, 김용민 부부가 동성 부부 투쟁기에 대해, 8일 저녁 7시 홍변 작가의 ‘동성 커플을 위한 실용 법률 가이드북’ 강연이 혁신공간 바람 2층 상상홀에서 열린다. 24, 25일 양일간 오후 3시, 6시 대구 오오극장에서 열리는 퀴어영화제에서는 성소수자의 삶이 담긴 영화 4편이 GV와 함께 상영된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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