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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사례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3월 77가구에 54억 원을 가로챈 이른바 ‘대구판 빌라왕’이 검거된 이후 최근에는 대구 북구 침산동에서 17가구 15억 원 가량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리서치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공동주택 전세에서만 깡통전세 확률이 상반기 16.9%~21.8%로, 전국 평균 3.1%~4.6%보다 월등히 높다. 하반기 또한 이보다 높은 23.4%~33.6%로, 전국 평균 7.5%~12.5%에 비해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측됐다.
23일 오전 정의당 대구시당은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증언 및 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구는 올해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위험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은 걸로 알려져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서울, 경기, 인천, 부산에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도 없다”며 대구시에 지원대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북구 침산동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국회에 ▲제대로 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 ▲최우선변제 적용, 전세대출 채무조정 지원 등 사각지대 없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 마련 ▲신탁주택 전세사기, 입주 전 보증금 편취사례 등 대항력 갖추지 못한 명백한 사기에 대해 피해자 요건 확대할 것을 요구했으며, 대구시에도 ▲피해실태조사 실시 ▲피해상담전담창구 설치 ▲전세피해지원센터 설치 및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5월 3일부터 18일까지 ‘전세사기·깡통전세 대구 피해상담창구’ 상담 창구를 운영한 결과 19건의 상담을 진행했고 이를 5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신탁을 낀 사례, 임대인 변경 후 경매에 들어간 사례, 전세금 반환이 안 되고 있거나 전세가 하락으로 미반환 우려가 있는 사례, 경매 등으로 사건은 종료됐으나 전세금을 받지 못한 사례 등이 있다.
북구 침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전세 피해를 입은 정태운 씨는 “17가구 주민들은 각각 다른 시기에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처음 들어올 땐 등기부등본이 깨끗했고 저당, 압류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난 5월 10일 신협에서 일방적으로 퇴거 통보를 했다”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직접 겪고 보니 언론에 나오는 수많은 피해자의 마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다세대주택의 피해 규모는 17세대, 15억 원가량으로 추정되며, 피해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한편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은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전세 피해 보증금 회수방안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현시점의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내용이 담겼으며, 특별법 적용 보증금 기준도 4억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 외에도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 부여, LH 공공임대 활용 등의 내용이 담으며, 법안은 24일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전세사기는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집주인 등이 보증금을 가로채기 위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반면 깡통전세는 매매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전세를 주거나, 집값 급락으로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아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 임대인이 국세 지방세 미납, 대출금 미상환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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