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뺀 9개 지자체 정책토론 2회뿐···“잘 시행되는 제도, 역행”

서울·제주에서만 각 1회씩 개최 실적
청구인원 300명도 많아, 시민 접근 난색
대구는 제도 도입부터 시민사회 참여로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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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직접 주제를 정해 실시하는 정책토론 및 개발 제도는 전국적으로 대구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된 것으로 확인된다. 대구시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9개 광역지차체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현황을 확인한 결과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7개 시·도에선 1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담당자들은 300명도 적지 않은 연서 기준이라 참여가 적은 것으로 추정했다.

<뉴스민>이 서울·대전·광주·세종·경기·충북·전북·전남·제주 등 9곳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정책토론회(공청회/설명회/정책개발 청구 포함)를 청구·실시한 현황을 확인한 결과 서울과 제주만 각 1차례 실시한 사례가 확인됐다. 대구가 21회로 독보적인 운영 현황을 보였다.

제도 도입 시점이나 근거, 제한 내용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대구시가 유독 정책토론회 개최 실적이 많은 이유는 제도 도입 연혁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제도의 근거가 되는 ‘대구광역시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는 2006년 김범일 시장 당선 후 만들어진 시정혁신기획단을 통해 도입된 성과다.

당시 기획단에 참여한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에 따르면 김 시장 당선 후 의욕적으로 마련한 기획단에 시민단체 관계자 여럿이 참여했다. 이들은 ‘시민참여 기본조례’ 도입을 기획단에서 논의했지만, 대구시에서 난색을 표하면서 정책토론만 원포인트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은 처장은 “당시에 대구시에서 시민참여 기본조례에 난색을 표하니, 정책토론이라도 하자. 이게 뭐가 부담이 되냐, 이렇게 해서 만든 조례”라며 “당시 대전이 청구 인원 300명으로 기억하는데 그 기준으로 해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 처장은 “아무래도 시민사회에서 참여해 만든 제도이다 보니, 우리가 만든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책임성 같은 것도 있다”며 “우리 단체에서만 7~8회 정도 토론회를 청구하고 실시한 바 있다. 다른 지자체는 공청회, 설명회도 포함되어 있어서 토론회와는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구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는 시·도민 참여 기본조례에 토론회나 공청회, 설명회 개최 조항을 두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를 뺀 9개 지자체 중에선 대전이 2006년 가장 이르게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조례에 따른 토론회 등이 개최된 사례는 없다. 청구 인원이 현행 대구시와 동일한 광주, 충북도 2011년, 2012년 제도를 도입했지만 마찬가지다. 모두 지자체 차원에서 제도가 도입되면서, 제도를 활용할 시민적 동력이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토론회 청구는 1회 있었지만 개최되진 않았다”며 “시민단체가 아니면 서명을 받기 힘들다 보니 청구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청구된 1회의 경우엔 주민참여예산이 줄면서 관련해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서 이뤄졌지만, 사실상 보통 시민들이 시 정책에 의사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특별히 이유를 찾긴 힘들지만, 보통의 경우 시민들은 연서를 통해 민원을 제기할 뿐, 토론회 청구를 하진 않는다”고 전했고, 충북도 관계자는 “300명 이상 연서가 필요한데 도민이 결집해야 하는 부분이라 쉽지 않다. 청구하지 않아도 도 차원에서 개최하는 토론회나 공청회 등에 참석할 수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이’하게 실적이 확인되는 서울의 경우엔 2016년 한 차례 실적이 있지만, 토론회가 아니라 공청회가 이뤄졌다. 그해 9월 서울시는 시민 9,300명 청구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5,000명 이상 연서를 받는 게 쉽지 않아 청구 건수가 많지 않다. 개최 사례를 포함해 5차례 청구가 됐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1건만 개최됐다”고 밝혔다.

은재식 처장은 “대구가 독보적으로 21회를 했으면 많이 한건데, 진입 장벽이 300명으로 제일 낮고, 시민사회가 대구시에 요구해서 만든 조례이기도 해서 시민사회가 많이 활용한다면 활성화시켜야 할 문제이지 역행해선 안된다”고 대구시의 제도 개악 시도를 비판했다.

▲2018년 12월 시민 329명의 청구로 대구시 발달장애인 시민권 보장 및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뉴스민 자료사진)

한편, <뉴스민>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선 2008년 조례 제정 후 꾸준하게 토론회가 개최됐다. 2009년 4회, 2010년 3회, 2013년 1회, 2014년 4월 1회 등 김범일 시장 임기 중에만 9회(42.9%)열렸다.

권영진 시장 취임 후에도 2014년 8월 1회, 2016년 3회, 2017·2018년 각 1회, 2019·2021년 각 2회, 2022년 4월 1회 등 11회(52.4%) 개최됐다. 홍준표 시장 취임 후에는 지난 2월 제2의료원 설립 관련 토론이 시민 316명의 청구로 개최된 바 있다. 21회 이뤄진 토론회 청구 인원은 1회 평균 494명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