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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5GW 용량 양수발전소를 추가 건립할 계획을 내놓으면서 발전소 유치를 위한 지역 간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경북에선 영양군과 봉화군이 유치전에 뛰어들 의사를 밝혔다. 봉화는 지난 2019년에도 유치에 나섰지만 주민수용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한 바 있다. 이번에는 영양까지 가세를 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어서 발전소 유치를 둔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양군, 유치위원회 발족···순회 결의대회 열어
“모든 행정력 투입해 유치에 총력” 다짐
지난달 27일 오도창 영양군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양수발전소 유치를 공식화했다. 오 군수는 “급격한 인구 감소로 올해 1월 인구 1만 6,000명 선이 붕괴됐다. 지역 소멸 위험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역 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뜻을 함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영양군은 일월면 용화1리 일원에 2조 원 규모의 설비 용량 1,000MW의 양수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영양군은 특별 지원금과 기본 지원금, 사업자 지원금에 더해 직접 지원금(936억 원) 등을 비롯해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읍·면 및 단체 등 9개 주요 민간 사회단체 주축으로 ‘양수발전소 영양군 유치를 위한 범군민 유치위원회(상임의장 양봉철)’가 구성됐고, 관(官) 차원에서도 ‘양수발전소 유치추진단’을 발족했다.
같은달 28일부터는 범군민 유치서명 운동을, 이달 3일부터는 읍·면 지역을 순회하면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영양군은 주민 의사가 선정에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 만큼 유치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주민수용성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영양군 경제일자리과 에너지팀 관계자는 “어제도 지역 주민들과 경남 산청에 있는 양수발전소 견학을 다녀왔다. 양수발전소에 대해 모르는 주민이 많으니까 추가 견학이나 주민 대상 설명회도 열 계획”이라며 “다음달 30일까지 한국수력원자력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9월쯤 후보지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19년 고배 마신 봉화군, 다시 유치 의사 밝혀
탈락 이유 ‘주민수용성’으로 보고, 홍보 활동 주력
지난 8일 봉화군도 보도자료를 통해 양수발전소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봉화군은 “지난 2019년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양수발전소 건설 유치를 다시 추진한다.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봉화군 역시 양수발전소 건설 직접지원금 1,211억 원을 비롯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추진 배경으로 꼽는다.
박현국 군수는 “1조 원 이상 건설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양수발전소 건설로 외부 인구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분야가 취약한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 양수발전소 건설 유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봉화군은 2019년과 동일한 소현면 두음리·남회룡리 일원을 후보예정지로 해서 사업비 1조 원 규모의 설비용량 500MW의 양수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다. 봉화군 새마을경제과 신재생에너지팀 관계자는 “2019년에 주민수용성 문제로 탈락된 것으로 본다. 저희가 최적지라고 생각하고 주민 홍보를 소홀히 했던 면이 있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양수발전소를 알리는 홍보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특히 경제적 효과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부터 봉화읍이장협의회, 봉화군정책자문위원회, 농업인단체, 춘양면이장협의회, 춘양면새마을협의회, 상운면 주민단체 등이 차례로 나서 양수발전소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군수를 포함한 공무원 100여 명과 지역 사회단체들이 장날에 맞춰 시장을 돌며 홍보 캠페인도 진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구체적 계획 미정
올해 하반기 중 후보지 및 사업자 선정 계획
양수발전소 경북 2곳 등 전국 7개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1.75GW 용량으로 양수발전소를 2035~2036년 완공 목표로 건립 계획을 밝혔다. 산자부는 올해 하반기에 후보지 및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전력산업정책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용량과 지역은 각 사업자들이 가지고 오는 물량에 따라 평가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확정된다. 추후 공고 일정도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양수발전소는 상부와 하부에 각각 댐 시설을 만들고, 전력 수요가 적을 때 하부댐 물을 상부댐에 저장하고 필요 시에 상부댐 물을 하부댐에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날씨와 계절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보완해 전력 공급 안정화를 위해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국내 7개소(4.7GW) ▲가평군(청평양수발전소, 400MW) ▲밀양시(삼랑진양수발전소, 600MW) ▲무주군(무주양수발전소,600MW) ▲산청군(산청양수발전소, 700MW) ▲양양군(양양양수발전소, 1,000MW) ▲청송군(청송양수발전소, 600MW) ▲예천군(예천양수발전소, 800MW)에서 운영 중이고, 추가로 3개소 ▲포천군(700MW) ▲홍천군(600MW) ▲영동군(500MW)을 건설 중이다.
영양군, 후보예정지 주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 솔솔
반대 의견 표명 현수막 훼손도···”후보지 주민들 집단 괴롭힘 안돼”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에선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영양군이 내세운 후보지인 용화1리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대책위가 꾸려졌다. 대책위는 영양읍과 마을을 중심으로 유치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김건환 대책위원장은 “어제(23일) 현수막을 걸었는데, 오늘 보니 읍내를 중심으로 12장 정도가 훼손돼 경찰에 신고하려고 한다”며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단체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의견 수렴 절차 부족 ▲안개 ▲일조량 부족 ▲장기간 이어지는 공사로 인한 소음 및 분진 피해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발전소가 들어서면 공기 좋고 깨끗한 우리 마을이 사라진다”며 “특정 마을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인구 증가나 관광 같은 꾸며진 이야기만 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중 영양군 농민회장도 “양수발전소에 대해서 군에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미 발전소가 있는 전국의 지역 가운데 인구소멸이 극복된 지역이 있냐”면서 “양수발전소로 관광객이 온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풍력발전소 사업 때도 군에서는 그런 이야길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발전소 후보지 주민에 대한 집단 괴롭힘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마을 주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데, 주민들 모르게 유치 신청을 하고 군의 결정을 수용하라고 하는 것은 집단 폭력”이라며 “군은 공공기관이지, 소수 몇 사람을 위한 사기업이 아니다. 일의 방식과 내용도 공공기관 답게 하라”고 비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