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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항암치료도 끝나지 않았는데 3개월 병가에, 연가를 다 사용하고 출근 날짜가 다가옵니다. 걱정입니다. 우리 후배들은 이런 걱정 안 하고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_ (김경순 21년 차 조리원, 폐암 당사자)
“병원비와 산재 신청에 드는 비용을 온전히 제 개인이 부담하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큽니다. 하루빨리 폐암 산재 승인이 됐으면 좋겠고 돌아갈 학교의 환기시설이 개선되길 바랍니다. 일하다 다친 우리들에 대한 교육청 지원이 뒷받침되었으면 합니다” _ (이순이 23년 차 조리실무원, 폐암 당사자)
4일 학교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린 대구지역 급식노동자 두 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서를 접수했다. 오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복지공단 대구본부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신청에 대한 조속한 승인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구교육청에 ‘대구 학교 급식실 폐암 대책 4대 요구안’ 수용도 요구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대구교육청 소속 급식노동자 중 지금까지 확인된 폐암 확진자는 6명이다. 지난해 4월 첫 번째 폐암확진자 이후 2명이 추가 확진됐으며, 올해 초 교육부가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검진 결과에서 3명이 더 늘었다.
‘폐암 의심’ 진단을 받은 급식노동자들이 ‘확진’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어 수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28일 기준 교육부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 진단’을 받은 급식노동자는 13명이다. (관련 기사=[급식실의 민낯] ② 굽고, 튀기고, 볶던 어느 과정에서 폐암 걸렸나 (‘23.03.22.))
이들은 “2018년 고용노동부도 반복되는 직업병의 경우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역학조사를 생략하고 산재 판정을 신속히 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며 “치료비와 생계비가 절실할 때 아무런 보장도 해주지 않는 산재보험은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빚만 남기고 고통과 절망만 안겨 준다. 근로복지공단은 역학조사의 대폭적인 생략과 신속한 산재 승인으로 산재 노동자들의 이중고를 덜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구교육청에는 폐암이 발생하지 않는 노동 환경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했다. 노조는 대구교육청에 ‘대구 학교 급식실 폐암 대책 4대 요구안’을 통해 ▲대구교육청 내 산재 전담 부서 신설 ▲폐암 확진자 및 이상소견자 치료비 지원 및 생계 대책 마련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TF 구성 ▲조리실무원 1인당 식수 인원 하향 및 적정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육정미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개별 사례에 집중하면서 전체 노동환경을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며 “음식을 요리하는 공간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고 힘든 곳이며, 조리종사원의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한 학교 급식의 환경개선은 시급하다. 노동조합과 함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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