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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폐암에 걸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봉사활동도 하고 사이버대학에서 공부도 하며 늘 즐겁게 지냈고, 자전거도 타고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다도도 하며 건강에 신경 썼는데···. 조리 과정에서 조리흄을 흡입하면서 폐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던데, 직업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항암치료도 끝나지 않았는데 3개월 병가와 연가를 다 사용하고 출근 날짜가 다가옵니다. 우리 후배들은 이런 걱정 안 하고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1년 차 급식노동자 김경순 씨)
17일 오후 5시 ‘학교급식노동자 산재증언대회’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2층 상상홀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학비노조) 주최로 열린 증언대회는 어깨회전근계파열, 손목터널증후군, 화상, 폐암 등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학교급식노동자들이 참석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노동조합과 교육청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급식노동자를 상대로 폐CT 검사를 진행한 결과 대구에선 3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육청 지시로 폐CT 검사가 진행되기 전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노동자도 3명이 있어서, 현재까지 대구에선 급식노동자 6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걸로 집계된다.
학비노조 측은 “오늘 기준 전국에서 80명이 폐암 산재 신청을 했고 이 중 55건이 산재 승인이 났다. 대구에선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6명 중 3명이 산재 승인이 났고, 나머지 3명은 산재 신청을 준비 중”이라며 “폐암 확진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언대회 시작은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두 명의 급식노동자가 열었다. 이순이 조리실무원(23년 차)은 “작년 봄 어깨회전근개 파열로 산재 승인을 받았고 설상가상 건강검진에서 폐암 확진이 되어 서울에서 수술까지 했다. 지금은 폐암 산재를 준비 중”이라며 “병원비와 산재 신청에 드는 비용을 온전히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하루빨리 승인이 됐으면 좋다. 돌아갈 학교의 환기시설이 개선되길 바라고, 일하다 다친 우리에 대한 교육청 지원이 뒷받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급식실의 민낯] ① 근골격계 질환부터 폐암까지, 위험한 급식실 (‘23.03.21.))
어깨회전근개파열, 화상 사고,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급식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김은실 조리실무원(20년 차)은 2019년 콩나물무침 반찬을 조리하다 이동카에 남아 있던 뜨거운 물이 장화에 흘러 들어가며 3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김 조리실무원은 “화상 사고는 치료비에 비급여 항목이 많고, 비용도 의료보험이나 산재의료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친 상황에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미안해해야 하는 실정에 속이 상했다. 대체인력을 안정적으로 구해 아픈 사람들이 치료라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사공준 영남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수십 곳의 급식실을 조사 다녀 보니 급식노동자들은 아플 때까지 일을 한다. 화상과 같이 눈에 보이는 아픔은 그나마 일을 쉬는데 회전근개파열, 손목터널증후군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은 ‘참고 할 만하다’면서 일한다”며 “의사가 쉬라고 해도 노동자들에겐 쉬지 못하는 더 큰 이유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산재를 신청하도록 안내한다. 산업보건의들은 노동자 뿐 아니라 교장선생님, 교육감 같은 관리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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