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규 녹색당 부대표, “국민의힘 대안, 민주당에만 맡길 수 없어”

총선,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실현이 최우선
윤석열 1년은 ‘실격’, 하지만 퇴진은 의견 수렴 있어야
기후정치진영, 플랫폼 정당-단일후보 등 공동대응해야
총선, 안동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시사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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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녹색당은 2012년 3월 창당 이후 처음으로 부대표를 임명했다. 김혜미(서울 마포), 허승규(경북 안동) 부대표다.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어 잔여 임기는 3개월로 짧지만, 총선을 앞둔 역할은 크다.

허 부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 안동시의원 마선거구(2인 선출)에 출마해 득표율 18%를 얻어 3위로 낙선했다. 2018년에 이어 같은 선거구에 두 번째 도전한 허 부대표의 낙선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 허 부대는 낙선 이후에도 경북녹색당 사무처장, 안동녹색당 위원장을 맡아 지역에서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15일 안동에서 허 부대표를 만나 녹색당의 총선 대응 전략을 물었다.

허 부대표는 기후위기를 의제로 한 총선 대응을 강조하면서 연합정치를 제안했다. 연합정치 기준으로 ‘기후정의’를 제안했는데, 거대 양당이 아닌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까지 범위를 열었다. 플랫폼 정당, 지역구 단일후보 등 녹색당이 먼저 제안에 나설 필요성도 역설했다. 허 부대표는 “국민의힘의 대안을 민주당에만 국한할 수 없다”며 본인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았다.

▲15일 안동에서 만난 허승규 녹색당 부대표

안동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녹색당 부대표로 선임된 이유가 있나.

= 2023년 녹색당 당헌 개정이 있었다. 창당 11년을 맞아 조직 체계에 대한 성찰로 임명직 부대표가 신설됐다. 녹색당은 지역, 풀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2명 중 1명은 수도권 중심에 활동하는 분, 또 1명은 비수도권에서 지역의 관점으로 이야기할 당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제안을 받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안동의 성과는 녹색당 전체의 성과다. 지역 활동을 보장받으면서 부대표 역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수락했다.

지역을 강조하는데 지역 녹색당의 정치를 진단해 본다면.

= 지역 정치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녹색당의 지역 당원들, 전국 곳곳 지역 당원들이 지역의 반녹색, 반생태 담론을 공론화한 점은 성과인데, 제도 정치에 얼마나 진입을 했는가로 보면 그렇지 못했다. 창당 이래로 녹색당으로 지방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다. 선거 준비가 미흡했다. 녹색당 가치에 동의하는 시민을 정치적으로 조직하는 데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다. 앞으로 녹색당은 녹색 가치를 지지하고, 녹색 정치를 바라는 시민을 정치적으로 조직하는 게 최대 과제다.

경북에서 녹색당은 어땠나

= 2012년 총선 지역구 후보를 냈다. 경북은 가장 반녹색적인 현안이 많은 지역이다. 핵발전소가 있고, 영풍석포제련소가 있고, 4대강 사업을 벌인 환경 현안이 많은 지역이다. 현안을 전국화하는데 역할을 했지만, 도의원 비례대표도 완주한 적이 없다. 김수민 전 구미시의원이 녹색정치를 훌륭하게 했지만, 뒷받침해 줄 당의 힘이 약했다. 안동녹색당은 경북의 새로운 정치 거점을 만들기 위해 2018년 출마했고, 지난해도 출마했다. 넓은 경북의 당원들이 지지를 보내주셨다. 올해 경북녹색당 총회에서 차기 지방선거 전략지역을 9월 7일까지 정하자고 결의했다.

▲안동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녹색당 허승규 후보가 낙선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허승규 페이스북]

현재 녹색당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현재 녹색당의 최우선 과제는?

= 조직 강화다. 11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공직선거에서 녹색정치인을 배출한다는 기준으로만 본다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일이 되려면 안정된 상근체계가 필수적이다. 녹색당 내 재정 및 의사 결정이 상근체계를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당원의 자발성과 자율성에 과도하게 기대서 운영해 온 측면이 있다. 녹색당의 당헌과 강령은 재정적으로 분권화하기 때문에 상근활동가를 고용하기 전에 수평적으로 재정을 배분해 버린다. 잘 쓰면 다행인데, 활동이 없는 지역에도 돈이 쌓인다. 적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필요한 곳에 우선 써야 한다. 최근에는 지역당 운영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당헌, 당규를 일부 개정했다.

