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이별 뒤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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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 앉아, 조문객들에게 떠난 이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물었다.

“모 재활원에서 공익 신고를 했다가 해고된 분들이 최근에 다른 곳에 취업했거든요. 재희 씨가 마음을 많이 써서 고맙다고, 그래서 한 번 보기로 했는데.”

“경산에 있으면서 오만 일을 도맡아 했어요. 누가 뭘 부탁하면 거절을 안 해요. 어린 여자라서 사람들이 쉽게 부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탈시설 하신 분 주거에 문제가 있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기저기 농가주택을 알아보고 다녔더라고요.”

떠난 이를 진작 더 잘 챙기지 못했다는 후회와 함께, 사람들은 하나같이 떠난 이가 했던 일에 대해 회상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는 온통 일하는 모습, 일을 떠맡은 모습, 투쟁하는 모습으로 가득했다.

지난주 세상을 떠난 박재희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건강한 사람으로 기억됐다. 노동 운동과 장애 운동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졸업 후 터가 닦이지 않은 경산에서 장애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매진했다. 때로 심적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털어내고 이겨내는 듯 보였다.

장애 운동을 하면서 그는 지역 현실에 맞는 운동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탈시설 장애인을 직접 지원하는 일을 도맡았고, 경북 전역에서 장애인 학대 사건에도 뛰어들어 유족을 보듬고 책임자와 싸웠다. 시설 거주 중 학대받은 장애인이 사회 인프라 자체가 부족한 경북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목소리를 냈다. [탈시설, 황무지] ① ‘기환이 엄마’ 앞에 놓인 선택지는 그의 고민으로 시작된 기사다.

장례식장에 모인 이들은 그가 자기 힘든 이야기는 잘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고민은 가슴 깊이 듣는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비장애인 활동가를 ‘두 번째 사람’1이라고 부른다는데, 그는 활동에서뿐 아니라 매사에 ‘두 번째 사람’이었다. 섬세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마음도 섬세하게 들여다봤어야 했다.

안타까운 활동가의 죽음을 안타까움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그곳에는 지속 가능한 활동 또한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떠난 자리를 돌보는 일이다. 그가 했던 활동의 흔적이 세상 도처에 남아 있는 것처럼, 그라는 존재는 이제 그와 함께했던 사람에게 남아있다. 이제 우리들에게 남아 있는 그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1. 두 번째 사람 홍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