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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삼삼오오 모인 10대 청소년들이 대구 중구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분향소’에 드나 들었다. 이들은 ‘시민 상주’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에게 국화꽃을 건네 받고 동선을 안내 받았다. 비슷한 또래들의 얼굴 앞에선 이들은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짧은 묵념을 하며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시민상주’ 자원봉사자를 맡고 있는 권주연(52) 씨는 “두루두루 전 연령대가 추모분향소를 찾아 주셨다. 그 중에서도 4명 중 1명은 10대 청소년들”이라며 “학생들이 추모하는 모습을 보니 울컥하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국화꽃을 놓는 학생들을 보던 권 씨가 촉촉해진 눈가를 닦았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대구4.16연대는 올해도 이 시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과 약속 주간’을 선포하고 추모 활동을 전개했다. 추모분향소 설치와 대구시민대회 개최가 대표적이다. (관련기사=세월호 참사 9주기, 대구서도 기억과 약속 주간 선포(‘23.04.10))
이날 친구와 추모분향소에 들른 허다감(14) 씨는 “매년 뉴스에서 세월호 이야기를 듣고 있고, 유튜브나 쇼츠 같은 걸 통해서도 알고 있다. 이런 분하고 안타까운 일이 더 없도록 친구들과 서명도 했다”고 했고, 강기연(14) 씨는 “학교에서 세월호에 관해 영상으로 배웠다. 학생들을 도운 선생님들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 교육이나 점검이 잘 돼서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인 서한결(18) 씨는 “초등학생 때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친구들이랑 학교에서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단체 여행도 그동안 없었다가 이번 7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간다”며 “사고가 났을 때 비슷한 (고등학생) 나이여서 그런지 더 안타깝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9주기 대구시민대회’ 열려
오후 6시가 되자 분향소 뒤편 무대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 9주기 대구시민대회’가 시작했다. 이날 대회는 ▲노래노라 추모공연 ▲개회사 ▲4.16연대 9주기 영상 상영, 4.16가족협의회 인사 ▲연대발언 등 순서로 진행됐다.
박신호 대구 4.16연대 상임대표는 개회사에서 먼저 세월호 참사와 대구지하철 참사,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박 대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 2.18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희생자 192명,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활동을 통해 안전사회로 가는 오솔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힘을 더 내서 큰 길을 만들어 보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과 중대재난조사위원회 설립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강동민 대구4.16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연대발언에서 “기억과 추모가 굉장히 중요하다. 차질 없는 추모 사업을 추진하고, 공감을 확대해야 한다”며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2.18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등 관련 단체들이 내년 연대체를 만든다. 이분들의 손을 맞잡고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혜란 4.16연대 공동대표는 추모공연과 함께 연대의 마음을 표했다. 오 공동대표는 “안산 단원고가 바로 우리 집 옆에 있어서 제 딸도 2014년 졸업했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변함 없이 지난 9년 간 잊지 않고 기억하고 행동해주시는 대구시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회는 세월호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함께 부르며 마무리 됐다. 100여 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손에 든 피켓을 흔들며 안전 사회를 함께 염원했다. 이들 손에 들린 작은 플래카드에는 ‘안전사회를 향해 맞잡은 손, 끝까지 함께 진상규명! 반드시 책임자 처벌’, ‘세월호 참사 및 이후 국가폭력 책임인정 공식사과하라!’라고 적혀 있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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