녹색당에 가입할 녹색 시민을 누구로 보고 있나

= 환경단체나 생활협동조합에 가보면 녹색당원들보다 녹색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들이 굉장히 많다. 녹색당원들은 너무 소박해서 서로 당원인 걸 밝히지 않는다. 이제는 녹색당 바깥의 녹색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들이대야 한다. 독일녹색당은 창당할 때 환경단체, 시민사회가 연합해서 만들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녹색시민운동과 녹색정치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환경운동, 생태주의 진영에서도 정치나 정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환경운동하다가 출마할 때 되면 민주당에 들어가는 분들이 많다. 또는 환경단체, 생활협동조합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과하게 해석해서, 지나치게 정치와 거리 두고 있다. 녹색정치의 대안이 꼭 녹색당이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녹색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공직선거에서 기성정치권의 반녹색 공약에 대한 비평만으론 기후위기 절대 못 막는다. 기후정치를 세력화하는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해 달라.

=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윤석열 정권은 역주행했다. 국가탄소중립계획도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다. 집권여당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다. 반생태적인 정권이다. 한마디로 하면 실격이다. 생태 문제 말고도 노동, 인권, 국민통합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득권 양당 체제와 다르게 할 수 있었지만, 과거 국민의힘 정치인보다 더 보수적으로 갔다. 국민의힘 내부 혼란은 업보다. 민주당 정권의 검찰총장을 반문재인 하나만으로 영입한 업보다.

녹색당 당무위원회 회의 내용을 보니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에 지역별로 참여하지만, 퇴진 요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판 입장은 분명하다. 실정에 반대하는 것은 명확하다. 기후정의 관점에서 더 강하게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해야 한다. 다만, 퇴진이라는 의미를 법률적 의미인 탄핵 절차로 좁게 해석하는 것은 더 많은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대가 또 다른 거대양당으로 정권교체하는 것에만 그쳐선 안 된다. 반기후, 반생태 기조는 전 정권에서도 있었다. 반기후, 반생태정치를 양산하는 기득권 양당정치에 대한 비판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둔 녹색당의 전략은?

=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실현이 최우선이다. 녹색당만이 아닌 기후정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민사회, 다른 진보정당과 함께 적극적인 총선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이 많은 혼란을 겪었다. 내용을 떠나서 연합정치에 대한 당내 논의가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지난 3월 당내 총선 토론회 쟁점 가운데 연합정치를 한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어떤 대상과 할 수 있을지 토론을 시작했다. 내년 총선은 녹색당 혼자만이 아니라 기후정치진영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기후정치진영의 기준이 무엇인가.

= 1차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진영, 2차적으로 진보정당이 아닐까. 환경단체, 생협, 노동자, 농민, 소수자 등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기후정의가 절실한 이들이다. 기후위기 문제와 불평등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더 많은 성장을 전제로 하는 성장 중심주의에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데 수요 감축을 고민하지 않으며, 기술과 에너지 전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 세력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거대양당은 기준 바깥이다. 거대양당 내부에서 기후정치를 고민하는 이들과의 통상적인 연대는 별개의 문제다.

녹색당이 역대 공직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적이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 연합정치 논의가 어그러지면, 녹색당이 기후정치를 내걸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전국의 생태파괴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기후정의 비례 후보가 20명까지도 17개 광역시도 곳곳에 출마해야 하지 않을까. 제주도 제2공항, 경북 핵발전소, 전남에서 기후위기로 피해받는 농민 등 생태 파괴 현장은 넓고 다양한 분들이 지금도 싸우고 있다. 당원이 아닌 분들도 적극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녹색당 바깥의 녹색 활동가들에게 녹색당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녹색당원들, 녹색시민들의 다양한 지혜를 구한다.

총선 지역구 출마도 고민하고 있나.

=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는 전국적인 선거 논의와 함께 가야 한다. 다만, 지역에서 제안을 받고 있다. 경북 안동은 특정 정당 독점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당선 여부를 떠나서 국민의힘 후보와 경쟁할 개혁적인 후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의 대안을 민주당에만 국한시킬 수 없다. 민주당 밖 정당들과 시민사회도 지역의 정치경쟁 구도를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경북지역에 정치 다양성을 바라는 정치변화를 바라는 시민들과 폭넓게 논의할 것이다. 무투표 당선은 비극적인 일이다. 현재로선 국민의힘과 맞설 후보가 잘 보이진 않는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