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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총무 등 사무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는데 대구에서 원하는 조건의 회사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다. 큰 기대를 하고 오진 않았지만 역시나 사무직군 지원자를 위한 기업은 몇 군 데 없다.”
‘2023 대구원스톱기업지원박람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채용 상담회 행사장 입구에서 만난 이 모 씨(31, 남)는 “연봉 3,000만 원 정도에 외곽이 아닌 대구 시내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회사면 좋겠다. 어려운 조건인가”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18, 19일 이틀간 대구엑스코 서관에서 ‘2023 대구원스톱기업지원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는 대기업-중소기업 구매상담회, 수출상담회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됐고, 프로그램 중 하나로 취업준비생을 위한 채용 상담회가 열렸다.
19일 오후, 이틀차를 맞은 채용 상담회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부터 정장을 차려입은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취업준비생이 찾았다. 이들은 사전 신청한 기업 부스를 찾아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거나, 현장 신청을 통해 인사 담당자와 상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장 입구 근처에는 기업 채용 현황판도 마련됐다. 현황판에는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기업의 사업 내용, 채용 직종, 근무지, 복리후생 등이 상세히 적혔다. 현장에 부스를 마련한 기업 22곳 중 7곳은 생산직군 채용, 4곳은 IT·데이터 직군을 뽑았다.
마케팅·연구·해외영업·설계 직군 등의 채용 계획도 안내됐지만, 10명까지도 뽑는 생산직군 대비 채용 규모는 1~3명 수준에 그쳤다. 22곳 중 4곳은 최저시급을 임금으로 제시했고, 8곳은 ‘협의’나 ‘회사내규’ 등으로 모호하게 안내했다.
18~19일 이틀간, 2023 대구원스톱기업지원박람회
기업 애로 해소 프로그램 중심···채용 상담회도 겸해
취준생 “여성 지원 가능 직군 적고, 생산직·전문직 채용 위주”
현장을 찾은 취준생들은 “기업의 입사 조건을 한눈에 모아서 볼 수 있어서 좋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한편 여성이 지원할 수 있는 직군이 적은 점, 모집 직군이 생산직에 집중되고 다양하지 못한 점 등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예진 씨(24, 여)는 “치위생사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사무직군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 영진전문직업학교에서 소개해 줘서 왔다”며 “관리직군 취업을 원하는데, 대부분 현장직군 중심이고 특히나 여성을 구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 상담하러 갈만한 곳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조금 전 물류‧CS 관리직군으로 면접을 본 기업은 ‘지게차도 몰 수 있고 현장 일이 같이 가능해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며 “여자인 친구들과 ‘대구를 떠야겠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최원지 씨(25, 여)도 “어떤 회사가 있는지, 취업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탐색하기 위해 왔다. 몇 개 기업 부스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사무직군, 특히 여성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최저시급을 주는 기업도 여러 곳”이라며 “상담에서 직군을 정확히 정해서 와라, 나이가 더 들면 신입으로 안 뽑아준다며 최대한 빨리 입사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IT기업 취업을 원하는 취업준비생들도 박람회를 찾았다. 신 모 씨(28, 남)는 “대구시 문자를 받고 왔다. 데이터베이스 구축 분야로 취업 준비를 한 지 1년 정도 됐다”며 “대구에는 IT기업이 별로 없는데, 그중에서도 규모가 있는 기업은 박람회에 참석하지 않아서 아쉽다. 그래도 가고 싶은 기업 중 하나가 박람회 부스로 있어서 사전 신청해서 면접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신 씨는 “인턴 등 여러 경험이 있어서 연봉 3,000만 원 언저리로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대구에 그래도 IT강소기업들이 있어서 경력을 쌓고 수도권으로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 진행된 ‘채용 오픈스튜디오’ 유튜브 생중계에는 삼보모터스, 공감씨즈, 미래첨단소재, 아이티팩토리, YH데이타베이스 5개 기업 인사 담당자가 참석해 40여 명의 시청자가 채팅창을 통해 묻는 질문에 답했다. 대구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18~19일 이틀간 진행된 채용상담회, 채용 오픈스튜디오에는 지역유망기업 66개 사가 참여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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