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불공정 채용 지적 교수 되레 징계···법원,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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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가 국어국문학과 교수 공채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점수 입력을 하지 않은 교수를 성실의무 위반 등의 이유로 징계했다. 해당 교수는 국문학과 공채 규정상 심사 대상자 선정에 결격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경북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당시 국어국문학과 공채 관련 규정이 다소 모호해, 해당 교수 주장에도 무리가 없다며 징계를 취소했다.

5일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채정선)는 김재석 전 경북대 교학부총장(국어국문학과 퇴직)이 경북대를 상대로 제기한 견책 처분 취소 소송 결과, 경북대의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20년 10월 진행된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전임교원 공채에서 심사위원이었던 김 전 교수는 채용 1·2단계 심사에서 공동 저자 논문만 제출한 지원자가 3단계 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원자 중에는 단독 저자 논문 또는 단독과 공동 저자 논문을 함께 제출한 지원자도 있었지만, 공동 논문만 2편 제출한 지원자가 3단계 심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김 전 교수를 포함해 3명의 심사위원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경북대는 공동 저자 논문을 평가 대상 논문으로 인정하고 채용 절차를 그대로 진행했다. 김 전 교수는 심사표 제출 기한을 넘겨서도 심사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경북대는 김 전 교수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다. 대학 측은 김 전 교수가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며 경징계 의결을 요구했고 징계위는 견책 처분했다.

김 전 교수는 반발했다. 심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건 당시 교무처장으로부터 추후 문제를 재논의하자는 응답을 받고 채용 절차가 중단된 것으로 인식했고, 국문학과 심사 기준상 질적 평가 대상 논문으로 공동 저자 논문을 제출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정당한 문제제기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심사기준표 질적 평가 부분에 공동 저자 논문 환산 기준 자체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원고(A 교수)의 해석이 전혀 설득력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교무처장 등과 면담이 이뤄졌으므로 원고로서는 심사 진행이 보류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김 전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을 대리한 강수영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는 “국립대 교수는 국가공무원 신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채용 절차와 기준은 대단히 공정하여야 한다”며 “심사위원이었던 교수 다수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상황에서 이를 학교가 적극적으로 시정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사후에 의문을 제기한 교수들을 징계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법원 판결을 대단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