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보호자에게 되돌아가는 반려동물들?···지자체는 일시 격리만

격리 조치 해도 보호자 요구에 반환해야···보호 조치 보완 필요
경산시, "위탁보호소 직영 전환···단속 강화, 캠페인 등 고민"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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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경산시 압량읍 신대리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던 한 보호자가 반려견을 발로 차거나 버티는 반려견을 강하게 당겨 공중에 뜨게 하는 등 학대 정황이 담긴 영상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경산시는 경찰 협조를 받아 피해견과 보호자를 격리했지만, 최소 보호기간을 거쳐 개는 보호자에게 돌아갔다. 보호자가 동물학대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소유권 포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보호자는 지역동물단체(러피월드)에 학대 행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진료비 등 피해견 보호에 사용된 비용 30만 원을 지불한 후 개를 데려갔다. 동물단체 SNS 계정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학대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행법상 보호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 지자체가 추가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직접 할 수 있는 조치는 격리에 불과해서 학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대책 마련 필요성도 제기된다.

동물보호법 제14조에 따르면, 동물학대로 인해 적정한 치료나 보호 받기 어려운 동물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은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학대 행위자로부터 격리하고, 보호 기간은 수의사 진단에 따라 최소 3일 이상으로 정하도록 했다. 보호 기간 지난 후에는 보호자가 반환을 요구할 때 돌려줘야 한다.

▲ 지난 달 21일 산책 도중 자신의 개를 발로 차고, 공중에 돌리는 등의 학대 정황이 담긴 영상이 SNS를 통해 퍼졌다. (사진=독자 제공)

경산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2월까지 1차례도 없던 격리조치가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동물학대 민원이 늘면서 3차례 이뤄졌고, 모두 격리 이후 처리 과정에서 소유권 문제로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졌다. 지난달 4일 온몸의 털이 밀리고 몸통에 낙서가 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된 학대견은 동물단체로 인계되는 과정에서 보호자에게 금품이 지급되면서 논란이 됐다. (관련기사=동물권단체 케어, 비용 지불 후 ‘경산 낙서견’ 인계···재발 우려(‘23.03.21))

14일에는 압량읍 한 건물 옥상에 방치돼 빈혈, 슬개골 탈구, 경미한 신경 손상 등을 입은 개 2마리가 격리됐고, 보호자는 동물단체가 소유권 포기를 설득해 되돌려 보냈다. 동물단체 개입이 없었다면 다른 피학대 동물도 보호자에게 되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보호자들이 문제되는 행동을 반복하더라도 지자체는 격리 조치만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동진 러피월드 대표는 “보호자에게 포기 의사를 받아내기도 쉽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경우엔 똑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까봐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 경찰들의 인식 역시 문제 대응에 중요하다. 동물단체가 개입하고, 민원이 제기되어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상황도 있다. 이를테면 ‘동물학대 전담수사관’ 같은 제도 등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산시 축산진흥과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동물학대 민원이 잇따라 발생했는데,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 민원인들의 우려도 알고 있다”며 “동물학대와 관련해 시민 의식이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는데,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격리 조치 상황에서 피학대동물을 시보호소로 보내지 않고, 동물병원으로 옮겨 진료와 보호 조치를 위해 노력했다”며 “현행 위탁 중인 보호소를 직영으로 전환해 시설 등 환경 개선에도 나서고자 한다. 올해 예산을 확보하고 내년부터 보호소 착공에 들어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관련 단속 강화나 캠페인, 반려인 교육 등 여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월 발생한 3건의 동물학대 사건은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산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일부만 보고 학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평소 양육 상황 등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 3건 모두 수사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